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연합훈련 종료? 축소? 조정?…"동맹은 훈련한다"

[취재파일] 연합훈련 종료? 축소? 조정?…"동맹은 훈련한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어제(3일) 한미연합 지휘소 연습과 실기동 훈련의 실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지휘소 훈련, 즉 컴퓨터 시뮬레이션 워게임(war game)인 키 리졸브(Key Resolve·주요한 결의)는 당초 '19-1' 훈련으로 부르겠다는 계획을 변경해 '동맹(Alliance) 연습'으로 명명했습니다. 오늘(3일)부터 9일간 진행됩니다. 3월 중하순에 시작하는 한미연합 실기동 훈련 독수리 훈련은 명칭은 아예 버리고 일 년 내내 나눠서 소규모로 실시합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키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이 종료됐다",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됐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축소됐다", "조정됐다"고도 말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한미연합 지휘소 연습은 이름을 바꿔 기간과 병력을 좀 줄여서 합니다. 한미연합 실기동 훈련은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고 연중 나눠서 실시합니다. 훈련은 하되 정세에 맞춰 좀 조용히 하는 겁니다.

작년 11월, 12월부터 이미 구체적으로 예고됐던 바입니다. 다만 어제 국방부가 공식 발표를 했을 뿐입니다.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결렬돼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견인하기 위해 한미가 연합훈련에 손을 댄 게 아닙니다. 정상회담이 성공했다고 해도 어제 발표 내용은 같았습니다.

한미연합 연습과 훈련이 예년과 좀 달라졌다고 해서 편을 나눠 환영하고 비판할 일이 아닙니다. 한미 동맹은 본질적으로 군사적 관계여서 언제나 훈련합니다. 또 훈련은 정치인들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조정될 수 있습니다. 민군관계(民軍關係)는 문민(文民) 우위(優位)가 확고한 원칙이어서 문민 정치인의 판단을 심부름꾼인 군은 따라야 합니다. 문민 정치인의 정책 판단은 별도로 평가할 대상입니다.

● 훈련은 계속된다!

한미연합 새로운 지휘소 연습 '동맹'이 오늘부터 시작됐습니다. 12일까지 9일간 실시됩니다. 구(舊) 키리졸브는 2주간 했습니다. 첫 주는 북한의 공격을 상정해 방어하는 시나리오를, 두 번째 주는 반격,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익힙니다.

주말 이틀 빼면 동맹 훈련은 7일 간 합니다. 방어 위주로 훈련할 수밖에 없습니다. 축소되고 조정됐지만 안 하는 것보다 상상 이상으로 낫습니다. 지휘소 연습은 주어진 각종 상황에서 어떤 전술을 구사해서 적을 무찌를지를 한미 장교들이 손발을 맞춰 보는 과정입니다. 합이 맞으면 공격이든 방어든 한미 장교들의 연합작전능력은 향상됩니다.
한미 연합 키 리졸브 지휘소 연습 중인 장교들
작년 8월 한미연합 지휘소 연습 프리덤 가디언은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결정으로 취소됐습니다. 오늘 시작된 동맹 훈련은 한미연합 지휘소 연습의 재개(再開)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합참의 고위 관계자는 "기간이 짧아도 지휘소 연습을 1년에 2번 정도 하면 대비태세 유지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병력과 장비가 동원되는 대규모 실기동 훈련인 독수리 훈련의 조정도 한미 연합 전력 유지에 큰 문제없다는 게 군 지휘부의 판단입니다. 하긴 하는데 쪼개서, 나눠서 하는 겁니다. 그래서 별도로 명칭을 붙일 수도 없습니다.

실기동 훈련에는 돈이 드는 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하노이 기자회견에서 "돈 많이 든다", "중단하겠다"고 잔소리 늘어놓은 훈련이 바로 한미연합 실기동 훈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도 트위터에 같은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한미 동맹은 1954년 발효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토대로 맺어진 군사 동맹입니다. 연합훈련을 안 하면 동맹은 와해됩니다. 그래서 훈련은 꼭 합니다. 주한미군은 물론이고 주일미군도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따라 동북아에서, 한국에서 훈련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집권 기간에는 돈 문제로 잡음이 종종 나올 테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성공을 위해 마땅히 템포도 조절됩니다. 역으로 남북, 북미 관계가 뒤틀리고 북한이 도발을 재개하면 미군의 전략무기는 오지 말라고 해도 오고, 연합훈련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강화되는 법입니다.

● 문민통제의 원칙

전·평시를 떠나 군을 지휘하는 건 군 통수권자입니다. 문민 정치인이 군을 지휘하는 게 민주사회의 흔들릴 수 없는 원칙입니다. 문민통제, 문민우위의 민군관계를 거부하지 않는 한, 한미 정부의 훈련 조정·축소의 방침은 굳건히 지켜져야 합니다.

군사정책은 문민 정치인이 고위 장교단과 긴밀하게 대화하며 결정해야 하는 것도 원칙입니다.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축소·조정 방침을 확정하는 과정에서는 민군 간에 건설적인 대화가 오고 갔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은 몰라도 한국에서는 그런 소통이 잘 보이지 않아 걱정입니다. 육군의 한 현역 장성은 "민군관계는 정치학 교과서에서도 다뤄지는 핵심적 안보 이슈"라며 "정치인과 군인 간에 불평등하긴 해도 활발한 대화가 있어야 올바른 정책이 수립 및 이행되는데, 요즘엔 일방적인 지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