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초읽기 들어간 세계 최초 5G, 정말 쓰시겠어요?

정혜경 기자 choice@sbs.co.kr

작성 2019.03.28 08:18 수정 2019.03.28 10:2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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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상용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5일 제출 요금제를 반려당한 SK텔레콤이 최근 새로 내놓은 요금제가 26일 이용약관자문심의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초 중저가 요금 구간 부실로 제동이 걸린 SK텔레콤은 5만 5천 원에 기본 데이터 8GB를 제공하는 구간을 새로 신설했습니다. 이제 기획재정부와 물가 등을 고려한 협의만 거치면 공식적으로 5G 요금제가 공표됩니다.

● 5G 상용화 초읽기…요금제 공표 임박

3~4만 원대의 저가 요금제를 꾸준히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SK텔레콤은 이번에 제출한 요금제 안에서는 기본 데이터를 소진하고도 끊어짐이 없도록 고객들에게 초당 1MB의 전송 속도 이하의 LTE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사장은 "데이터를 모두 사용해도 계속 쓸 수 있도록 고객 충격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협의했다"며 사실상 새 요금제 인가를 두고 정부와의 '딜'이 성사됐다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업계에선 신설된 중저가 요금제와 함께 7만 원, 9만 원, 12만 원 대의 요금에 각각 150, 200, 300GB의 기본 데이터가 제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점유율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요금제 최종인가와 공표가 임박하면서 KT와 LG유플러스도 대동소이한 요금제를 늦어도 이번 주까진 신고할 전망입니다.
참여연대 활동가와 회원 등이 5G 요금 인하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누구를 위한 '중저가 요금제'? 요식 논란

시민단체들은 반발했습니다. 저가 요금제 신설 주장은 사실상 묵살됐고, 바로 위 구간과 15배 이상 적은 데이터를 제공할 뿐인 5만 원대 요금제라면 누가 그 요금제를 사용하겠냐는 겁니다. 특히 "대다수 중소량 데이터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신청 요금제 반려 사실을 공표한 과기부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 김주호 민생팀장은 "5만 원대 요금을 단순히 끼워 넣는 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한 요금제"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SK텔레콤의 LTE요금제인 T플랜은 5만 원 구간에 기본 데이터 4GB가 제공되고, 그 이상 초과할 경우 1Mbps 이하의 3G 통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이하로는 추가 데이터 없이 3만 3천 원에 1.2GB를 공급하거나, 4만 3천 원에 2GB와 400kbps 이하의 3G 통신이 제공되는 저가 구간입니다. 평소에는 무선 인터넷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와이파이 환경에서만 동영상 등 고용량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이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들은 요금제 인가 국면에서 하나같이 5G 환경에서 저가 요금제를 두는 게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정된 데이터로는 소비자들이 기대한 만큼의 5G 서비스를 누리는 것이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5G 환경이 제대로 안착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사실 이 말을 조금만 곱씹어 보면 이런 뜻이 됩니다. 저가 요금제를 만들고, 단위 비용이 낮아지는 만큼 중저가 요금제에 제공하는 데이터를 늘리게 되면 누가 5G 요금제를 사용하겠냐는 말입니다.

향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다양한데, 한정된 용량 때문에 불만을 품는 소비자가 있다면 그 소비자는 자연스레 고용량 요금제를 택하게 되는 게 시장경제의 이치입니다. 이를 염려해 애초에 저가 요금제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축소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입니다.

● 데이터 인플레이션 권하는 통신사…정작 서비스는 '글쎄'

결국 '저가 요금제가 무의미하다'는 통신사들의 솔직한 속내는 '저가 요금제에선 수익 극대화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말일 것입니다. 과기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LTE 이용자 1인당 월평균 트래픽은 3.7배 증가한 반면, 이용자 1인당 매출을 뜻하는 ARPU는 1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말기 보조금 금지 정책, 이른바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지급 비용을 덜어내며 2017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통신사들은 '선택약정할인'을 실시하면서 다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SKT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1.8% 감소한 1조 201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통신비는 대표적인 '비탄력적 생계비용'입니다. 모두가 연결된 시대, 불통은 곧 '재난'이라는 걸 지난 KT 아현국사 화재가 증명했습니다.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 인프라. 그만큼 이미 생활에 밀착해 있기 때문에 매일 먹는 밥, 반찬값 보다 비용 변동에 대한 소비자들 저항이 크지 않습니다.

5G 통신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상정하고 대대적 홍보에 매진하고 있는 통신사들은 그러나 '세계 최초 상용화' 초읽기 국면에 들어선 지금껏 고객 서비스에서 이렇다 할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용량 데이터로 일반 사용자들이 뭘 더 할 수 있을지, 청사진조차 불명확합니다. 그런데 요금은 더 비싸졌습니다. 그렇다면 저가 요금제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야말로, 빨라지는 속도라는 장점을 제외하곤 사실상 5G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걸 자인하는 반증이 아닐까요?

각사 CEO들은 이미 여러 번 기업 대 기업 서비스가 5G 통신의 핵심이라고 발언했습니다. 기업 고객 대상의 비즈니스 모델이 안착하기 전까지, 일반 고객을 상대로 '비용만 매우겠다'는 '업세일'이란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선 당연히도, 서비스를 통해 정당하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정석입니다.
미리 맛본 5G의 미래...IT 담당 기자의 MWC 취재기●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가리켜야 할 지점

잠시 어느덧 까마득해진 3G 시절을 되돌려봅니다. 3G 상용화가 시작된 2003년부터 3년 동안 가입자 수 증가는 16만 명에 그쳤습니다. 그러다 데이터 속도가 높아진 2006년부터 570만 명 증가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가입자가 늘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 2009년엔 가입자 수가 2476만 명으로, 그야말로 폭증하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 요율은 한국 통신의 발전사라 해도 무방합니다. 2006년까지 0.5kb당 2.5원이었던 데이터 요율은 2009년 1.5원에서 2010년 0.025원, 2011년부터는 0.01원으로 점차 떨어졌습니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겁니다. 통신 인프라 혁신 위에 단말기 제조사들의 눈부신 혁신과 플랫폼 사업 혁신도 뒤따랐습니다.

세계 최초라는 물론 영예로운 수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5G는 침체의 기로에 서 있는 국내 산업의 뚜렷한 기회입니다. 특히 간발의 차로 트렌드를 놓칠 수 있는 정보통신 분야는 더더욱 앞서 나간다는 것의 의미가 각별합니다. 다만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 라는 수식이 더 빛나기 위해선 혁신이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사진=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