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재산관리인' 이병모 "뇌물 전달 안 받아"…차명재산도 부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오랜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전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불법 자금을 받은 적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또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고 김재정 씨가 관리한 재산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고 진술한 내용도 뒤집었습니다.

이 전 국장은 오늘(20일) 서울고법 형사1부 심리로 열린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김백준 전 기획관은 2007년 하순경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현금 2억 원을 받아 증인에게 전달했다고 한다"고 묻자 이 전 국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몇 차례 김 전 기획관으로부터 돈을 전달받은 적은 있으나, 김소남 전 의원이 준 돈이라는 말은 들은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또 김 전 의원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이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에 대해서도 "목숨을 걸고 말하지만 재임 기간에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 대선 때에도 따로 만나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김 전 기획관이 지난해 1월 구속된 후 검찰에서 자수한 내용과 배치되는 겁니다.

다만 1심 재판부는 이 전 국장의 진술보다는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주된 근거로 삼아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로 예정된 증인신문에서 김 전 기획관이 얼마나 신빙성 있는 증언을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국장은 김재정 씨의 다스 지분과 부동산 등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고 한 진술도 번복했습니다.

그는 "김재정 씨가 관리하는 재산이 모두 이 전 대통령 재산이라는 의미로 '재산관리인'이라 생각한 적이 없고, 김재정 씨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다"며 "김재정 씨 재산의 실소유자가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김재정 씨의 상속 재산 현황 등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처남댁 권영미 씨의 판단과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국장은 "이 전 대통령은 보고 내용을 그냥 듣고 계시는 편이었고, 구체적으로 처분하라는 등 지시는 하지 않았다"며 "보고 문건에 적힌 '의견'이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의견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에서 김재정 씨의 재산이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라고 진술한 이유에 대해서는 "조사를 받다가 힘들다 보니 자포자기식으로 진술한 것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 국장은 검찰에서 45~46차례 조사를 받았고, 새벽까지 이어진 조사를 받은 적도 많았다며 "정확히 제대로 진술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구속 후에는 몸도 피곤하고, 2개월 사이에 10kg 가까이 빠졌다"며 "조서에 사인을 쉽게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