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에게 보낸 애교 이모티콘…법원 "의미 없는 습관적 사용"

권태훈 기자 rhorse@sbs.co.kr

작성 2019.02.02 14:35 수정 2019.02.02 16: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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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납득가지 않는다'고 판단한 김지은씨의 여러 행동을 비서 신분이었던 피해자 입장에서 재검토했습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피해자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에게서 성폭행을 당한 뒤 보인 여러 행동에 수긍할 점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2017년 7월 말 러시아 출장 중에 벌어진 첫 번째 성폭행 피해 후의 일입니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들은 김씨가 그 후 안 전 지사에게 <^^>, <ㅠㅠ>, <ㅎ>, <넹> 등 이모티콘을 사용하거나 애교 섞인 표현을 사용하면서 친근감을 표시하는 등 성범죄 피해자라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가 평소 사용해온 문투나 표현, 이모티콘이나 '애교 섞인 표현'이라고 칭하는 표현들은 젊은 사람들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상적·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곧바로 폭로하지 않기로 하고 그대로 수행비서 일을 수행하기로 결정한 이상 상관인 피고인에게 이런 행동을 했다고 해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하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들은 안 전 지사가 이용한 미용실과 헤어디자이너를 찾아가 머리 손질을 한 것도 성폭력 피해를 본 일반적인 피해자라면 보이기 힘든 행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울에 아는 미용실도 없던 차에 피고인이 갔던 미용실에서 다음에 한 번 오라고 했고, 그 부근에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머리를 한 것'이라는 취지의 김씨 진술을 믿었습니다.

안 전 지사 본인도 해당 미용실은 단골집이 아니라 그곳 점장이 오래된 팬클럽 회원이라 한 번 가본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한 만큼 별 뜻 없이 찾아갔다는 김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안 전 지사 측은 그해 8월 강남 호텔에서 숙박할 때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씻고 오라"고 한 말을 김씨도 '성관계'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씨는 그러나 "짐을 풀고 씻고 오라는 말로 이해했고, 무슨 할 말이 있으신지 모르지만 오라고 하니까 갔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 역시 "평소 피해자가 수행비서로서 한 역할, 업무태도 등에 비춰봤을 때 피해자의 이 같은 이해나 태도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