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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으로 넣은 물이 단층에 영향…정밀 검사 제대로 안 해

<앵커>

포항 지진은 땅속에 고압으로 넣은 물이 단층에 영향을 주면서 일어난 겁니다. 그런데 포항이 단층이 많은 지역이라는 것은 학계에서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 정작 발전소 짓기 전에 단층에 대한 정밀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계속해서 백운 기자입니다.

<기자>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포항 지열발전소를 대체에너지 시설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지하 4킬로미터 아래에 섭씨 180도가 넘는 지열이 있다며 지질조사 결과를 부각했습니다.

반면 포항이 단층이 많은 지역인데도 정작 단층 검사는 사전 지질검사에서 정밀하게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발전소 주관업체 측은 규모 5.4의 강진을 일으킨 이른바 '알려지지 않은 단층'은 지질 조사로 파악하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포항 지열발전소 주관업체 대표 : 지하 심부에 (지표에) 노출돼 있지 않은 임계상태의 활성단층은 인지가 불가능해요, 저희는.]

하지만, 사전 지질검사에서 단층의 모습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고해상도의 '탄성파 검사' 대신 단층이 있는지도 파악하기 힘든 낮은 해상도의 '전자파 검사'만 진행됐던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가능한 방법이 있는데 무시된 셈입니다.

[이강근/정부조사연구단장 : 약한 진동을 줘 가지고는 지하 심부를 잘 못 보잖아요? 전자파 탐사대로 어떤 경우에는 장점이 있는데, 단층을 보는 면에서는 이제 그 방법이 해상도가 좀 떨어집니다.]

단층을 파악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는 또 있었습니다.

발전소 주관업체는 땅을 파면서 나온 암석 파편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는데, 이 중엔 '알려지지 않은 단층'의 유력한 증거, '단층 암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7년 4월 15일 물 주입 직후 규모 3.1의 지진이 났을 때, 발전소 측은 정부에 물 주입을 중단한다는 보고만 하고, 단층 암편의 존재는 무시했습니다.

[이강근/정부조사연구단장 : 특히 (2017년 4월) 규모 3.1 지진이 났을 때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죠. 그때는 지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조금 더 살펴보는 그런 게 있었으면…]

결국 단층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도 하지 않고 넉 달 뒤인 8월부터 물 주입을 재개했고, 불과 석 달 뒤인 11월 15일 강진이 포항을 덮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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