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설 연휴에 영화 뭐 볼까?

김영아 기자 youngah@sbs.co.kr

작성 2019.01.31 16:04 수정 2019.02.01 18: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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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설 연휴에 영화 뭐 볼까?
5일 동안 이어지는 설 연휴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모처럼 가족들이 모이면 하루쯤은 영화관 나들이하시는 분들이 많죠. 연인끼리 극장을 가도 취향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아버지, 이모, 손자까지 여러 세대가 영화관엘 가면 모두를 만족시킬 영화 찾기가 난감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배급사들은 설 연휴 대목엔 세대 구분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와 코미디 영화를 대표 선수로 내세웁니다. 코미디/오락 영화와 함께 명절 극장가의 또 다른 주메뉴는 애니메이션과 가족영화입니다. 아이와 함께 나들이하시는 젊은 부모가 많고 모처럼 가족의 정을 되새기게 되는 시기라는 특수성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젊은 연인들을 공략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한두 편쯤 꼭 끼게 마련입니다.

* SBS 보이스(Voice)로 들어보세요!
올해 설 극장가에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풍성하게 차려졌습니다. 그중에서 뭘 볼까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각 장르별 대표선수들을 모아 봤습니다.

● "영화는 역시 오락!"

단 2시간 만이라도 복잡한 세상사를 잊게 해 주는 유쾌함과 시원함이 영화의 최고 미덕이라고 믿으신다면, 1순위로 고려해볼 영화는 역시 '극한직업'입니다. 지난 23일 개봉했는데 벌써 500만 고지를 향해 쾌속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본 이들의 평도 대부분 "빵 터진다" "재미있다"라는 추천이 많습니다.
영화 극한직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연합뉴스)영화 '스물'을 연출했고, '과속 스캔들', '써니'의 각본을 썼던 이병헌 감독의 시나리오가 1등 공신입니다. 초반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웃음을 쏟아내게 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 정교하게 계산된 설정, 재치 있는 대사 등 웃음을 이끌어내는 방식도 다양합니다. 류승룡을 비롯해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의 팀워크도 돋보입니다. 특히, 진선규 배우의 이미지 변신이 꽤 신선합니다. 중반부를 지나 잠시 호흡이 다소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지만, 마지막 액션 장면이 잠시의 지루함을 잊게 해 줍니다.
영화 뺑반 (사진=쇼박스 제공/연합뉴스)'극한직업'을 이미 보신 오락영화 팬이라면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하는 '뺑반'을 고려할 만합니다. '뺑반'은 뺑소니 전담반의 줄임말입니다. 우리 극장가에 가장 흔한 범죄 오락물인 만큼 이 영화의 한계는 명확합니다. 경찰, 명예와 권력을 등에 업고 비리와 악행, 갑질을 일삼는 오만한 악인 등 캐릭터와 소재도 다소 전형적입니다. 그러나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 염정아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흡이 상투적인 설정과 장르의 한계를 상당 부분 덮어줍니다.

● "압도적인 스케일, 화려한 비주얼!"

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눈앞을 꽉 채우는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화려한 영상이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에겐 '알리타: 배틀 앤젤'을 권합니다. 26세기를 배경으로 고철 더미 속에서 모든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사이보그 소녀 '알리타'가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세상을 통제하는 악에 맞서 싸우는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그렸습니다.
영화 알리타 배틀엔젤 (사진=이십세기폭스 코리아 제공/연합뉴스)기계로 된 신체에 인간의 두뇌를 갖춘 알리타는 최첨단 슈트를 장착하고 악의 무리와 싸우는 강인한 여전사이면서 한편으로는 사랑과 우정, 혼란, 분노 같은 인간의 감정까지 소유한 섬세한 감성의 소녀입니다. 독특한 캐릭터와 미래 세계를 현실처럼 구현해 낸 최첨단 그래픽 기술이 볼거리입니다. 무엇보다, 역대 전 세계 흥행 영화 순위 1-2위에 올라있는 '아바타'와 '타이타닉'을 만든 제임스 캐머런이 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 팬들의 관심을 끌만 합니다.

● "엄마, 아빠, 아이가 함께!"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면서 아이만큼 재미와 감동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겐 '드래곤 길들이기3'가 꽤 괜찮은 선택입니다. 이미 1-2편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만 560만 관객을 모았던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완결편입니다.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3 (사진=UPI코리아 제공/연합뉴스)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슴 뭉클한 감동에 눈물을 흘리게 했던 소년 히캅과 드래곤 투슬리스의 사랑과 우정은 첫 편이 나온 후 9년 세월 속에 더 깊고 진해졌습니다. 그러나 인간과 드래곤이라는 존재의 차이, 이들을 위협하는 외부 세력의 존재는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히캅과 투슬리스의 소망에 시련을 던집니다. 그 시련에 맞서 싸우는, 이제는 청년이 된 히캅과 투슬리스의 이야기입니다. 1-2편의 따뜻함과 감동을 잃지 않으면서 상투적이지 않은 결말을 이끌어 내 '시리즈 영화 완결편의 모범적인 예'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 "아, 어머니!"

설을 맞아 새삼 되새긴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모처럼 되살아난 '효심'을 오래오래 유지하고 싶은 분들에겐 다큐멘터리 '시인 할매'가 특효약이 될 것 같습니다. 몇 년 전부터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기사로도 소개된 적 있는 전남 곡성에 사는 할머니들 이야기입니다.
영화 시인 할매 (사진=제이리미디어 제공/연합뉴스)한 동네에 사는 '까막눈' 할머니들이 70, 80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웁니다. 그렇게 배운 한글로 시를 씁니다. 맞춤법도 엉망이고, 은유법, 비유법 같은 시적 기교 같은 건 당연히 없습니다. '시'라고 했지만, 쌀쌀맞은 눈으로 보면 초등학생 그림일기장에 나올법한 짧은 문장들 몇 개가 전부입니다. 그뿐인가요? 걸쭉한 호남 사투리가 수시로 튀어나와 가끔 한눈에 뜻이 와 닿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시들을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부모님 댁에 새로 보일러는 놔 드리지 못하더라도 전화라도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할머니들의 투박한 언어 속에 담긴 '삶'이 주는 감동입니다. 제작진이 3년여에 걸친 기간 동안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며 날 것 그대로 할머니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위로'입니다. '어머니'들의 고단했던 삶과 희생을 보면서 내 삶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한 시간 반 정도 눈물 콧물 흘리다 영화관을 나오면 왠지 어깨가 가뿐해지면서 기운이 솟습니다. 아마도 윤금순 할머니의 시 속에 나오는 이 마지막 구절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잘 살았다. 잘 견뎠다. 사박사박"

(사진=제이리미디어·이십세기폭스 코리아·UPI코리아·쇼박스·CJ엔터테인먼트 제공/연합뉴스,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