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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패키지여행을 갔는데 가이드가 철수한다면?

[취재파일] 패키지여행을 갔는데 가이드가 철수한다면?
▶ 기상악화로 회항 뒤 '악몽'으로 변한 패키지여행

얼마 전 황당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패키지여행을 갔는데 현지에서 가이드가 여행객들을 두고 철수했다는 겁니다. 12명의 패키지 여행객들은 하나투어를 통해 지난 2월 9일부터 15일까지 5박 7일 동안 캐나다로 오로라를 보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5일 중 3일은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 관광을, 2일은 캘거리 관광을 진행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여행 첫날부터 문제가 생겼습니다. 밴쿠버 공항을 거쳐 옐로나이프로 가던 중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회항한 겁니다. 밤 10시쯤 밴쿠버 공항으로 돌아온 여행객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황했습니다. 하나투어에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여행객들 일부는 공항에서 단체 노숙을 했고, 몇몇은 근처에서 각자 숙소를 잡아 머물렀습니다.

다음날 오전 여행객들은 하나투어에서 보낸 가이드를 만났습니다. 옐로나이프로 갈 수 없는 상황이니 일단 캘거리 관광 일정을 먼저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캘거리에서 가이드는 동의서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동의서에는 가지 못한 옐로나이프 일정 대신 자유여행을 하고, 추가 숙박 및 식사, 교통비 등을 고객이 부담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습니다. 여행객 전원은 패키지 비용을 내고 왔는데 사비로 자유여행을 하는 건 부당하다며 동의서에 서명하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하나투어는 가이드에게 여행객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내버려 두고 철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결국 방치된 여행객들은 현지에서 추가로 숙소를 예약하고 스스로 알아서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고 합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하나투어 측은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천재지변 등을 이유로 일정이 변경될 수 있고 여행 당시 현지 조건에 맞춰 최선의 옵션을 제공했다는 겁니다. 또한 현지에서 철수한 건 제시한 조건을 여행객들이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 하나투어 "버려두지 않았다" 해명

SBS 보도 이후 하나투어는 또다시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비행기 회항은 여행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준비가 부족한 면은 있었지만 고객을 버려둔 건 아니라는 겁니다. 하나투어는 단체 노숙에 대해 총 12명의 고객 중 4명은 항공사에서 제안하는 호텔에 투숙했고, 나머지 8명에 대해서는 하나투어가 호텔을 예약해 셔틀버스를 보냈지만 이중 2명만 이용하고, 나머지 6명은 공항에서 대기하기를 선택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하나투어 측은 대체 여행 상품을 제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옐로나이프에 가지 못하고 남은 3일 중 2일은 캘거리 관광, 하루는 자유여행을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현지에서 추가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 하나투어의 지원과 고객의 추가 비용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알렸으나, 고객들이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습니다.

● 고객들 "사과는커녕 진상고객으로 만들었다" 분통

하나투어의 해명에 대해 여행객들은 억울하다며 다시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먼저 회항 뒤 밴쿠버 공항에 남겨졌을 때 상황입니다. 예정과 달리 여행객들이 옐로나이프에 도착하지 못했다면, 여행사 측에서 여행객들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안전을 위해 선택한 패키지여행에서 여행객들이 제시간에 오지 않았는데, 여행사가 몇 시간 동안 아무도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두 번째로 하나투어가 호텔을 예약해 제시했지만, 고객들이 공항에서 대기를 선택했다는 부분입니다. 여행객 중 일부는 하나투어의 연락을 기다리다, 항공사 서비스센터를 통해 스스로 호텔을 예약해서 갔다고 말합니다. 나머지 여행객들은 새벽 2시가 넘은 시간, 가까스로 하나투어 본사와 연락이 닿았다고 합니다. 호텔 비용 지급 등 앞으로의 대처를 물어보니 하나투어 측이 즉답을 피했고, 결국 새벽 늦은 시간 영어도 서툴렀던 패키지 여행객들은 호텔 찾기를 포기하고 공항에서 어린아이들과 노숙하게 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추후에 하나투어가 내민 동의서를 확인해보니 이날 호텔 비용은 고객 부담으로 돼 있었습니다. 고객들에게 호텔을 예약해 제시했다는 하나투어 측 주장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여행객 중 한 명은 "하나투어 측 해명대로 실제 호텔을 예약해 줬다면 어느 누가 공항에서 노숙을 택했겠냐"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여행객들은 대체 일정에 대해서도 하나투어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하나투어가 제시한 캘거리 관광 2일 일정은 원래 여행상품에 포함된 것이고, 옐로나이프를 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자유여행을 제안했다는 겁니다. 즉, 취소된 옐로나이프 일정 대신 내놓은 대체 상품은 없었다고 말합니다. 여행객들은 이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아 동의서에 서명을 할 수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가이드는 철수했고 남겨진 여행객들은 현지 여행사를 통해 사비로 여행을 하고, 시간을 보내다 돌아왔다고 말합니다. 하나투어를 통해선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물론 여행사와 여행객들 사이에 입장 차이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행객들이 대형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여행을 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땅에서 편안함과 안전함을 보장받기 위해섭니다. 여행사가 이런 패키지 여행객들의 마음을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자유여행 대신 다른 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합니다. 오로라를 보려 오랜 시간 준비한 여행이 망쳐진 상황에서, 현지에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받았다면 여행객들의 실망이 이렇게까지 크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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