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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입고 총 들고…숨은 여성 독립투사 '박차정'

<앵커>

고백하자면 저도 그렇고요, 독립투사들 아는 분 얘기해보라고 하면 김구 선생, 안중근 의사하다가 그치는 게 대부분일 겁니다. 그만큼 연구도 덜 됐고, 알리는 일도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한분 한분 일생을 찾아보면 가슴 뜨거워지고 또 많은 깨우침을 얻게 됩니다. 여성 부대를 이끌고 전투를 벌였던 박차정 의사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박병일 기자가 그녀의 삶을 돌아봤습니다.

<기자>

경북고속도로 부산 만남의 광장에 총을 든 채 서 있는 대형 동상.

바로 박차정 의사입니다.

[이준설/의열기념관 학예사 : 여성 독립운동가 동상에서 유일하게 군복을 입고 총을 든 현재 유일한 동상입니다.]

박차정 의사는 경술국치의 해인 1910년, 부산 동래에서 태어났습니다.

9살 되던 해, 부친이 일제의 수탈에 비분강개해 자결하고 이듬해 집 근처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을 보면서 일찌감치 항일 의식이 자라납니다.

고교 시절 부산지역 동맹 휴교를 주도했고 졸업 후에는 서울 11개 여학교가 시위를 벌인 이른바 '근우회'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두 차례나 옥고를 치렀습니다.

이후 일제의 감시를 피해 중국으로 망명한 박차정은 의열단장인 약산 김원봉을 만나면서 항일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영화 '암살' (2015) : (너 뭐 하는 놈이야?) 가 선생께 전하시오.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요.]

김원봉은 영화 암살에서 조승우가 열연한 인물로 중국에서 항일 무장 투쟁을 이끌던 독립투사입니다.

박차정은 22살에 김원봉과 결혼해 의열단 핵심 간부로 일했으며, 이후 남경 조선 부인회도 결성해 여성 투쟁을 독려했습니다.

[이송희/신라대 명예교수 : 여성들에게 바로 '우리가 이제 민족해방운동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자. 우리도 전투에 나가자.' 이런 얘기들이 여기서부터 나오기 시작해요.]

박차정은 1939년 중국 장시성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한 채 1944년, 서른넷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녀의 유골은 현재 경남 밀양 야산에 외롭게 묻혀 있습니다.

해방 후 남편 김원봉이 환국하면서 늘 곁에 두겠다며 자신의 고향 땅에 묻고는 월북했던 겁니다.

항일독립투쟁에 일생을 바쳤지만, 그녀는 광복 이후 오랫동안 사회주의자라는 논란 속에 1995년에서야 건국훈장을 받았습니다.

[강대민/경성대 명예교수 : 박차정 의사뿐만 아니고 많은 여성독립 운동가들이 연구가 거의 안 되어 있다는 거죠.]

지난해 말 기준으로 독립유공자는 15,180명. 이 가운데 여성은 357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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