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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03세 최고령 화가 "앞으로 더욱 '칼라풀'한 작품 나올 겁니다"

[취재파일] 103세 최고령 화가 "앞으로 더욱 '칼라풀'한 작품 나올 겁니다"
"그림 몇 개 걸어놓고 전람회 한다고 이른 아침에 이렇게 많이 와줘 감사합니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에 검정 베레모 차림으로 도착한 노화백은 이렇게 인사했습니다. 1916년 4월 10일 生. 103회 생일을 기념하는 개인전에는 백 살이 넘어 그린 신작도 11개나 나왔습니다. 103세 현역 화가가 신작으로 개인전을 여는 일은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화백 스스로도 "피카소도 92살까지 그림을 그렸다"면서 의기양양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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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화백
굵은 검은 선을 이용한 수묵화 느낌의 추상화를 많이 그렸던 화백의 이번 전시회에서는 곱게 물든 감나무 가지와 함께 노란색과 붉은색 등 화려한 색깔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유를 묻자 "색채에 대한 욕망이 일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더욱 '칼라풀'(컬러풀)한 작품이 나올 겁니다."라면서 "내가 지금 몇 살인데 '앞으로'라고 하면 죄송한 말씀이긴 하다"라며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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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완성한 여성의 누드화도 나왔습니다. 직접 모델을 보고 그렸다는 누드화에 대해 "한국 여성이 세계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어려운 우리의 삶을 극복해온 조상은 할아버지가 아니고 할머니,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들"이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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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화백은 1934년 일본 아방가르드양화 연구소에서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를 공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추상화가 1세대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고희동, 김관호와 함께 서양미술 선구자로 꼽히는 김찬영이 아버지입니다. 김병기 화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했고, 1965년에는 이응노, 김창열, 박서보 등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7명을 이끌고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커미셔너로 참가하는 등 활동하다가 돌연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그 후 국내에서는 잊혀졌습니다. 일흔이 넘어 국립현대미술관장인 미술평론가 윤범모의 도움을 받아 국내 화단에 복귀했습니다.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유영근 등 한국 미술계의 거목들과 어울리며 교감한 현대 미술사의 산증인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저세상으로 떠났습니다. 이중섭은 고향도 같고, 평양종로보통학교 6년 같은 반 단짝입니다. 무연고 행려병자로 세상을 떠난 이중섭의 시신을 수습한 이도 김병기 화백입니다.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친했던 친구들이지만 이중섭의 들러리처럼 나오는 건 불만이다. 나는 나대로 주역이다. 나는 단거리 선수가 아니고 장거리 선수"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인생처럼 작품에는 완성이 없다."라고요.

<김병기 개인전 '여기, 지금 (Here and Now)' 5월 12일까지. 가나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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