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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도련님 호칭 개선? 각자 집안에 맡기는 게…

[SBS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4:20 ~ 16: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9년 2월 7일 (목)
■ 대담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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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설 연휴, 인천공항 출국자 최다… 명절 문화 변화 중
- 최근, 처가 먼저 갔다 시가 가는 가정도 생겨
- 명절 노동, 여성들에게 과도하게 집중 돼 있어
- 명절 가사 분담, 온 가족이 논의·협조하는 과정 필요
- 남성 중심적 가족호칭, 대안용어 나오고 있어… 국민적 논의 필요


▷ 김성준/진행자:

명절만 지나면 명절 우울증, 후유증 겪는 분들 많이 계시죠. 이런 명절 우울증이 사실 가족 간의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해서 문제가 되잖아요. 실제로 법원행정처의 이혼신청건수 자료에 따르면 평소에는 하루에 200건대 정도인데 설, 추석 후 열흘 간 평균 500건을 돌파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아주 조금씩 명절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는 면도 있는데요. 자세한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가정상담 전문가죠.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연결해서 말씀 나눠봅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명절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전 부치면서 지냈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전 부치면서 지내셨다고요? 말씀하시는 느낌이 그렇게 즐거웠다는 느낌이 안 드는데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절반은 즐거웠고 절반은 즐겁지 않았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느 게 즐겁고 어느 게 즐겁지 않았습니까?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가족들이 함께 만나는 것은 즐거운데요. 음식의 양이 너무 많아서요. 사실 다 먹지도 못하다 보니 싸가지고 오는데, 그 음식이 추석 때까지 거의 가기 때문에 냉동실에서 미라가 되어서 발견되거든요.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기는 해서. 아마 집집마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 명절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어떤 면에서 달라지고 있습니까?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아마 벌써 주변에도 "우리는 제사 안 지내, 차례 안 지내." 혹은 "우리는 이번 명절에 어디 해외여행 가." 이런 분들 꽤 많이 보셨을 겁니다. 실제 이런 변화들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번에 분당 메모리얼 파크에서 회원 3,715명을 대상으로 지난 20일에서 23일까지 명절 어떻게 쇠는가, 그 모습과 변화 의식에 대해 인터넷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응답자의 61%만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낸다고 대답한 겁니다. 그 얘기는 100%를 봤을 때 40%는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것이잖아요. 우리가 이 부분이 관심이 가는 것은 물론 종교상의 차이도 있겠지만, 굉장히 문화적으로 당연하던 것이 이제는 선택이 된 것 같은 입장이 되고. 더군다나 그 중에 20%는 향후 차례를 지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변했다는 겁니다. 그런데다가 이번에 인천공항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매번 명절 지날 때마다 최다 출국자 수를 기록하는데.

▷ 김성준/진행자:

경신하죠.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이번에도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했잖아요? 결국 이것은 무엇을 얘기하는가? 우리가 전에 알고 있던 명절이 서울에서 부모님을 찾아가는 귀향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과정에서 이제는 즐기는 명절의 방향을 가져가고 있고. 특별히 과거에 우리가 알고 있던 차례라든지 제사에 대한 무게감이 젊은 층들에게는 조금 더 다른 형태로 이해되고 있다. 그 얘기는 명절 문화 자체가 이동하고 있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어제 저희 프로그램에서 다음소프트 쪽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저희에게 말씀해 주셨는데. 명절과 관련된 빅데이터 단어들, 키워드가 차례, 귀성, 이런 단어들은 많이 줄어들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여행, 알바. 이런 단어들이 올라왔다고 하더라고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그 얘기는 실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림 안에 명절의 형태들이 부분 부분이 아니라 전체 그림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우리가 귀성이라는 것이 가치 있고, 의미 있고, 이게 싫다기 보다도. 이제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문화 이동이라고 봐야 하거든요. 의식이 한 개인에서 가족 단위로, 가족 단위에서 전체 사회 구성원들에게 행동으로 나타나면 이것은 문화의 변화라고 봐야 할 것 같고. 그 가운데는 명절 자체가 누군가를 만나거나 의뢰를 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즐기거나, 쉬거나, 새로운 성찰이나 시작을 하는. 그 개념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것은 명절의 의미가 과거와는 달라질 뿐만 아니라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겠죠.

▷ 김성준/진행자:

이것을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습니까? 좋다고 봐야 합니까, 나쁘다고 봐야 합니까?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글쎄요. 이것은 좋다, 나쁘다기 보다 어쩔 수 없는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농경문화가 끝나고 산업화, 현대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사실상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동의 범위나 생각의 범위도 달라지고. 그 사이에 교육 수준이라든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만남의 기회도 적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재의 가치가 훨씬 더 높아지게 되니까요. 이것을 좋다, 나쁘다기 보다 전통을 생각하면 아쉽다고 표현해야 할 것 같고요. 현재를 생각한다면 이제는 새로운 인류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새로운 인류의 새로운 시도다. 재밌는 말씀인 것 같은데. 이렇게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변화의 방향이라면 며느리들은 굉장히 좋아하시겠는데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아직까지는 그 방향만 보자면 며느리들에게는 기쁜 소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들이 명절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요. 과도하게 노동이 집약되고, 그 집약된 노동이 여성들에게 많이 집중되어 있고. 또 가사 분담이라든지 이런 것들의 형평성이 워낙에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당연함에서 이제는 분배가 어떤 식으로 사람에게 공평하게 이뤄지는가에 따른 의식이 많이 달라지면서. 여러 불평등한 것들을 고쳐나가는 과정이잖아요. 명절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불평등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조금 더 개선해나갔으면 하는 바람들이 다들 있겠죠.

▷ 김성준/진행자:

며느리 얘기 나와서 말씀입니다만. 요즘은 사실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예를 들어서 며칠 내내 시댁 가서 심부름하고 부엌에 늘 붙어있고. 이런 문화는 많이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요즘 보면 저희 주변에도 설과 추석에 시댁 갔다가 친정 갔다가. 이걸 잘 조화롭게 하는 경우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던데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많이 달라졌죠. 옛날에는 당연히 시가에 처음 명절 2, 3일 전에 가서 명절 끝나고 나서 뒤처리 다 하고 오고. 이게 다 며느리 몫이거나 젊은 층들에게는 힘듦과 어려움의 주제였는데.

▷ 김성준/진행자:

남편들은 술 먹고, 밥 먹고, 소파에 누워서 TV 보다가 자고.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너무 잘 아시네요. 그런 풍경이 있었던 반면에. 최근에는 물론 순서의 차이는 좀 있습니다만. 시가에 갔다가 처가에 가고. 제가 지금 말씀드렸던 시가나 처가에 대한 표현이 달라질 정도니까요. 지금은 풍경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명절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도 많이 달라져서. 한쪽에 치우치거나 한쪽에 일방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형태라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양자가 조화롭게 가져가고 조화로운 결과를 낼 것인가에 대해서 굉장히 신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어쨌든 아직까지도 사실은 명절이라는 것은 며느리들에게는 그렇게 즐겁지 않은 면이 많은 시절인데. 아까 제가 시작 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명절 겪고 나면 이혼이 그렇게 늘어난다고 하잖아요. 이런 갈등들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랄까요.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더 맞는 얘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일단은 보통 명절이 되면 한 달 전부터 상담이 시작돼서 명절 끝나고 한 달 후까지는 명절 상담이라고 하고요. 명절이 끝난 한 달 이후의 상담은 보통 이혼 상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럴 정도로 명절이라는 것이 어쩌면 가족 해체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굉장히 무거운 주제가 돼 버렸어요. 그런데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명절은 지키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계는 유지하면서 명절이 가지고 있는 기쁨을 조금 더 올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면. 일단은 노동이 집약된다는 것은 워낙에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인데. 첫 번째는 음식의 양을 좀 줄일 필요가 있고요. 요새는 365일이 잔칫날이니까요.

두 번째로는 가사 분담에 대해서 남녀 모두가 불공평하다, 이런 데이터도 나오는 것을 보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인식이니 명절에도 역시 가사 분담에 대해서 가족들이 함께 협조하는 과정,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고요. 나머지로는 우리가 누군가 수고를 하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보상이 필요합니다. 정말 명절에 수고한 사람들에게 가족 단위의 심리적인 보상. 정말 고맙다, 당신 아니면 어떻게 우리 집이 돌아가겠는가. 이런 정도의 심리적 보상과 물리적인 보상. 정말 애쓴 아내나 며느리, 시어머니께 봉투에 5만 원이나 10만 원, 신사임당 한두 분 올리셔서 편지, 쪽지 하나 적어서 정말 애썼다, 고맙다고 선물을 주시고. 쉼의 공간을 주신다면 어쩌면 우리가 공평하면서도 고맙고, 고마우면서도 기다려지는 명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신사임당도 신사임당이지만 메모가 중요하겠네요. 쪽지가.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그렇죠. 굉장히 중요하죠. 그래서 우리가 꼭 현금을 못 한다 하더라도 문자나 여러 메신저도 많으니까요. 귀여운 이모티콘 하나 정도 올리셔서 고마움을 표현하기만 해도 어쩌면 그 마음의 섭섭함이나 고된 노동에 대한 후폭풍은 훨씬 더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사실은 명절을 맞아서 남성중심적인 가족 호칭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잖아요. 도련님, 아가씨, 처가. 이런 표현들이요. 아이디어 차원에서 바꿀 수 있는 좋은 표현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요새 대안적 표현으로 누구 씨, 아니면 처남, 처제가 아니라 부남, 부제. 이렇게 합시다. 이런 얘기들도 나오는데요. 제가 볼 때는 호칭은 일단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라 호칭은 반드시 필요하기는 한데. 지금도 이미 대안적인 용어는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테면 옛날에 아가씨라고 부르던 것을 아이가 있는 집은 고모, 이모. 이런 식으로 사실은 적절하거나 딱 맞는 호칭은 아니지만 충분히 상대가 이해할 수 있을 만한 호칭으로 자리를 잡고 그 호칭을 사용하는 집들이 각각 있어서. 어떤 호칭을 제가 볼 때는 아직까지는 대안적인 호칭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미 각 집안마다 사용하는 형태에 따른 호칭이 정해져 있고, 이미 그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당분간은 각자 집안에 맡기는 게 맞을 것 같고요. 지금 국어국립원에서 여러 호칭들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게 사실 조금 남 같은 호칭이 많더라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논의나 조율을 통해서 좋은 안들을 문의해본다면. 국민적인 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 교수:

네.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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