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한 지난 3월 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인천, 경기, 세종, 충남, 충북은 일주일간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미세먼지 예보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뒤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파란 하늘과 태양은 잿빛 미세먼지에 가려 실종됐다. 마스크로 입을 가린 시민들은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원격 감시 장치는 2017년 기준 전국 635개 사업장에 설치돼 있다. 대형사업장 굴뚝에 설치된 원격 감시 장치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환경공단 관제센터로 보낸다. 3월 1일부터 6일까지 자료를 환경부로부터 받았다. 배출허용기준을 잘 지켰는지 궁금했다. 결과는 실망스럽고 놀라웠다. 전체 TMS 사업장 가운데 24%인 152개 사업장이 배출허용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초과 배출한 횟수도 6일간 713건이나 됐다.
오염물질 가운데 가장 자주 초과 배출된 것은 CO, 즉 일산화탄소다. 초과배출 713회 가운데 70%가 넘는 525회나 차지했다. 주로 소각장에서 불연소과정에서 나온다. 국립환경과학원 박정민 연구관은 "일산화탄소가 많다는 것은 미세먼지를 만드는 전구물질 중에서 탄화수소류 농도가 증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소에서 주로 나오는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도 각각 85회, 41회나 배출허용기준을 넘어 배출됐다. 이들은 초미세먼지 원인 물질로, 공기 중에서 질산염과 황산염으로 변해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화수소(HCI)와 총먼지(TSP)의 초과배출 건수는 각각 43건, 19건으로 나타났다.
3월 1일부터 6일까지 매일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가운데 배출허용기준을 위반한 횟수는 5일이 가장 많았다. 국민들의 불안이 아주 커진 상황인데도 위반 횟수가 162회나 됐다. 1일은 126회, 2일 114회, 3일 113회, 4일 93회, 6일 105회를 초과 배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환경부는 올 1월 1일자로 TMS 사업장 등 다량배출업소의 배출허용기준이 강화된 게 영향을 미친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배출허용기준이 강화된 물질은 NOx, SOx, TSP다. 또 석탄화력발전소와 정유공장에만 우선 적용됐다. 시멘트업체의 경우 오염물질 배출방지시설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6개월 늦춰 하반기부터 개정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소각시설도 2020년부터 강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받는다.
전국의 원격감시(TMS)사업장 635개는 대형배출 1~3종 사업장 가운데 10%에 불과하지만, 오염물질배출량 기준으로는 전체 배출량의 80%를 차지할 만큼 절대적이다. 미세먼지와 공기질에 경각심을 갖고 책임을 느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출허용기준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 예방과 맑은 공기를 위한 산업 활동의 가이드라인이다. 국민들이 마음껏 숨을 쉬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도록 대형사업장부터 책임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