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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열발전소, 아래 단층만 꾸준히 모니터링했어도…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4:20 ~ 16: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9년 3월 20일 (수)
■ 대담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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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지진, 지열발전 위해 물 집어넣는 활동이 지진 유발
- 적은양의 물 넣었는데 큰 지진…이런 경우는 처음
– 단층에 직접적으로 물 주입했기 때문에 큰 지진 발생한 듯
- 단층 유무, 꾸준히 모니터링 했어야


▷ 김성준/진행자:

오늘(20일) 정부 연구단 발표 결과, 지난 2017년 11월에 발생했던 포항 지진이 자연 지진이 아니고 근처 지열발전소 때문에 유발된 지진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지난해 이미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던,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전화로 연결해서 말씀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예. 안녕하세요. 김광희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제가 간단하게 요지를 말씀드리기는 했습니다만. 오늘 정부 연구단의 발표 내용을 교수님께서 전문적인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설명 좀 해주시겠습니까?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오늘 조사단의 결과는 2017년 11월 15일에 발생한 지진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지진인지, 아니면 산업 활동의 결과로 발생한 지진인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봤고요. 그 결과, 지진이 발생한 원인은 자연 지진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게 정부 연구단의 발표 결과라면. 그러면 근처 지열발전소가 이 지진을 유발했다고 확정할 수는 없는 겁니까?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그 당시 그 주변에서는 자연 지진 말고는 지하에 물을 집어넣는 지열발전 활동밖에 없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지열 발전을 위해서 물을 집어넣는 활동이 지진을 유발했다고 봐야하는 것이죠.

▷ 김성준/진행자:

지금 유발이라고 말씀하셔서 여쭙는데 오늘 발표 내용에도 유발지진, 촉발지진 이런 단어가 나오는데. 그 유발 또는 촉발은 지역의 지열발전소 말고는 유발이나 촉발할 만한 활동이 없었다는 말씀이신 거죠?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그렇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그 이후에도 여진이 많이 일어났잖아요. 그것도 지열발전이 유발했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그 이후에 발생한 지진들은 큰 지진들이 작은 지진들을 촉발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고요. 저희들이 이해할 때는 이번 지진이 물 주입이 없었어도 발생할 가능성이 컸었느냐 아니냐. 이것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될 것 같아요. 유발지진이냐 촉발지진이냐 하는 것들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쉬운 언어가 아닙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시기에는 오히려 이 지진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지진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지진인지.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쨌든 그런 연구 결과로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결론인 건데.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굉장히 높게 보여주는 게 지열발전인 건데 말이죠. 저희가 전에도 인터뷰하고 여러 차례 소개가 돼서 청취자 분들이 대충은 짐작을 하시겠지만. 이 지열발전이라는 것의 원리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고압의 물도 땅 속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하는데.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좀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기본적으로 지열발전이라는 것은 지표에 있는 차가운 물을 땅 속에 집어넣고, 땅 속에 뜨거운 지역이 있거든요. 이 뜨거운 지역에 찬물이 들어가면 따뜻해질 것 아니에요? 뜨거워진 물을 다시 지표 위로 끌어올려서 뜨거워진 물을 전기 생산을 하는 데에 사용하자는 것이 지열발전의 기본적인 원리고요. 물을 뜨겁게 데우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들어간 물이 지하에 잠시 머물러 있어야 하거든요. 이 지하에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만들 필요가 있어요. 그 장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고압의 물이 주입되는 것이죠.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이 지열발전이라는 것이 우리나라가 처음 시도하는 것도 아닐 것이고. 여기저기 전 세계에 지열발전소가 있을 텐데 유독 우리가 이런 지진을 유발할 정도의 지열발전을 했다면, 우리가 다른 나라와는 방법이 다른 겁니까, 뭘 잘못한 겁니까? 어떤 문제가 있던 건가요?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사실 어떤 식으로든 물을 땅에 집어넣으면 지진이 나는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처럼 작은 물을 집어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지진이 나는 경우는 없었어요. 이렇게 큰 지진이 난 이유가 우리의 경우에는 공교롭게도 물을 집어넣기 위해서 주입구를 만든 곳에 단층이 위치해 있었고요. 그 단층에 직접적으로 물을 주입했기 때문에 이렇게 큰 지진이 발생한 겁니다.

▷ 김성준/진행자:

단층이 있는 곳에 물을 주입했다. 다시 말해서 자연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구조인 곳에 물을 집어넣어서 더 문제가 생겼다. 이렇게 해석이 되는 건가요?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기존에 단층이 있었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기에는 언제든지 이곳에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또 다르게 말하면 그 지진이 언제 발생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100년 후에, 200년 후에 발생할지, 수천 년 동안 지진이 발생하지 않고 현재 상태가 계속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는데요. 어떻게 됐든 간에 그런 단층이 있는 지역에 물을 집어넣어서. 단층에 미끄럼 현상이 일어나도록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이죠.

▷ 김성준/진행자:

외국의 지열발전 같은 경우에는 예를 들어 단층까지 깊이 들어간다든지 이런 것들을 미리 조사를 다 해 조심하고 그러나요?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단층이 있는지 없는지 사전에 확인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관련된 공사를 하면서 특이사항이 있는지 없는지 꾸준히 모니터링을 했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큰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물을 집어넣자마자 지진들이 발생하고, 또 물을 집어넣자마자 더 큰 지진이 발생하는 현상들이 있었기 때문에. 작업을 계속하기 전에 왜 그런 현상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의심을 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는 작업을 했었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이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난해에 교수님이 연구 결과 발표하신 것들을 보니까 이 지열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하고 나서 굉장히 여러 차례 작은 지진들이 주변에 발생했던 것으로 나오던데. 그게 다 감지가 됐으니까 연구 결과에도 포함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정도가 감지가 됐으면. 저희가 지진에 대해서 잘 모르기는 합니다만. 이 정도 감지가 됐으면 무언가 불안감도 갖고 이걸 신경 좀 써봐야 되는 것 아냐? 이렇게 생각할 법 한데요.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지열발전소 측에서 따로 운영하고 있는 지진 관측 시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그런 지진 관측 시설에 분명히 제가 관측한 것과 같은 지진들이 관측되고 분석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서 대응하는 대응 매뉴얼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돼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지 못했던 것이 상당히 아쉽죠.

▷ 김성준/진행자:

그렇다면 지금 상태에서 앞으로도 또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되는 거잖아요. 이제 지열발전을 중단해야 하나요?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포항의 경우에는 그 지역에 단층이 있고 물을 집어넣으면 큰 지진이 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장소에서 지속적인 지열발전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고요. 다른 지역에서 지열발전을 할 때는 우리가 이번 포항지진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큰 지진이 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한 조치를 취하면서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우리나라에 포항 말고 지열발전 하는 곳이 여러 군데가 있습니까?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아직은 포항만 있는 상태고요.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예. 그렇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일단 포항은 가동을 중단해야 될 필요는 있겠네요. 좀 더 깊이 있는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요.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그렇죠. 일단 중지를 해야 되는데. 이 중지를 하는 방법도 그냥 덮어둘 것인지, 아니면 지하의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만약 우리가 추가적으로 조치를 해줘야 하는 것들이 있다면 조치를 해줘야 하는 것인지. 이런 것들은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 김성준/진행자:

더 이상 물을 주입하지 않으면 끝이다. 이건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그렇죠. 그것으로 끝은 아니고요. 지금도 그 지역에서는 작은 지진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그런 지진들이 어떻게 발생하고 있는지. 지하 4km에서 지진이 시작되고 물이 주입됐다고 하는데. 그 곳의 응력 상황은 어떠한지 지하수의 상황은 어떠한지 여러 가지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다면 추가로 지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면 취해야겠죠.

▷ 김성준/진행자:

그런 조치가 어떤 게 있을 수 있을까요? 지열발전소를 중단하는 것 말고.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해외 사례를 보면 지하에 압력이 어떻게 증가하는지 꾸준히 모니터링을 해오고 있고요. 그 모니터링 결과 위험 수준에 도달할 정도로 압력이 올라간다고 하면 압력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도 하거든요. 이런 연구들을, 이런 조치들을 취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그 지역의 압력 상태, 지진 발생 상태를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지열발전 중단만 하면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잘 챙겨야 한다는 것, 참 자연이라는 게 우리가 편하게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인간이 자연의 뜻을 거슬렀을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가 생기는 지 다시 깨닫게 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예. 고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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