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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향력도 없는 정당"…與 진정성 무너뜨리는 '1당 수석대변인'의 말

[취재파일] "영향력도 없는 정당"…與 진정성 무너뜨리는 '1당 수석대변인'의 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설화가 끊이질 알고 있습니다. 한 번은 실수라고 하더라도 논란이 이미 일기 시작한 사안에 대해서도 구설수가 반복된다면 고개를 젓게 되기 마련입니다. 어제는 여당이자 제1당의 수석대변인이 야당 최고위원에게, 서로 엮이는 게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미니 정당'이고 '영향력도 없는 정당'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나왔다고는 쉽게 믿어지지 않았던 이 발언, 그 시작은 어디부터였을까요. 이번 논란의 첫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먼저 민주당 최고위원인 설훈 의원의 인터뷰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설 의원은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대, 특히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민주당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기본적으로 교육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20대가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는데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에 지지율이 낮은 거란 지적이 있다는 이어진 질문에, 젠더 갈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교육 이야기를 한 번 더 꺼냈습니다. 정확히는 잘 모른다는 애매한 사족도 함께였습니다.

자신이 속한 당의 지지율이 낮은 원인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에 문제는 없는지, 좀 더 해당 세대나 계층에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기는커녕 오히려 그들 탓을 하는 듯한 태도. 곧바로 반발을 샀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20대는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는 논리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책임 있는 정당, 특히 여당 최고위원이 하기엔 부적절한 발언으로 평가됐지만, 설 의원은 일반론적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실언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 교육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20대가 어떠한 판단을 내린다면 그 역시도 교육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취지라는 겁니다. 야당과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나서야 설 의원은 "모든 책임이 열악한 교육 환경을 만든 자신을 포함해 여야 정치권과 기성세대에 있다는 것"이라며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상처가 된 분들이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나자 또 다른 의원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설 의원의 인터뷰가 보도되기 전 이미 공개 토론회에서 나왔던 발언입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이후 열린 <5·18 망언과 극우정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였습니다. 민주당 수석대변인 직을 맡고 있는 홍익표 의원은, 일본과 흡사하게 우리나라도 2000년대 중반부터 중도 보수였던 당시 한나라당이 급격하게 우경화됐다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교육을 꼽았습니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북한을 적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30% 가까이 줄었다며, 정의로운 역사에 대한 교육 문제, 민주주의 교육, 평화 인권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젊은 층의 극우 세력화를 막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20대의 민주당 지지율이 낮은 이유로 교육을 꼽았던 설 의원의 발언과는 맥락에 차이가 있지만 이를 함께 언급한 기사가 나오면서, 또 야권이 두 의원의 발언을 한데 묶어 '20대를 교육도 못 받고 반공 교육에 세뇌된 미개한 존재로 보는 거냐'며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20대 청년과 관련해 소속 당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깊은 유감과 함께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힌 겁니다. 20대들이 겪고 있는 불평등, 불확실성, 그리고 절망감에 대해 기성세대로서 안타깝고 미안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홍 원내대표의 사과 발언이 나왔던 최고위원회의 자리에는 설훈 의원도 있었지만 자신의 발언에 대해 다른 언급을 하진 않았습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홍익표 수석대변인(사진=연합뉴스)
홍익표 의원은 달랐습니다. 홍영표 원내대표의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이야기는 20대 지지율에 관한 것도 아니었고 20대가 다른 세대보다 남북 관계, 통일 문제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다 나온 설명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발언을 왜곡해 갈등을 확대시키는 일부 언론과 야당, 특히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인 하태경 의원이 당시 발언이 나왔던 토론회에 함께 있었음에도 '홍 의원이 유럽의 신나치까지 거론하는 극단적 선동을 했다'는 등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고소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어제 아침에 터져 나왔습니다. 홍 의원이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발 더 나간 겁니다. 논란과 관련해 홍 의원의 입장을 들은 뒤 진행자인 김어준 씨가 하태경 의원과 담판할 자리를 마련하면 나오겠냐고 질문했는데, 홍 의원은 '엮이는 게 좋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자신은 1당의 수석대변인인데 상대는 소수 정당이라는 겁니다. 하태경 의원도 자당 최고위원이라고 맞받은 진행자에게, 홍 의원은 "그래도 미니 정당이고 영향력도 없는 정당"이라면서 "정치적 논란을 만들어서 자기 몸값을 올리려고 하는데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공방의 당사자인 하태경 의원에 대한 비판을 넘어, 1당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위치는 매우 특별하다는, 그래서 소수 정당 의원과는 다르게 대접받아야 한다는 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는 듯한 발언, 미니 정당이고 영향력도 없는 정당이라며 상대를 폄하하는 발언은 당사자인 바른미래당은 물론이고 다른 야당들을 모두 분노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논란이 일자 홍 의원은 바른미래당에 대한 일부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김관영 원내대표에게 이해를 구했다고 기자들에게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홍 의원을 가리켜 '오만의 끝판왕'이라며 수석대변인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역시 '전형적 갑질 마인드의 표상', '막말 연타석 홈런', '소수 정당에 대한 거대 정당의 갑질'이라며 일제히 비판했습니다. 하태경 의원도 '청년 비하나 바른미래당 비하나 본질은 같다'면서 '젊은 층, 소수 층을 얕잡아 보는 오만한 불통 꼰대 마인드'라고 맞받았습니다. '거대 여당 수석대변인께 감히 대들어서 송구하다'며 또다시 비꼬기도 했습니다.

굳이 일어날 필요가 없었던 불필요한 언쟁과 논란에 또 얼룩진 국회. 제도적인 개혁으로 안정적인 집권 3년 차를 만들어 가겠다던 여당인데, 진중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보다는 잇따른 설화나 구설수의 진원지로 각인되고 있습니다. 국회를 출입한 지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제가 그동안 민주당 이곳저곳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민생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말이었는데, 그 말을 많이 듣는 게 무색할 만큼이나 자주 본 상황, '정쟁 국회'가 또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선거제 개혁안뿐 아니라 다른 개혁 입법 사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 즉 패스트트랙으로 진행하기 위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과의 공조를 추진하려던 민주당으로서는 갑작스러운 난관에 부딪쳐 버린 셈이기도 합니다. 홍 의원의 발언 이후 바른미래당 내에서 공식 사과 없이는 원내 사안 공조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20대 발언 논란 이후 20대의 절망감과 상실감을 우리 정치가 포용하지 못했다면서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위해 원내에 '청년 미래 기획단'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동안 청년 관련 정책들을 내놨지만 충분하게 의지를 갖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청년과 당을 잇는 소통과 공감을 장을 만들 것이라는 겁니다. 잇따른 논란을 봉합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입니다. 하지만 이런 구설수가 하나둘씩 반복될수록 민주당을 보는 시선에는 '진정성에 대한 의심'도 함께 담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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