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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발 긴장 스멀대는데 갈라진 두 목소리

[취재파일] 북한발 긴장 스멀대는데 갈라진 두 목소리
베트남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거론되더니 8일에는 복구가 완료된 모습이 민간 위성사진을 통해 공개됐다. 평양 인근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미사일이나 로켓을 운반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북한이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단하긴 이르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다시 긴장이 높아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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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남북 경협 추진하겠다는데

하노이 이후 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방향은 아직 구체화되고 있지는 않다. 아직은 하노이 결렬의 상황을 되짚어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나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고내용을 보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며 남북 경협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남북 경협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틀에 묶어 두고, 교착에 빠진 북미대화를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촉진하고 북한에 밝은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한반도 비핵화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남북 호혜적 사업"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미 국무부의 고위당국자는 8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한 제재 면제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사실 불과 얼마 전 하노이에서 북한이 영변 외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아 미국이 제재 해제를 못 해주겠다며 회담이 결렬된 상황인데, 남북 경협에 대한 제재 면제를 논하는 것을 미국이 수긍할 리 없다. 미국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 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중단된 북미대화의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남북 경협을 매개체로 삼겠다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의 결렬이 영변 외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데 기인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문제가 먼저 풀려야 다음 단계의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 먼저 북한과 접촉해 북한으로부터 영변 외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받고, 이러한 북한의 의사를 미국에 전달해 일부 제재의 완화를 논의하는 것이 일의 순서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재개도 미국과 일부 제재의 완화를 논의하는 시점에서야 거론될 수 있다.

● 보수세력, 대북정책 비판하지만

국내 보수세력 쪽에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하노이 담판 결렬로 그동안의 대북정책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며, 정부가 북한 비핵화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경협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며, 북한 핵 폐기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북한 비핵화의 진정성이 담보될 때까지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할 것을 촉구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될 때까지 제재 공조에 주력하라는 취지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지금의 협상이 완전히 결렬됐을 경우의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면 이러한 정책이 철회됐을 경우에 다른 방법으로 북한 비핵화를 강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제재와 압박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북한 비핵화를 강제할 수 있는 '만능의 해결책'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의 협상 국면이 파탄 날 경우 상황은 위기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예전에도 익히 있었던 기억들,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미국은 전쟁을 위협하는 시기가 다시 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위기는 지금까지 우리가 접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위기는 대화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위기였지만,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최고 수준의 대화에도 불구하고 접점을 찾지 못해 벌어지는 위기는 대화의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진보-보수 간 대립보다는 실용적인 대책 찾아야

결과적으로 그런 위기가 닥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협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지금은 위기로 가는 길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해봐야 하는 시기다.

정부는 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 하에 남북 경협을 주장하기에 앞서 영변 외 비핵화의 의지를 북한으로부터 확인받는 작업에 먼저 나서야 하고, 보수세력도 정부를 비판하기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비핵화 의지를 밝힌 만큼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지키라"며 북한에 먼저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적대적 분열 하에 놓여 있는 우리 사회 진보-보수의 구도에서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 당장은 시원할 수 있지만, 그런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한반도에 위기가 오면 그 위기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진보-보수 한쪽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서로에 대한 비판보다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보다 실용적인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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