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들이면 절대 못 끊어"…수백 써가며 '마약주사 쇼핑'

SBS 뉴스

작성 2019.02.25 10:3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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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우유 주사'로 불리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 각종 수술에 널리 쓰이지만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이기도 합니다. 정부가 오남용을 막겠다며 프로포폴 사용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는 시스템까지 만들었지만 실상은 반나절에 병원 세 군데를 돌며 프로포폴을 맞아도 깜깜이였습니다.

거침없이 간다, 장민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앞.

한 여성이 잠에서 덜 깬 듯 병원 직원의 배웅을 받으며 건물을 나섭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이른바 '콜 뛰기' 차량에 타더니 곧장 다른 병원으로 향합니다.

[A 씨/유흥업소 직원 : 나 지금 돈 갖고 (병원으로) 갈게. 돈 갖고 간다고. 아 간다. 몰라. 돈 갖고 간다.]

5분 뒤 다른 병원에 도착하고 두 시간 뒤 두 번째 병원에서 나와 곧바로 또 다른 병원을 찾습니다.

[A 씨/유흥업소 직원 : 한 군데만 더 갈게. (어디?) 지금 전화해볼게. (아, 징그럽다 진짜로….)]

반나절 만에 성형외과, 피부과, 산부인과, 총 세 곳을 들른 이 여성.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맞았다고 합니다.

[B 씨/'콜뛰기' 운전기사 : 그렇게 (매일) 도는 사람이 있는 반면, 또 일주일에 한두 번 가는 사람도 있어요. 꼭 가요. 돈이 없어서 조절해서 가는 거겠죠. 중독이 그렇게 심하다, 본인 입으로도 이야기를 해요. 이거 한번 맛 들이면 절대 못 끊는다.]

가격은 한 번에 수십만 원, 1천만 원짜리 한 달 회원권도 있습니다.

[C 씨/프로포폴 투약 경험 여성 : 최하가 20만 원부터 30만 원, 근데 이게 10분 있다 깨고 5분 있다 깨고 이렇잖아요. 그러니까 한 번 가서 100만 원 이상 쓰고 나오는 거죠. 200(만 원)도 쓰고….]

제보에 들어온 병원 8곳 중 4곳을 가봤습니다.

불법 투약은 안 한다면서도 의존 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찾는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병원 원장 : (중독 의심으로) 문제가 됐던 (환자) 리스트를 저희가 열두 명인가? 그래서 입수를 했어요. 그분들이 보통 보면 한 명은 아니신 것 같더라고요. (환자가 신분을 속이고) 마음먹고 들어오면 저희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병원 간호사 : 주삿바늘 자국이 많다든지 (그런 분도 오시는데) 아침까지 일하시는 분들이 오시는 경우가 많아서…. 그게 술을 드시고 오신 건지, 약을 하시고 오신 건지 (불분명합니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프로포폴을 취급하는 전국 모든 병원에서 사용 내역을 실시간 보고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보건소는 관할 구역 내 프로포폴을 다루는 병원이 몇 곳인지도 모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는 전산 정보에 지자체 보건소는 접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 : (환자의) 개인정보나 이런 것 때문에 (지자체와) 공유가 힘든가 봅니다. 아마 2020년쯤에는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고 지금(추진)하고 있고요.]

식약처는 자체 특별점검을 통해 불법 투약 의심 사례를 찾아 수사 의뢰를 한다고 하는데 시스템이 구축된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실제 수사 의뢰는 단 1건에 불과했습니다.

[이정만/서울 보라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식약처와 지자체 보건소가) 서로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정밀한 관리가 될 것 같습니다.]

최근 9개월간 프로포폴을 처방받은 환자는 498만 명, 건수로는 565만 건에 달합니다.

시스템에 잡히지 않은 오남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실태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영상편집 : 원형희, VJ : 이준영·노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