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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영사] 판교 직딩 웃기고 울린 화제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21회 창비신인소설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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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책영사 67 : 판교 직딩 웃기고 울린 화제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21회 창비신인소설상 당선작)

이번 주 [책영사: 책과 영화 사이]에서는 지난해, 제21회 창비신인소설상 당선작이자 많은 직장인들의 '웃픈' 공감을 사고 있는 단편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장류진)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판교테크노밸리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지난 해 가을 계간 '창작과비평' 홈페이지에 공개된 후, 15만 뷰 이상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환장 소설', '판교리얼리즘', '극사실주의 스타트업호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습니다.

스크럼이라고 쓰고, 온갖 쪼임을 당하는 '아침 조회'이라고 읽는 업무 시간, 주인공 안나는 회사 제작 어플 '우동마켓'에서 이상한 행보를 보이는 사용자 '거북이알'에 대해 알아오라는 대표의 지시를 받습니다. 어플을 도배할 정도로 자주 올라오는 글 속 물건들이 장물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아침 스크럼에서는 대표에게 치이고, 업무 자리로 돌아와서는 개발자 케빈에게 치인 슈퍼 을 안나는 '미개봉 커피 머신' 구매를 빌미로 거북이알을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거북이알로부터 '우동마켓'의 헤비 유저가 된 그 뒷이야기를 듣게 되죠. 왜 우동마켓에 미개봉 새 제품들을 인터넷 최저가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당당하고 멋있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어쩔 수 없는 슈퍼 을의 사연이 담겨있었습니다. 안나의 우동마켓과 거북이 알은 과연 상생할 수 있을까요?

텍스트 파일을 인쇄해서 보는 것보다 모바일, 모니터 환경으로 봐야 더욱 글맛이 사는 단편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온라인에 떠도는 일반인들의 후기, 경험담 등을 읽는 것처럼 휙휙 읽힙니다. 그래서 '소설'과 같은 정통문학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견을 내놓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정통성과 거리가 먼 만큼 아주 신선합니다. 서른 살 초반의 젊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독립 예술 영화의 분위기를 기대하셨다면 그와도 아주 다릅니다. 단편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은 내 파티션 너머의 누군가가 쓴 것만 같은 실감 나는 직장인들의 소설입니다.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직무와 큰 관계없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이기도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갑질 때문에 만나게 된 안나와 거북이알, 이 미생들이 꿋꿋하게 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직장인들은 이 두 사람에게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과 나를 동일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나에게 위로를 받게 되겠죠. 어쩌면 안나와 거북이알의 모습을 통해, 이 소설은 에세이 <일의 기쁨과 슬픔>을 통해 알랭 드 보통이 세상에 던진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하는 질문에 나름의 대답을 던진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 <리틀포레스트>에 나의 일상, 삶, 그리고 지친 나를 쉬게 하는 소소한 행복이나 작은 위로를 '작은 숲'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고 언제라도 돌아가서 쉴 수 있는 작은 숲을 하나씩 가져야 한다고 말하죠. 안나의 최애 조성진, 거북이알의 람보, 마쎄, 페라처럼 말입니다. 이 짧은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여러분들의 삶에 '작은 숲'까지는 되지 못하더라도, 작게나마 웃으며 지친 일상을 달랠 수 있는 한 잔의 커피가 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글: 인턴 설선정, 감수: MAX, 진행: MAX, 출연: 남공, 안군, 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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