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히 보고도 못 잡는 '도깨비 매연'…1급 발암물질 풀풀

불법 소각 관리 대상 1,700여 곳…점검 인력은 단 1명

정성진 기자 captain@sbs.co.kr

작성 2019.02.03 20:40 수정 2019.02.04 15: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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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일) '제보가 왔습니다' 코너는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주민들이 보내온 영상과 사진들입니다. 지금 보시는 이 냄새 고약한 뿌연 연기들이 마을에 하루 종일 날아든다는 겁니다. 마을 바로 옆에 바짝 붙어있는 공장들 쪽에서 오는 건데, 눈으로 보고 쫓아가도 길이 미로처럼 돼 있어서 잡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도깨비 매연'이라고 부르는데 저희가 대신 추적을 해봤습니다. 저는 결과를 먼저 봤는데 주민들, 특히 아이들 건강이 많이 걱정됩니다.

정성진 기자하고 같이 현장으로 가보시죠.

<기자>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위치한 선동초등학교입니다.

한쪽엔 고속도로, 주변엔 모두 공장으로 둘러싸인 이 학교, 선생님들의 일과는 학교 옥상에서 시작됩니다.

[박기천/선동초등학교 교감 : 저쪽에 지금 뿌옇잖아요. 저기 보니까 저쪽에도 지금 보니까 (연기가) 올라오고 하는데….]

겨울철 매일 아침마다 학교 근처 공장들에서 뿜어내는 매연을 잡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 정작 어떤 공장인지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박기천/선동초등학교 교감 : 공장 밀집된 데가 미로 같아요. 그러니까 안에서 이렇게 찾는다는 거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입니다.

[김민후/선동초등학교 6학년 : 한 번도 맡아본 냄새가 아니에요. 여러 가지 냄새가 섞여서 냄새가 (이상해요.)]

[신수민/선동초등학교 6학년 : 수업시간에 계속 매연 냄새가 지속적으로 나니까 머리가 계속 아픕니다.]

문제는 공장에서 무엇을 태우는지 그리고 저 매연 속에 어떤 유해성분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공장을 직접 찾아가 확인해 보겠습니다.

공장 지대에 들어서자 거대한 미로가 시작됩니다.

방향조차 가늠할 수 없는 좁은 골목이 펼쳐지는가 하면 갑자기 막다른 골목이 길을 막아섭니다.

복잡한 골목을 따라 연기를 쫓아갔지만 말 그대로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누가 범인인지 잡아보라는 듯 늘어서 있는 공장들.

가까스로 공장 하나를 찾았지만 무엇을 태우는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A 공장 관계자 : 근무 중이기도 하고, 다른 걸 때지는 않거든요.]

또 다른 공장, 들어가자마자 소각 시설이 눈에 들어옵니다.

[B 공장 관계자 : (이런 거 때는 건가요? 이게 무슨 나무에요?) 저거요. 사무실 올라가셔 가지고 (물어 보세요.)]

소각로를 열어보니 타고 있는 건 주변에 버려진 폐목재입니다.

[C 공장 관계자 : MDF인데, 불 붙일 때 원목 잘 안 붙으니까 처음에만….]

[D 공장 관계자 : MDF, 그런데 저희가 자재가 이렇다 보니까….]

MDF란 톱밥과 접착제를 섞어서 가공한 목재로 화학성분이 포함돼 있어 태우면 안 되는 폐기물입니다.

주로 가구나 인테리어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서 쓰다 남은 MDF나 합판 같은 폐목재들입니다.

폐기물 처리 업체에 돈을 주고 처리해야 하지만 돈이 든다는 이유로 그냥 태워 버리는 겁니다.

[D 공장 관계자 : 진짜로 화목(원목)을 사다가 떼는 집들은 100등분으로 따져 가지고 보면 1%도 안 될 거예요.]

한양대 연구팀과 함께 어떤 유해성분이 들어 있는 건지 한 공장 연통에서 나오는 매연을 직접 포집해 측정해봤습니다.

1급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 벤젠 등이 기준치의 수십, 수백, 수천 배 넘게 검출됐습니다.

신경성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악취 성분도 다량 확인됐습니다.

그럼 매일 같이 이런 매연이 날아드는 학교 내부는 괜찮을까? 1급 발암물질 벤젠이 일반적인 실내 공간보다 10배 가까이 높게 측정됐습니다.

국내 실내 기준치를 넘진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 WHO의 기준대로라면 위험 수준입니다.

[김기현/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간헐적이고 지속적으로 어떤 특정 시간대에 (매연 배출이) 계속되고, 학생들이 그런데 계속 노출이 된다면 상당히 큰 어떤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불법 소각인 만큼 관련 법에 따라 최대 과태료 1백만 원 처분대상이지만 공장들은 그냥 태웁니다.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광주시에서 불법 소각 관리 대상으로 뽑은 업체만 1천 7백여 곳, 하지만 점검 업무를 맡은 인력은 사실상 단 1명뿐입니다.

[광주시청 관계자 : 저희 민원 들어온 거 (단속) 나가기도 벅차요. 정말로 (공장들이) 너무 많고 너무 넓고.]

불법인 것을 알지만 돈이 든다는 이유로, 또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손 놓고 있는 어른들 때문에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학생들뿐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양현철, 영상편집 : 이소영, VJ : 김종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