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처럼 비 새는 빙상장…평창 끝난 뒤로 '찬밥 신세'

<앵커>

이번 주 토요일인 모레(9일) 2월 9일은 평창올림픽이 개막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남북 단일팀의 감동과 선수들의 투혼이 어우러졌던 평창올림픽은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그 성화가 꺼진 뒤 화려한 축제에 가려져 있었던 그림자도 하나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희는 오늘부터 평창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스포츠의 현실을 짚어보겠습니다.

그 첫 순서로 평창만을 바라보면서 땀을 흘렸던 대표 선수들이 지금은 훈련조차 하기 힘들어진 상황을 하성룡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태릉 빙상장의 현재 모습입니다.

눈이나 비가 오면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고 빙판 곳곳에 물이 고여 최근 임시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지만, 노후화된 시설을 보수하지 않아 선수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장광덕/젊은빙상인연대(스피드스케이팅 코치) : 한쪽 지붕 위쪽으로는 거의 진짜 폭포수 쏟아지는 정도였고, 얼음판은 전면적으로 400m 트랙 전체가 다 물이 고일 정도로….]

불모지에서 신화를 쓴 윤성빈, 원윤종 등 봅슬레이 스켈레톤 선수들의 현실은 더욱 초라합니다.

1년 20억 원의 운영비 분담 문제로 슬라이딩 센터가 폐쇄되면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고무 트랙에서 훈련하다 국제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훈련지원비도 80%나 줄어 선수단 일부는 해외 전지훈련도 하지 못했습니다.

평창에서 역사적인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동계종목 육성을 위해 창단한 상무팀이 없어지며 절망에 빠졌습니다.

여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며 상무의 존속을 약속했던 정부가 올림픽이 끝난 뒤 이를 외면하면서 이제 국가대표 선수도 현역 입대로 사실상 은퇴 상황에 내몰리게 됐습니다.

[신상훈/아이스하키 국가대표(1월 상무 전역) : (상무 폐지로) 대학생 선수들이 바라보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니깐 계속 그만두게 될 거고, 대표팀 기량이 점점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뜨거웠던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찬밥 신세가 되며 선수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 영상편집 : 우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