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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옷 없어서 진술 인정 안 된다?…황당한 '무혐의'

이 기사 어때요?
<앵커>

다음은 진실을 밝히라는 목소리가 높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 접대 의혹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저희는 과거 검찰이 두 차례나 이 사건을 수사하고도 무혐의 처리한 과정에서 석연치 않았던 부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크게 이렇게 세 가지 내용입니다. 우선 직접 피해자라고 나섰던 여성을 검찰이 어떻게 조사했는지부터 보겠습니다.

한소희 기자입니다.

<기자>

검찰은 2014년 12월, 이 모 씨가 김학의 전 차관 등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이 씨가 문제의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런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검찰은 이 씨가 동영상 촬영 당시 입은 옷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이 씨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로 들었습니다.

적게는 6년, 많게는 8년 전에 입었던 옷을 잃어버려 제출하지 못한다고 이 씨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본 겁니다.

검찰은 동영상 촬영 각도도 이 씨 진술 배척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평소 윤중천 씨의 촬영 습관에 대한 진술과 문제의 동영상 촬영 각도가 같지 않다고 이 씨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검찰은 이 씨가 강압적으로 성폭력을 당했다고는 보기 힘들다고도 밝혔는데 이 씨의 변호인은 강압성에 대한 부분을 충분히 진술했다며 수긍하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박찬종 변호사/이 씨 변호인 : (이 씨는) 윤중천 씨의 그 폭력적 굴레에 완전히 걸려 있었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권총 가지고 협박당하기도 하고. 폭력적인 분위기 안에서 이루어졌으니까 특수 강간죄가 이루어진 그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을 했습니다.]

검찰은 이 씨가 윤중천 씨로부터 성 접대를 상습 강요받았다는 주장을 1차 수사 때 무혐의 처분됐다고 각하했는데 이유로 단 3줄을 적었습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오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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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사건이 있었던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정신을 자주 잃었다는 피해 여성들의 진술이 있는 만큼 그 사건에 혹시 마약 같은 약물이 사용됐는지도 반드시 밝혀야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처음 수사할 때 경찰이 사건의 핵심 인물이 마약을 구매했다는 증거까지 확보를 했는데도 검찰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계속해서 원종진 기자입니다.

<기자>

경찰은 지난 2013년 수사 과정에서 윤중천 씨가 필로폰을 구매했다는 정황들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마약을 판매했다는 A 씨와 A 씨를 윤 씨에게 알선했다는 B 씨로부터 2012년 8월 17일 새벽 2시 반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 IC 부근 교각 아래서 필로폰 0.3g을 윤 씨에게 250만 원에 팔았다는 진술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또 윤 씨 휴대폰 위치 추적을 통해 이 시각 윤 씨가 원주 별장을 나와 감곡 IC 부근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경찰이 확보한 이런 진술과 증거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 씨와 B 씨가 검찰 단계에서 진술을 바꿨고 경찰이 이들의 진술을 받는 절차적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검찰 불기소 이유서에는 경찰의 위치 추적 기록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위치 추적 기록까지 제출했는데 검찰이 절차를 무리하게 문제 삼아 묵살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윤중천 씨 벤츠 승용차에서 발견된 마약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는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검찰 관계자는 윤 씨의 차에서 발견된 마약을 윤 씨가 구매했다는 확증이 없어 증거로 인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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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과거 수사에서 미심쩍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이 사건은 결국 건설업자가 검찰의 고위급 간부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인데, 그렇다면 대가를 바란 뇌물일 가능성을 확인해 봐야 하는데도 뇌물 혐의는 아예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빠졌습니다. 그 이유 역시 석연치 않습니다.

이 내용은 김혜민 기자입니다.

<기자>

경찰은 동영상에 나오는 남성이 육안으로도 김학의 전 차관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검찰 수사팀 역시 만장일치로 김 전 차관으로 확신했다고 밝혔습니다.

1차 검찰 조사 당시 건설업자 윤중천 씨는 피해자들에게 용돈을 주면서 성관계를 갖기도 하고, 원주 별장으로 불러 다른 남자들을 접대하게 한 적이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춘천지검장, 2009년 울산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이었던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인 윤 씨에게 성 접대를 받았다는 정황은 명백했던 겁니다.

경찰은 수사 당시 뇌물수수 혐의를 집중적으로 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검찰에 이런 혐의는 송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수사 시점에 시효가 임박했었다는 이유 등을 들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김 전 차관이 성 접대를 받은 데 대한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뇌물 혐의를 배제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당시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진상조사단 측은 수사 당시 시효가 충분히 남았고 김 전 차관의 휴대전화나 계좌를 압수 수색하는 기본적인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뇌물수수의 공소시효는 최대 10년으로 동영상이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 2008년 2월 이후 이미 11년이 지나 설사 혐의를 입증해도 처벌은 어려운 상태입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소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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