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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캄보디아 '유령 마을'

큰 비석 사이를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무덤 위에 널린 빨래들.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사는 '유령 마을'이 있습니다. 200여 개의 무덤이 있는 묘지에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스몰 산(Smor San)'입니다. '산 자'들은 1980년대 이후부터 모여든 빈민들입니다.

선 라말리(Sun Ramaly)는 16년 전 스몰 산으로 왔습니다. 라말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메콩 강 홍수로 살던 판잣집이 떠내려갔습니다. 그나마 남은 가재도구와 옷 몇 벌을 챙겨서 여기로 왔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그녀는 묘지 사이에 얇은 철판을 덕지덕지 잇대서 만든 판잣집에 살고 있습니다.

빈민가가 된 스몰 산은 아직도 성묘를 오는 사람이 있는 묘지입니다. 무덤의 주인들은 대부분 중국인이나 베트남인, 무연고자 등입니다. 정령 신앙이 강한 캄보디아인들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해방시키고 환생시키기 위해 화장(火葬)을 합니다. 그렇지 않으며 영혼이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돌아다닌다고 믿습니다. 이와 같은 유령에 대한 두려움에도 빈민들은 스몰 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캄보디아는 부동산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 회사인 CBRE 그룹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에 총 120억 달러가 넘는 6,400여 건의 신규 건설 프로젝트가 캄보디아에서 승인됐습니다. 도심과 주요 관광지 등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그곳에 살던 빈민들은 도시 외곽 등으로 이주를 강요받거나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쫓겨나고 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프놈펜 주변의 277개 빈민 거주지에 2만 5천여 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시 당국은 유령마을 빈민들에게도 스몰 산에서 한 시간 반 떨어진 정착촌으로 이주할 것으로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10년 넘게 살던 곳을 떠나 새장 같이 지어진 곳으로 이주하려는 사람은 없습니다. 라말리는 "이제 저는 유령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졌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업보를 믿고 묘지를 없애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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