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갈색은 재활용 안 되는데…맥주 페트병만 규제 피했다

<앵커>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플라스틱 제품 사용 줄이기 위해서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그동안 재활용이 어려워 가장 골칫거리로 꼽혔던 맥주 페트병에 대해서만 유독 규제를 풀고 오히려 혜택을 준 것으로 S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그 배경이 뭔지 장세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페트병 맥주는 살 때는 가벼워서 편하지만 재활용할 때는 골치 아픈 애물단지입니다.

투명한 페트병은 용도가 다양해 재활용 시장에서 잘 팔리지만 맥주 페트병은 쓸모가 없습니다. 어두운 색깔이 들어간 데다 페트와 나일론이 층층으로 쌓인 삼중 구조라 사실상 재활용이 어렵습니다.

[재활용 업체 관계자 : 팔 데가 없어서 갈색 (맥주 페트병)은 거의 덤핑으로 그냥 처리하는 수준으로, 팔더라도 굉장히 헐값에 생산원가가 안 나오는 그런 값에 팔았고…]

이 때문에 환경부도 그동안 맥주 페트병을 '재활용 어려움' 등급으로 지정해 다른 용기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19일 환경부가 새 고시안을 내놨는데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사이다나 생수병 등 푸른색 페트병은 여전히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남겨두고 맥주 페트병만 제외한 겁니다.

'재활용 어려움' 제품 업체에 대해 재활용 처리 비용을 추가 부담시키는 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는데 법 시행을 앞두고 맥주 업체들은 해당 규제를 피하게 됐습니다. 대형 주류업체들이 큰 부담을 덜게 된 겁니다.

[재활용 업계 관계자 : (재활용 촉진법 시행되면) 재활용이 가장 어려운 저등급 페트병에는 분담금이 높아지니까요.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대기업들이 사전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라고 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포장재 사용 업체에 재활용 의무율을 할당해 분담금을 부과하는데 페트병 가운데 유독 맥주 페트병에만 의무율을 낮춰줬습니다.

폐플라스틱 줄이기라는 정책 목표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두 조치에 대해 환경부는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박기덕, VJ : 신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