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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아침마다 '신선 식품'…한밤의 배송 전쟁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와 생활 속 경제 이야기 나눠봅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제가 보통 새벽 4시 전에 집을 나서는데 그때도 택배 차량이 꽤 왔다 갔다 하는 모습 볼 수 있어요. 특히 요즘 더 눈에 띄는데, 이게 '신선식품' 새벽 배송 이게 늘어서라고요?

<기자>

네, 지금 뉴스 보고 계신 분들 중에도 방금 막 문밖에서 들여온 것으로 간단하게 아침 요기하고 계신 분들 있을 것 같은데요, 새벽의 음식 배달이라고 하면 과거에는 달마다 미리 시켜놓는 우유배달 정도였습니다.

요즘은 전날 밤 11시 정도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바로 몇 시간 뒤인 아침에 계란이나 고등어 같은 신선식품이 집 앞에 와 있습니다.

요새는 워낙 뭘 시켜도 빠르게 오니까 먹을 것도 그렇겠지 할 수 있지만,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신선식품들을 이런 식으로 배송받는 것은 사실 일반 공산품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일입니다. 상할 수 있잖아요. 재고를 두는 데 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신선식품은 전에는 보통 주문을 먼저 받고 취합을 해서 팔릴 양이 가늠이 돼야 산지에서 배송을 시작하게 짜여 있었습니다.

그런 시스템에서는 전날 밤 11시에 주문한 것을 오늘 아침에 받을 수는 없습니다. 단시간 새벽 배송을 할 수 있는 것은 ICT 기술의 발달과 함께 빅데이터를 이용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요즘 새벽 배송으로 유명한 한 회사의 경우에는 각각의 식품에 대한 지금까지의 주문량을 바탕으로 해서 오늘, 더 나가서 시간대별 주문 물량이나 물동량 같은 걸 예측을 하고요. 그 예측을 바탕으로 미리 신선식품을 쟁여두고 운반합니다.

예측이 많이 틀리면 버려야 될 양이 많아져서 장사를 못 하겠죠. 그런데 그 폐기율이 1% 안팎에 그치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하기 때문에 신선식품 반나절 배송, 새벽 배송이 시작됐습니다.

<앵커>

사실 편리하고 신선한 만큼 가격이 싸지는 않을 텐데, 최근 경쟁이 되게 치열해지고 있다고요?

<기자>

가격도 그렇지만 사실 신선식품을 온라인으로 시켜 먹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치약을 온라인으로 산다고 하면 마트에서 사는 것과 똑같은 게 오지만, 과일이나 고기 같은 것은 그래도 내가 눈으로 직접 보고, 한번 두들겨도 보고 사야 안심할 수 있다는 주부 9단들 많이 있으시잖아요, 하지만 평소에 그렇게 장을 보러 갈 시간이나 상황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지금 우리나라 부부들 중에서 절반 가까이가 맞벌이고요, 그리고 요즘 늘 얘기 나오는 1인 가구가 또 세 집 중 한 집입니다. 아침은 물론이고 저녁에도 퇴근하고 장을 또 보러 가고, 와서 요리하고, 그걸 또 치우고 하기 어렵죠.

이렇다 보니까 말씀하신 가격 부분도 있고, 또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사는 것에 대해서 약간 거부감도 남아 있지만 이런 새벽 배송, 신선식품 반나절 배송에 수요가 점점 더 많아져서 대기업, 스타트업 가릴 것 없이 뛰어들어서 선점 경쟁이 치열한 상황입니다.

<앵커>

이런 신선식품이나 몇 년 전부터 유통업계 화두로 떠오른 반조리 제품 이런 것들은 사실 집밥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외식도 아닌 것이 애매한 식사, 이런 것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집밥과 외식 사이 어딘가입니다. 요즘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것은 사 오거나 배송받아서 집에서 혼자 먹는 것입니다.

외식산업, 음식점이랑 주점업계가 최근 3년 동안 계속 역성장했습니다. 집밥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는 아닌데 전통적인 외식 쪽이 어려운 겁니다.

경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반면에 신선식품 구매 규모는 지난해만 해도 2017년보다 10% 정도 늘었습니다. 말씀하신 것 같은 온라인 배송의 비중이 커진 것이 큽니다.

여기서 하나 생각해 볼 게 집밥과 외식 사이를 파고들어서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새로운 음식 유통업들, 온라인 배송, 반조리식품 이런 것은 이런 새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스타트업이라도 고급 IT 인력들이 선점을 하게 됩니다.

기존의 영세 자영업자들은 이렇게 변하는 외식산업 분위기에 적응해서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쨌든 이런 새로운 영역이 계속 비중을 키워갈 것은 명백하거든요, 기존의 영세업자들에 대한 교육이나 지원책 같은 것을 정책 면에서 좀 더 치밀해야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고요. 하나 더 짚어보자면, 이 새로운 방식의 식품 유통에서는 요즘 쓰레기 문제가 얘기 많이 나옵니다.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상품의 특징 때문에 그냥 일반 공산품 택배보다 포장재가 더 많이 나오게 되니까요. 앞으로 이런 포장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날 텐데, 친환경 소재 개발에도 좀 더 힘을 쏟고, 좀 더 포장을 간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이 같이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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