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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자컬링 세계 2위 도약…춘천시청 WCT '톱 10' 진입의 의미

2022 베이징 올림픽, 3회 연속 본선 진출 청신호

한국 여자 컬링이 세계컬링경기연맹(WCF)이 발표한 세계랭킹에서 2위로 도약했습니다. 지난해 6위에서 4계단 뛰어오른 건데, 2006년 WCF랭킹이 도입된 뒤 아시아 국가가 기록한 역대 최고 순위입니다. 스무 살 동갑내기로 구성된 국가대표팀, 춘천시청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지난 주말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크게 뛰어올랐습니다.

● 한국여자컬링=세계 2위…춘천시청≠세계 2위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하나. 한국 여자 컬링이 WCF랭킹 2위가 됐다고 현 국가대표팀, 춘천시청이 세계 2위 팀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WCF랭킹은 최근 4년 동안 국가대표팀의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여기에 대륙선수권 성적을 점수로 환산해 정합니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처럼 최근 결과를 가중하는 방식입니다. 올해 성적은 100%, 과거 성적은 75%, 60%, 40% 순으로 반영합니다.

그러니까 올해 우리나라 세계랭킹에는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팀킴(경북체육회)이 2018년과 2017년 낸 성과에, 2016년 당시 국가대표 경기도청 선수들의 노력까지 녹아있는 것이죠. 아시아-태평양 국가 가운데 2016년부터 세계선수권에 4회 연속 출전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지난해 평창 올림픽에서 아시아 컬링 사상 첫 은메달을 딴 팀킴(경북체육회) 선수들.
● '팀 김민지'의 세계 순위는?

스무 살 동갑내기 친구들, 김민지와 김혜린·양태이·김수진, 네 선수가 국가대표 데뷔 시즌 단숨에 세계적인 팀으로 성장했습니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팀킴을 꺾고 태극마크를 단 춘천시청 선수들은 아시아-태평양 선수권(지난해 11월)에서 평창올림픽 동메달리스트 팀 후지사와를 꺾고 우승했습니다. 컬링 월드컵에서도 은메달(지난해 12월, 2차 대회)과 금메달(지난 2월, 3차 대회)을 차례로 목에 걸었습니다. 특히 3차 월드컵 결승전에선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팀 하셀보리(스웨덴)를 눌렀습니다. 2018-2019 시즌, 2018 평창올림픽 금·은·동 메달리스트를 모두 이긴 겁니다. 이밖에도 유니버시아드 준우승, 홋카이도 은행 클래식 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여자컬링, 리틀 '팀킴'
(왼쪽부터) 김민지 김혜린 김수진 양태이 선수
'팀 김민지'의 현재 위치를 가늠하려면 월드컬링투어(WCT) 주간 랭킹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WCT 주간 랭킹은 팀별로 참가한 국제 대회의 중요도와 성적을 따져서 만든 지표입니다. 지난주 WCT 랭킹 14위였던 춘천시청은 세계선수권 3위를 차지한 이번 주, 47.635점을 보태 10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세계 '톱 10'에 든 겁니다.

나라별 출전 팀 수 제한이 없는 WCT 팀 순위에선 컬링 강국, 캐나다 팀들의 강세가 도드라집니다. 2017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 팀 호먼을 필두로 캐나다 출신 6팀이 톱 10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팀 하셀보리(2위·스웨덴), 이번 세계선수권 챔피언 팀 트린초니(3위·스위스), 일본의 팀 후지사와(7위)가 있습니다. 지난 시즌을 7위로 마친 팀킴은 이번 시즌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점수를 쌓지 못했습니다.
2018~2019 32주차 WCT 여자 팀 랭킹
● '국적' 떼고 붙는 그랜드슬램…'왕중왕전' 월드컵 파이널

WCT 그랜드슬램은 국적을 떠나 말 그대로 '세계 최강 팀'을 가리는 대회입니다. 세계 정상급 팀만 참가하는 최고 권위 대회로, 나라별 한 팀만 참가할 수 있는 세계선수권보다 참가팀 사이 실력 격차가 작습니다. 한 시즌에 총 6차례 열리는데, 오는 23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2018-2019시즌 마지막 대회 챔피언스컵에 춘천시청이 첫 초청을 받았습니다. 춘천시청이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급 팀으로 인정받은 겁니다.

5월에는 '왕중왕전' 성격의 월드컵 파이널에도 참가합니다. 이번 시즌 월드컵 우승팀 세 팀과 세계선수권 우승팀, WCF랭킹 1위 스웨덴의 팀 하셀보리 등이 격돌하는 무대입니다. 춘천시청은 3차 월드컵 우승팀으로서 당당히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리틀 팀킴 컬링 춘천시청 김혜린 김수진 김민지 양태이 세계선수권 메달 (사진=연합뉴스)
그랜드슬램 데뷔전을 앞둔 스킵 김민지는 "세계선수권에서 배운 점이 정말 많다"며 "그랜드 슬램과 5월 월드컵 파이널에서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 2022년 베이징 향한 힘찬 첫 발

2018~2019시즌 스무 살 새내기들의 활약 덕분에 2014년 소치, 2018년 평창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진출 전망도 밝아졌습니다.

아직 WCF가 2022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명확한 참가 기준을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평창 올림픽의 기본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력 진출의 열쇠는 2020년과 2021년 세계선수권 최종 순위입니다. 사실상 베이징 올림픽 1차 예선 성격의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다면 올림픽 진출의 7부 능선을 넘게 됩니다.

여기에 도전할 팀을 가리는 2019-2020 국가대표 선발전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입니다.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팀킴이 복귀한 가운데, 춘천시청의 기량이 급성장했고, 2월 전국체전 우승팀 경기도청(WCT랭킹 32위)까지 가세하며 삼파전 양상입니다.
소치 올림픽 '컬스데이' 열풍을 일으켰던 경기도청은 팀을 재편해 다시 태극마크에 도전합니다.
세 팀 모두 국제경쟁력을 갖춘 만큼, 누가 태극마크를 달더라도 내년 세계선수권을 기대해 볼 만합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21~2022시즌 어떤 팀이 태극마크를 달게 될지가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전에 세계선수권 활약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는 게 먼저입니다. 지난달 동계체전에서 춘천시청을 꺾고 준우승을 차지한 팀킴의 주장 김은정이 "어느 팀이 나가든 세계무대에서 정상급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저희에게도 좋은 일이다"고 말한 배경입니다. 세 팀 가운데 유일하게 이번 시즌 국제대회 실적이 없었던 팀킴도 오는 5월 WCT 악틱컵에서 13개월 만의 국제무대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7월 태극마크 쟁탈전을 앞두고 벌써부터 경쟁 열기가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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