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나를 보호해준다고는 하지만"…악용될 수 있는 모바일 앱

[취재파일] "나를 보호해준다고는 하지만"…악용될 수 있는 모바일 앱
미국 뉴욕에 사는 아기 엄마 제이드 씨는 오후 3시만 되면 딸과 함께 산책을 시작합니다. 항상 하듯이 집 앞길을 따라 약국 앞을 지나고 놀이터, 옷 가게, 마트 앞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산책길로 이용합니다. 40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약국 앞에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피~!' 알람 소리와 함께 스마트폰에 올라온 메시지 때문입니다. 옷 가게 앞에서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는 메시지를 보고 산책을 포기한 것입니다. 제이드 씨는 스마트폰에 설치한 '시티즌'이라는 앱에서 보내준 경고 메시지를 본 겁니다.

시티즌은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앱입니다.

● '비지란트'가 원조

지난 2016년 10월 비지란트라는 새로운 앱이 구글 앱 스토어에 등장했습니다. 각종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앱은 스마트폰 사용자 주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각종 범죄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범죄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사고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과 청소년들의 모방 범죄 우려된다는 뉴욕 경찰의 발표가 나오면서 이 앱은 48시간 만에 앱 스토어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6개월 만에 이 앱은 새로운 이름과 새 기능으로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아기 엄마 제이드 씨가 사용하고 있는 '시티즌'입니다.
(사진=구글플레이 '시티즌' 어플 페이지)
● '시티즌'

시티즌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앱 사용자들이 목격한 사건 사고를 동영상과 함께 앱에 올리고 다른 앱 이용자들이 이것을 볼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입니다. 이 앱은 또 911에 접수된 사건 사고 위치와 상황을 이용자들에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반경 3m에서 발생하는 웬만한 사건 사고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또 사건 사고 사실을 경찰보다 더 빠르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통계를 보면 지난 2017년 뉴욕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모두 290건. 지난 2011년 이후 강력 범죄가 계속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남자라도 어두운 밤 시간에 거리를 걷기가 무서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시티즌과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여러 모바일 앱이 미국에서 서비스 중에 있습니다. citizen cop, crime alert, red zone. 레드존의 경우 시위가 끝이 질 않는 중동 상황을 보고 시민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갈수 있는 길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한 직장인이 만들었습니다.

2018년 4월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 브루노에 위치한 유튜브 건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이때도 시티즌은 주위에 있는 직원들에게 총격 사건을 알리면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앱을 통해 시민들이 사건 사고 현장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해 현장으로 모인다는 점입니다. 경찰은 일반 시민들이 이 앱을 이용해 사건 사고 현장으로 몰리게 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앱 사용에 반대 뜻을 밝히고 있습니다.

앱 개발자인 앤드루 프레임은 시민들은 진행되는 범죄 상황을 정확하게 신속하게 알고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시티즌 앱 사용자 중 피해를 입은 사용자는 없다며 사용자들이 현명하게 앱을 이용하고 있다는 설명합니다.

앱 사용에 대한 찬반 의견이 이렇게 나누어 지고 있는 가운데 시티즌 이용자들은 꾸준히 늘면서 이제는 뉴욕을 벗어나 샌프란시스코, 볼티모어, LA에까지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시티즌은 현재 12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사진=구글플레이스토어 홈페이지 캡처)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