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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활력 찾은 거제 조선소…협력업체는 '한숨'

<앵커>

우리 경제가 지금 기지개를 펴지 못하는데 조선업이 약해진 게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살아나는 기미가 조금씩 보이고 있습니다.

비싼 LNG 운반선 주문이 우리나라로 몰리고 있어서인데 어떤 상황인건지 노동규 기자가 거제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바닷바람에 맞선 조선소 노동자들이 자르고 이어붙인 수백 톤짜리 선박 블록을 지상 100m 높이의 초대형 골리앗 크레인이 들어 올립니다.

거제 동쪽 바닷가에 자리 잡은 옥포조선소.

옛 여의도 1.5배 넓이의 조선소 안에 웬만한 건물 크기의 블록들이 즐비합니다.

제가 나와 있는 이 옥포조선소의 경우 지난해 LNG선을 중심으로 선박 수주가 꾸준히 늘고 있어, 조선업 호황기였던 2010년의 80% 가까이 물량을 회복한 상황입니다.

5년 넘게 이어진 적자와 '수주 절벽'이 부른 잇단 구조조정으로 동료를 떠나보내야 했던 노동자들의 기대는 큽니다.

[대우조선 노동자 : (도크가) 모두 가동이 되면서 우리가 좀 활기를 찾고 있는 거죠. '수주 잔고'로 세계 1위거든요, 단일 조선소로는. 큰 희망이고 안도감을 갖는 거죠.]

조선사들이 4년 만에 신입사원을 뽑는 등 고용문도 조금씩 열리면서 지난해 25%나 급락했던 아파트값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폐업에 내몰렸던 식당과 상인들도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김대호/식당 주인 : 올해 들어서는 그래도 새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이래서 경기가 조금 좋아지는 것 같아요.]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7년 만에 수주 1위를 되찾은 우리 조선업계는 올해도 한 척에 2,000억 원 안팎인 LNG 운반선을 11척 수주해 길었던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가려 애쓰고 있습니다.

<앵커>

노동규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Q. 선박 수주 늘었다는데…거제 현지 상황은?

[노동규 기자 : 조선 3사가 수주 물량이 늘어간다지만 수주라는게 결국 수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수주를 한 뒤 그 물량을 설계를 하고 실제 배를 짓기까지 그 물량이 협력사들한테 돌아가기까지는 길게는 1년 반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제가 부산도 가봤는데 그 지역의 선박 기자재 업체들의 협동조합 조사로만 10%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지금 휴업이거나 폐업하거나 혹은 법정 관리에 들어갔거나. 상당히 지금 체력적으로 고갈되어 있고 쉽게 말해 보릿고개를 건너고 있는데 그에 따라서 금융 지원도, 금융도 일으키기 어렵고 이에 나온 정부 대책도 실제 작동이 안 되고 있었습니다.]

Q. 현대중공업, 대우조선의 합병…현장 반응은?

[노동규 기자 : 정부 주도로 국책은행과 함께 지금 빅2로 우리나라 조선 산업을 재편하면 세계 유수의 어떤 선주들을 상대로 협상력이 높아지는 시너지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기획에서 추진된 건데, 제가 실제 이 조선 도시인 거제나 부산·경남 등지를 가봤더니 조금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보도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500곳 넘는 조선사 협력업체가 밀집한 부산의 산업단지.

공장을 매각한다는 현수막이 쉽게 눈에 띕니다.

선박 기자재 납품업체 대표 A씨는 속이 타들어 갑니다.

2년 적자를 버티며 투자했던 LNG선 자재 기술로 이제 막 20척 넘는 물량을 수주했는데 당장 만들 자금이 없는 겁니다.

[A 대표/부산 선박기자재 업체 : LNG 운반선 한 척에 대한 저희 원자재 비용이 한 10억 정도, 그렇게 보고 있는데 굉장히 부담되는 겁니다. 자금이.]

정부는 넉 달 전 바로 이런 상황의 업체들을 돕는 공적 보증 지원책을 발표했는데 현장에서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정작 찾아가면 부채 상황과 신용도를 이유로 퇴짜를 놓는 겁니다.

실제로 예산 5백억 원이 배정된 신용보증기금만 해도 보증실적은 단 6개 업체에 51억 원뿐입니다.

[A 대표/부산 선박기자재 업체 : 보증기관 통해 '제작금융을 좀 활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 해서 작년에 저희가 좀 많은 기대를 가졌는데, 위에서 얘기했던 거하고 하급기관에 가면 말이 다르다는 거죠.]

보증기관 측은 대책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타난 일이라는 해명만 내놨습니다.

협력업체와 지역민들의 더 큰 걱정은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합병입니다.

엔진과 전기 장치 같은 주요 선박 기자재를 자회사 위주로 자체 생산하는 현대중공업이 일감을 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현재 대우조선의 기자재 거래업체만 1천 곳이 넘어 불안감은 큽니다.

[이창용/부산 조선해양기자재공업 협동조합 : 대우조선 납품 비중이 매출의 1, 2위 한다는 업체들이 80여 개 정도 되는데, (현대에도 납품하는 업체 뺀) 32개는 직접적으로 바로 타격을 입는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그 업체들이 한 5,300억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의 40%를 대우 조선에 의존하는 거제시는 주민들이 나서서 매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활짝 핀 벚꽃이 희망을 알리는 거제였지만 부활의 온기가 퍼지기까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는 아직도 긴 보릿고개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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