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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상청을 위한 변명 ① - 강수 예보 정확도는?

[취재파일] 기상청을 위한 변명 ① - 강수 예보 정확도는?
구라청, 오보청, 중계청, 청개구리 기상청, 오락가락 기상청…. 기상청은 참 별명도 많다. 중앙부처 가운데 기상청만큼 별명이 많은 기관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지난 2월 15일 출근길,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기상청은 서울에는 15일 새벽부터 아침 사이 눈이 날리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예보가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기상청은 새벽 5시 예보에서 눈이 조금 올 것으로 수정했고, 7시 15분에는 수도권의 예상 적설을 1~3cm 다시 수정했다. 예보라기보다 중계하기 바빴다. 당연히 출근길 큰 혼잡이 빚어졌다. 국민들의 질타가 쏟아진 건 물론이다.

● 강수유무정확도 92.8%

그렇다면 기상청의 강수 관련 예보정확도는 얼마나 될까? 눈이나 비와 관련해서 예보정확도를 따질 때 널리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강수유무정확도(ACC, Accuracy)와 강수맞힘률(POD, Probability of Detection )이 그것이다.

우선 강수 예보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4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아래 표 참조). 눈이나 비 예보를 했을 때 실제로 눈이나 비가 내린 경우(강수 맞힘)와 강수 예보가 빗나간 경우(M), 그리고 강수 예보가 없었는데 실제로는 눈이나 비가 온 경우(강수 놓침)와 예상대로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은 경우(강수 없음 맞힘)다.
[취재파일] '구라청'을 위한 변명①...강수 예보 정확도는?
강수유무정확도(ACC)는 특정시간과 지역에서 개개의 예보와 관측이 일치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위 표에서 4가지 전체 예보 건수 가운데 강수를 맞힌 경우(H)와 강수가 없음을 맞힌 경우(C)의 비율로 산정한다. 당연히 100%에서 강수유무정확도를 뺀 나머지는 예보가 틀린 경우로 눈이나 비를 예보하지 않았는데 눈이나 비가 온 경우(F)와 눈이나 비를 예보했는데 실제로는 눈이나 비가 오지 않아 예보가 빗나간 경우(M)의 비율이 된다.

강수유무정확도(ACC)를 수식으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취재파일]'구라청'을 위한 변병①...강수 예보 정확도는? 사진자료
이 같은 방법으로 정확도를 산출할 경우 기상청의 강수유무정확도(ACC)는 90%를 넘어선다. 2018년의 경우 연평균 강수유무정확도는 92.8%나 됐다(아래 그림 참조). 8월이 87.5%로 가장 낮았고 10월이 95.6%로 가장 높았다. 전반적으로 가을과 겨울의 정확도가 조금 높고 여름철 정확도가 조금 떨어진다.
2018년 월별 단기예보 강수유무정확도(ACC), 강수맞힘률(POD)(자료: 기상청)
강수맞힘률 65%

하지만 이 같은 예보정확도 산출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일수는 지역에 따라 100일 안팎에 불과하다. 2018년 서울에 0.1mm 이상 강수가 있었던 날(강수일수)은 104일, 2017년은 102일이었다. 260일 정도는 눈이나 비가 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을처럼 대체로 맑은 날씨가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하면 예보는 당연히 맞게 된다. 아무런 계산 없이 내일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예보를 해도 1년에 260일 정도는 예보가 맞는다는 뜻이다. 단순하게 강수유무정확도를 산출하면 70%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같은 기상 조건에서는 강수유무정확도에 강수가 없는 날 '강수 없음'을 맞힌 경우(C)가 과도하게 반영되는 문제점이 있다. 일반인이 느끼는 것보다 정확도가 훨씬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 이 같은 강수유무정확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강수를 예보한 날의 정확도, 그러니까 눈이나 비를 예보했을 때 실제로 눈이나 비가 왔는지 아니면 예보가 빗나갔는지만을 따져 보자는 데서 출발한 것이 '강수맞힘률'이다.

강수맞힘률(POD)를 수식으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다.
[취재파일]'구라청'을 위한 변병①...강수 예보 정확도는? 사진자료
위 그림에서는 강수맞힘률을 강수예보정확도와 비교하기 위해 백분율(%)로 표시했다(위 그림 참조). 2018년 월별 단기예보 강수맞힘률을 보면 4월이 83%로 가장 높고 7월과 9월은 51%에 불과했다. 7월과 9월에 기상청이 비가 온다고 예보한 경우에 실제로 비가 온 경우는 절반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눈이나 비 예보 두 번 가운데 한 번은 틀린 것이다. 7월과 9월의 강수유무정확도와 비교해도 40% 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2018년 연평균 강수맞힘률은 65%로 나타나고 있다. 연평균으로 봐도 강수 예보는 10번 예보 가운데 3~4번은 빗나간 것이다. 연평균 강수유무정확도(ACC)와도 3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 국민 체감 예보정확도 62.3%…엄격한 정확도 산출 필요

강수 관련 예보정확도를 조금 더 엄격하게 정의할 수도 있다. 강수맞힘률의 경우 강수 예보는 없었지만 눈이나 비가 내린 경우(강수 놓침)는 빠져 있는데 이를 포함시키는 것이다. 예보가 없었는데 눈이나 비가 내리면 예보를 믿고 있던 사람들은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강수 놓침까지 고려한 정확도를 '강수예보정확도'라고 이름 붙인다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취재파일]'구라청'을 위한 변병①...강수 예보 정확도는? 사진자료

강수 놓침(M)이 분모로 들어가기 때문에 강수예보정확도는 강수맞힘률과 동일하거나 그보다 작아질 수밖에 없다. 강수 놓침 건수가 없다면 강수맞힘률과 같지만 강수 놓침 건수가 단 한 건만 있어도 강수예보정확도는 강수맞힘률보다 작아진다. 물론 강수유무정확도나 강수맞힘률, 강수예보정확도 모두 강수 여부만 고려하고 있을 뿐 강수량의 많고 적음은 고려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강수 관련 정확도는 어떻게 산출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맑은 날이 이어질 때 맑다고 예측하는 것도 당연히 예보인 만큼 기상청은 전체 예보 건수를 포함하고 정확도가 높게 나타나는 강수유무정확도(ACC)를 널리 알리고 싶을 것이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나 눈 예보에 민감하고 실제로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받는 국민들은 강수 관련 정확도를 강수맞힘률(POD) 또는 강수예보정확도처럼 보다 엄격하게 산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상청도 강수맞힘률이나 강수예보정확도처럼 강수 관련 예보정확도를 보다 엄격하게 산출해서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강수 예보에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해 개선하고 또 국민도 그 내용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기상청의 예보정확도는 강수맞힘률과 비슷하다. 기상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이 체감하는 기상청의 예보정확도는 68.9%에 불과하다. 10번 가운데 3번 이상 틀린다고 느끼는 것이다. 기상청의 강수 관련 정확도가 이렇게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파일] 기상청을 위한 변명 ② - 정확도가 낮은 이유는? 에서 이어간다.

<참고문헌>

* 기상청, 2108 월별 단기예보 강수유무정확도(ACC), 강수맞힘률(POD)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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