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안전·인권이 두드러졌던 '국민청원'…2기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9.02.13 14:54 수정 2019.02.14 06: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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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이슈가 모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여전히 뜨겁습니다. 곧 누적 청원 40만 건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2019년 들어서도 기준인 추천 20만 회를 넘겨 정부가 답변한 청원은 7건에 이르고 답변 대기 중인 청원도 5건이나 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키워드가 포함된 기사는 올 들어서 5,000건이 넘었습니다.(2019년 1월 1일~ 2월 12일, 네이버 기준) 그간 문제점이 여럿 지적됐음에도, '청와대 국민청원'을 매개로 국민은 계속해서 정부에 묻고 답변을 바라고 있습니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해 말 '국민청원, 1만 개당 2개꼴로 답변했다' 기사에서 국민청원의 현주소와 개선점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도 국민청원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듯합니다. 마침 지난 1일 한국행정연구원은 '국민청원제도 시행 16개월: 더 나은 제도 운영을 위한 개선방안'(정동재, 박 준, 김은주)이라는 이름의 이슈 페이퍼를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을 중심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짚어보려 합니다.

● 1만 이상 추천 청원 살펴봤더니…'안전'과 '인권'이 두드러졌다

출처: 국민청원제도 시행 16개월: 더 나은 제도 운영을 위한 개선방안, 한국행정연구원(2019) 페이퍼 내용 중에 먼저 1만 이상 추천을 받은 청원 636건을 분석한 내용이 흥미롭습니다.(2017.8~2018.11 청원 기준) 14개월 동안 추천 수 1만을 넘긴 청원은 636건, 전체 청원의 0.18%에 불과했습니다. 답변기준인 20만 회는 고사하고 1만 이상 받기도 쉽지 않은 겁니다.

연구진이 1만 이상 추천 청원을 분류해보니, '안전' 관련 청원이 18.2%, 인권 17.0%, 행정/정책의 제도 개선 9.7%, 보건복지 관련·각종 의료사고 책임자 처벌 요구 8.9%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의 많은 호응을 받았던 청원 5건 중 1건꼴로 '안전'에 관한 청원을 하거나 추천했던 겁니다. 성폭력 범죄 근절이나 처벌 강화, 조직 내 갑질 금지 같은 인권 관련 청원도 못지않았습니다. '안전'과 '인권'이라는 두 개의 큰 화두에 대해 국민은 정부의 답변을 원했습니다.

● 청원 해결 5%, 답변 불가 17%
출처: 국민청원제도 시행 16개월: 더 나은 제도 운영을 위한 개선방안, 한국행정연구원(2019) 다음은 정부 답변을 분석한 내용입니다. 원칙적으로 20만 이상 추천받은 청원에 대해서만 정부가 답변하는데 지난 1월 31일 75호가 2월 12일 현재 마지막 답변입니다. 페이퍼에는 71호 답변까지만 분석했습니다. 전체 청원 건수 대비 0.02%입니다.

71건 답변을 분석한 결과 단 5%(4건)만이 새로운 입법조치를 끌어내는 등 관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음주 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 심신미약자에 대한 감형을 제한하는 '김성수법'이 통과되는 계기가 국민청원을 통해 마련되기도 했으나 해결됐다고 볼 수 있는 청원은 극히 적었습니다.(마부작침은 일부 해결을 포함해 13.2%를 '해결'로 분류했는데 연구원에서는 더 엄격하게 나눈 것 같습니다.) 32%(25건)는 행정/재정적 개선조치를 통해 일부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향후 관련 제도적 개선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분류했습니다. 난민법 개정/폐지 요구에 대한 답변이나 리벤지 포르노 사범에 대한 강력 처벌 요구에 대한 답변 등입니다.

반면에 10%(8건)는 현시점에서 실현이나 해결이 어렵다, 17%(13건)는 행정부 권한 밖이라 정부가 실질적인 답변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이었습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 국회의원 급여의 최저시급 책정, 이재용 판결 판사 파면 요구 등이 해당합니다. 이외에 관련기관에서 현재 수사나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답변이 18%(14건), 청원 해결을 위한 방향 제시 18%(14건)이었습니다.

● '청원' 외 모든 걸 포괄하는 국민청원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의 모호한 성격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이미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연구진도, 제도의 성격과 역할 범위, 제도 운영상 쟁점 등으로 나눠 이 문제를 짚고 있습니다. 현재 청원법이 규정하고 있는 청원과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름만 같을 뿐인데 국민청원에는 민원, 국민 정책 제안, 탄원, 고충민원 등이 한꺼번에 뒤섞여 있습니다. 법적 근거도 없습니다.

'만기친람'이라는 말처럼 모든 이슈가 청와대로 몰리고 다 청와대가 해결해줄 것처럼 국민은 기대하고 있고 그런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이 탄생한 배경이라든가, 대통령 비서실의 일개 행정관이 장관을 불러내는 식의 문제적 상황 발생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과,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우려가 겹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국민청원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걸 더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외에 20만 이상 추천이라는 달성이 쉽지 않은 답변 기준 문제라든가, 정부 답변 수준에 대해서도 페이퍼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그간 답변 상당수가 "제도 개선 방법을 찾아보겠다""관련법 제개정이 필요하다""중장기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등 원론적인 논의 수준에서 해결 방향을 제시하거나 유사 청원을 묶어서 답변하면서 특정 청원에는 많은 시간을 어떤 청원은 1~2 문장으로 종료하는 경우도 발견됐다고 지적했습니다.

● 최종 목표는 시민-정부의 쌍방향 소통 강화, 그러려면 어떻게?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연구진이 제시하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먼저 청원 참여방식과 논의 사안을 명확하게 하는 게 필요합니다. '국민청원' 명칭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시민소통'이나 '제안'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다만 '국민청원' 브랜드를 포기해야 하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국민청원을 할 수 있는 '국정 현안 관련'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구체화해 행정부 권한 밖 사안에 대해서는 게시글 등록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연구진은 제안합니다.

또 최종 결과인 정부 답변만이 아니라, 정부 측 답변자 선정이나 준비과정에서 기관 간 협조나 논의 등 운영 과정을 공개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국민이 청원 게시판에 어떤 청원글이 등록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검색과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참여자들이 어떤 청원이 제기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슷한 청원을 반복하는 대신 추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집니다.

정부 답변에서는 '주목 경쟁'을 부추기는 응답자 수치에 근거한 응답 방식을 개선하자고 제안합니다. 20만을 넘기느냐 마느냐에 논의가 매몰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이 때문에 '부정 추천' 문제까지 불거졌던 상황인 걸 감안하면 응답자 수보다는 청원 내용에 근거한 응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그럼에도 답변 기준 문제는 남습니다. 드물지만 정부가 기준 미달인데도 답변했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진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는 답한다"는 제도의 근본 철학을 살려가기 위해서 시민과 정부 간 쌍방향 소통이 강화되고 시민 의견이 국정운영과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게 개선의 최종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현 국민청원 제도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개편해갈 것을 기대했습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2기' 개편을 준비하며 지난 1월 사이트 방문자를 대상으로 의견을 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 문항에는 현재 답변 기준인 20만 명의 적절성, 일정 규모 동의 후 청원 공개 도입, 청원에 대한 동의 철회나 삭제 허용, 실명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마부작침은 지난해 말 기사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의 모태인 '위더피플'을 더욱 참고해 국민청원 대상과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최대 히트상품' 중 하나인 청와대 국민청원이 취지를 잘 살려 정착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한국행정연구원 이슈페이퍼 보기 (▶ https://www.kipa.re.kr/site/mblk/research/selectPublishView.do?gubun=IS&pblcteId=PUBL_00000000000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