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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서 피가 팍"…외면받는 '폐외 질환' 가습기 피해자

<앵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폐 손상을 입은 일부 피해자들은 치료비를 지원받았지만, 대부분의 다른 질환자들은 구제받지 못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재심사해달라는 요청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04년부터 박 씨는 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해 가습기 살균제를 썼습니다.

이듬해부터 호흡 곤란이 시작됐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가습기 살균제를) 2004년에 사용하고 늦게 가을부터 사용했는데 12월에 이제 거의 숨을 못 쉬어서…]

평범한 직장에 다니며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 박 씨에게 화학 공장 노동자에게 흔한 비강 천공이 생겼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 한 달이면 10일 정도는 코에서 피가 쏟아져요. 갑자기 팍 쏟아지는 거예요.]

전문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임종한/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코점막에 섬유화도 나타나고 아주 심한 경우에서는 비강 쪽에 섬유화된 공동(빈 공간)도 나타나는 것을 보이게 됩니다.]

일은 못 하고 약값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2년 전 파산했습니다.

피해자 4단계로 판정받아 정부의 치료비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환경부는 폐 섬유화 등 특징적인 폐 질환, 천식, 임산부의 태아 피해에 대해 1, 2단계로 분류해 병원비를 지원하지만, 다른 질환들은 3, 4단계로 분류해 지원하지 않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폐 이외 다른 장기의 질환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환경부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간과 콩팥 손상을 확인한 2012년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실험, 2013년 연세대 산학협력단 연구, 심혈관, 지방간, 면역계 이상을 확인한 2016년 아산병원 동물실험 등이 그것입니다.

2014년 환경부 자체 동물실험에서도 기관지와 후두 변성이 나타났습니다.

[임종한/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이 정도 근거가 있으면) 다시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저는 전면적으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6,335명 중 76%는 3, 4단계, 재심사 요청에 환경부는 몇 년째 답변이 없습니다.

(영상취재 : 최남일·박진호, 영상편집 :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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