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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주당 최대 88시간 근무?…사실상 무한대"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4:20 ~ 16: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9년 2월 11일 (월)
■ 대담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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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윤한덕 센터장, 일반인 심폐소생술 교육에 힘써
- 생전에 "응급의료는 의료 일부분, 전체의료 운영이 더 중요" 이야기
- 의사들의 연이은 과로사… 우리나라 전체 의료 꼬여있기 때문
- 전공의, 법적으로 '88시간' 근무 가능하지만 사실상 무한대


▷ 김성준/진행자:

20년 가까이 우리나라 응급의료 체제 구축에 힘써왔던 국립중앙의료원의 윤한덕 중앙응급의료 센터장이 지날 설 연휴,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런가 하면 설 연휴 하루 전 날에는 30대 전공의가 35시간 연속 근무를 하다가 당직실에서 숨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의사들이 환자들의 건강을 돌보느라 정작 본인의 건강은 챙기지 못해서 과로로 숨지는 안타까운 일들을 두고 의료계에서는 "이미 예견된 사건이다." 이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와 함께 현재 상황이 어떤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예. 안녕하십니까.

▷ 김성준/진행자:

故 윤한덕 센터장 생전에 조 기자와 인연이 있었다고요, 어떤 인연입니까?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윤한덕 선생님이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교육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셨거든요. 왜냐하면 심정지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면 병원에 와서 심폐소생술을 받는 것보다, 심정지가 일어난 현장에서 주변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게 가장 확률이 높거든요. 그래서 그 교육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셨는데. 본인이 전국 고등학생 심폐소생술 대회를 만드셨어요. 거기에 저를 심사위원으로 2회 연속 불러서 일을 시키셨죠.

▷ 김성준/진행자:

그야말로 심폐소생술을 일반에 보급하는 데에 기여를 많이 하신 분이군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예. 그랬죠. 그리고 또 하나 기억나는 게 재작년인데. 제가 작년에 미국 연수를 가 있느라 작년에는 못 뵀었고, 마지막으로 뵌 모습이 재작년 지방 학회였는데. 응급의학과 학회였습니다. 응급의학과 학회니까 당연히 모든 발표가 응급의학에 좀 더 많은 지원을 하고 거기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저를 부르시더라고요. 부르시더니 응급의료는 의료의 일부분일 뿐이다. 전체 의료가 제대로 잘 굴러가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저를 불러서 따로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러니까 기자가 거기서 응급의료 발전에 매료돼서 그 부분만을 치우쳐서 기사 쓰는 것을 오히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본인이 말씀해주셨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경계를 했다는 의미네요. 그런데 그런 얘기는 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당장 응급의료가 중요하고 응급의료가 우선 해결되어야 1차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고. 이런 얘기들을 우리가 많이 들어왔고 언론에서도 접해오지 않았습니까?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런데 응급의료를 계속해서 노력하셨던 분들은 실제로 응급의료만 따로 떼어내놓고 해결될 수 없다고들 말씀하십니다. 역시 윤한덕 선생님도 생전에 그렇게 말씀하셨고요. 일단 응급 환자에게는 응급실보다 응급실 전의 상황이 상당히 중요하거든요. 그러려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일반인이 응급처치 능력 갖춰야 하고. 또 환자를 응급 상황이 벌어진 상황에서 병원 응급실까지 이송하는 응급구조사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죠. 오히려 그 분들이 골든타임 안에 계신 분들이니까요. 그런데 지금 현재 그 분들이 사람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약. 심정지 약이라고 하는데. 그 약을 쓸 수 없고 심전도 검사도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자격 조건이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이게 여러 이해관계가 직업 간, 의사, 간호사, 그리고 의료기기단체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해서, 합의가 안 돼서 지금 이 상황인데. 윤한덕 선생님이 주장하셨던 거죠. 그런 것 좀 내려놓고 일단 하게 하자. 응급구조사, OK. 우리가 좀 더 권한을 주기 위해서는 면밀한 교육 필요하다면 그걸 하게 하자. 그런데 그걸 전반적으로 교육과 관리를 하면서 그 분들에게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의료 처치를 하게끔 해주자는 게 본인 말씀이셨고. 또 하나는 무엇이냐면. 응급실에서 치료가 잘 된 환자가 일반 병실에서 치료가 계속 연속적으로 잘 되어야겠죠.

응급실에서 일단 응급처치는 잘 받았는데 그 환자들의 일반 병실에서의 치료 혹은 가정에서의 고혈압, 당뇨병 만성 치료가 제대로 안 된다면 응급의료는 사실상 의미가 없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이냐. 그러니까 응급실이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우리 의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응급실 전과 후, 이 전반적인 의료가 완성되어야 그럴 수 있다고 말씀을 하신 분이죠.

▷ 김성준/진행자:

지금 설명을 들어보니까 故 윤한덕 센터장이 굉장히 생각도 폭넓게 하신 분이고. 생각을 하는 데에 있어서 자기의 이해 또는 자기가 속한 조직의 이해를 넘어서서 많은 고민을 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본인은 분명히 응급의료에 평생을 매진하신 분인데. 응급의료를 제대로 구현시키려면 전체 의료가 제대로 구현된다는 것을 아셨던 분인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사실 지난해 11월에 이미 윤한덕 센터장이 센터장직을 그만두겠다고 SNS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하는데…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작년 11월 1일에 SNS에 그만두겠다는 글을 올리셨고. 지인들에게는 문자로 다 보내셨어요. 그런데 지인들에게 여쭤보니까 당시 여러 분들이 말렸겠죠. 그렇다면 국립중앙의료원의 상급자, 보건복지부의 관련자 분들이 말리셨겠죠. 후임자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 후임자가 아마 마땅치 않았을 테고. 그리고 본인에게 주어진 일은 계속 막중했을 테고. 그리고 그 와중에 무리를 하셨을 테고. 그래서 좀 더 안타까운 거죠.

▷ 김성준/진행자:

무리라는 게 말이죠. 저희가 응급실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사안을 접하잖아요. 응급실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나서 그것을 막느라 하기도 하고. 응급실 가면 항상 사람이 넘쳐나서 제 시간에 치료를 못 받는 경우도 많고. 여러 가지 문제가 등장하는데. 그 중 제일 심각한 것 중 하나가 의사들 과로의 문제란 말이에요. 의사들 과로의 문제는 의사 본인의 문제이기도 하고, 환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과로를 해야 할 정도로 의사가 부족한 겁니까?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네. 의사의 과로 문제도. 이 문제를 계속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전체 의료가 꼬여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거든요. 예를 들면 과로하는 의사들의 근무 시간을 줄이려면. 인원을 고정시키고 줄이면 아마 환자를 보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환자의 안전성이 떨어질 겁니다. 그러면 의사를 많이 뽑아야겠죠. 의과대학을 많이 짓고, 의사를 많이 양성하면 되는데. 그런데 그렇게 되면 지금 현재 우리가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나 병원비 갖고 가능하겠느냐.

▷ 김성준/진행자:

좋습니다. 의대를 많이 지어서 의사를 많이 배출하는 문제부터 사실은 좀 궁금한 게. 의사들이 많아서 웬만한 곳에서는 개업하는 병원도 잘 안 돼서 문 닫는 곳도 많다면서요. 의사 숫자가 절대 모자란 게 아니라면서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게 사실은 얘기가 두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일단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이 있죠. 지금 현재는 OECD 국가 중에서 국민 10만 명당 의사의 수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증가 속도를 보면 OECD 가장 높은 수준에 있습니다. 그래서 증가 속도를 봐서 향후 20년, 30년이 되면 우리나라 국민 10만 명당 의사 수는 분명히 많아질 텐데, 현재는 아닙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우리나라 의사 1인당 진료행위, 환자를 보는 명 수는 OECD 국가 중 거의 최고입니다. 지금 현 상태로만 보면 의대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게 보건 정책을 하는 관료들의 주장이고. 반대로 의사단체 입장에서는 증가 속도가 지금도 대단히 빠르다. 의과대학 수가 많아서. 그래서 지금 의사를 더 늘리는 정책은 굳이 필요하지 않다.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몇 해 못 가서 의사가 남아돌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이 두 가지 의견이 현재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의사의 숫자는 그렇고요. 그러면 지금 응급의료 체계 자체가 아까도 잠깐 1차적으로 환자가 응급실까지 가는 과정에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 이런 문제를 지적해 주셨는데. 그것 외에도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죠?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가장 큰 문제는, 사실 응급 환자는 본인의 질환의 가장 적절한 치료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받는 게 중요하겠죠. 만약 내 손가락이 크게 베였다고 하면 손을 꿰메는 치료는 굳이 서울대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이 아닐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내 뇌의 혈관이 터져서 뇌출혈 때문에 의식을 잃고 생사의 기로가 온다면 그건 정말 뇌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빠른 시간 내에 어레인지 되는 게 되게 중요할 텐데. 지금 우리나라는 서울대, 세브란스, 삼성, 아산, 가톨릭. 빅 파이브라고 하는 큰 병원의 응급실이 가장 환자가 많습니다. 그리고 거기를 못 간 환자들이 밀려 밀려서 2차 병원, 1차 병원으로 오고 있거든요. 이걸 어떻게 할 것이냐. 이걸 과연 응급실의 문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부분이 근본적으로, 이것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응급실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김성준/진행자:

큰 틀의 변화가 필요하네요. 전공의가 36시간을 연속으로 근무하다가 숨졌다는 소식도 저희가 들어와서. 도대체 어떻게 36시간 연속 근무라는 게 말이 되나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 이미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공의들 간에 근무 시간 제한 같은 것도 이미 정착이 돼 있는 거잖아요. 80시간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렇습니다. 주당 80시간으로 하고. 다만 8시간 정도는 응급 상황에 따라서 추가할 수 있다. 그래서 88시간인데. 88시간이 되게 많은 시간이잖아요. 그런데 그 전에는 사실상 무한대였습니다. 주당 근무하는 시간이. 제가 전공의 때는 일주일 내내 제가 휴식을 보장받은 시간은 8시간밖에 없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일주일에 8시간을 쉰다고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제가 기자하고 나서 제일 당황스러운 게 뭐냐면. 야근을 한 사람이 월요일 아침에 퇴근을 하는 거예요. 야근을 했는데 퇴근하면 낮에는 누가 일하지?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지금 이 시간이 일반인 직종과 비교하면 엄청난데, 사실은 준 건데. 왜 그러면 여기까지 못 줄였느냐, 이것밖에 못 줄였냐는 게 결국 물음인데.

▷ 김성준/진행자:

결국 또 의사 수가 부족한 게 문제군요.

▶ SBS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그렇죠. 이것을 더 줄이면, 전공의 시간 88시간 분명히 무리죠. 분명히 무리인데 이걸 더 줄이면 환자 안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밖에 못 줄인 거죠.

▷ 김성준/진행자:

대책은 없는데 참 고민입니다. 돌아가신 故 윤한덕 원장의 말씀이 인상 깊네요. 전체 의료 체계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까지 하죠. 조동찬 의학전문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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