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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 40을 지났거나 맞이했거나 언젠가 거쳐갈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 '마흔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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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룸] 북적북적 177 : 40을 지났거나 맞이했거나 언젠가 거쳐갈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 '마흔에 관하여'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너무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나이라는 테두리'에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른이 되었는데 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아프고, '마흔이 되었는데 왜 아직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할까'라는 생각 때문에 상처받는 우리 자신을 위해 좀 더 너그러워졌으면."

설날 지나니 비로소 진짜 새해가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정말 2019년이네요. 그렇습니다. 또 한 살 나이를 먹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데 큰 감흥은 없습니다만, 시간은 가만히 있어도 흘러가는데 나는 그만큼 성장했는가, 혹은 뭔가를 이뤘는가를 돌아보면 별 게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제목 때문에 관심이 갔다가 또 망설였던 책, 굳이… 그래도… 하다가 말던 책을 기어이 읽었습니다. 제가 그즈음이라서 그랬습니다. 저도 한때 10대였고 20대였고… 대개 그렇듯이 언젠가 50대, 60대가 되겠지요.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불혹'이라고 하는 마흔 언저리를 이미 지나쳤거나 혹은 곧, 아니면 언제고 갈 분들 모두 함께 읽었으면 하는 책, 정여울 작가의 [마흔에 관하여]가 오늘 가져온 책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서른이 되면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고, 마흔이 되면 인생에서 더 이상 새로움이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서른의 삶은 하루하루가 박진감 넘쳤고, 마흔의 삶은 예상보다 훨씬 아름답고 눈부셨다. 마흔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나이 드는 것은 공포의 대상이나 떨쳐버려야 할 원죄가 아니라는 것을. 삶을 소중히 가꾸는 사람에게, 나이 드는 일은 오히려 찬란한 축복임을."

"삶은 한 번뿐이지만,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매일매일 있다고. 삶이 한 번뿐이라고 해서 선택조차 한 번 뿐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나는 오늘도 이렇게 가르치며 배우고 배우면서 가르치는 삶, 낮에는 배우고 저녁에는 가르치며 밤에는 글을 쓰는 삶을 꿈꾸며 '아직 한참 모자란 나'를 예전보다 더 깊이, 더 따뜻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마흔은 그렇다. 나 자신의 결핍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정말로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소홀한 사람이거나, 자신을 너무 훌륭한 사람으로 착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 모두에겐 저마다 태생적인 결핍과 고쳐지지 않는 단점과 절대로 채워지지 않는 콤플렉스가 있다. 그것을 완전히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용기만이 우리 자신을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빨강머리 앤>은 아무도 거들떠보려 하지 않았던 외로운 고아 소녀 앤의 성장소설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려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주려하지 않았던 무뚝뚝한 마릴라의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나에게 아이가 없음에도, 나는 경험할 수 없는 슬픔임을 알면서도, 나는 마릴라의 아픔을 다 알 것만 같다. 이것은 문학의 힘이기도 하지만 마흔의 힘, 나이 듦의 힘, 내가 할 수 없는 사랑조차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기도 하다."

크게 공감하는 대목도,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지점도 있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경구가 꼭 노년에만 해당하지는 않고 어느 즈음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럼에도, 매일 조금씩 뭔가를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그와 함께 누군가를 가르칠 수도, 내가 배운 걸 알려줄 수도 있고…. 책임져야 하는 지점도 훌쩍 커져 버렸습니다. 이 책에 대해 [백년을 살아보니]의 다른 버전이라 한 어느 블로거의 촌평에 감탄합니다. 이즈음, 그즈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책 [마흔에 관하여]입니다.

(*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낭독 허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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