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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권력'에서 '구속 피의자' 된 전직 대법원장

<앵커>

구속 영장이 발부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엘리트 판사 코스를 걸어왔습니다. 대법원장 시절에는 '제왕적 권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지금은 그것이 불씨가 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 피의자가 된 전직 대법원장이 됐습니다.

박원경 기자입니다.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법원 내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쳤습니다.

풍부한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으로 사법 행정의 달인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부산지방법원장과 특허법원장을 거쳐 2005년 대법관이 됐고 2011년 15대 대법원장에 취임했습니다.

취임 일성은 재판의 독립이었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2011년 9월 취임식) : 재판이 독립 없이는 법원이 결코 그 사명을 완수할 수 없고 민주주의도 존속할 수 없음을 저는 확신합니다.]

제왕적 권력을 누렸다고 평가받는 양 전 대법원장은 임기가 반환점을 돌자 상고법원 도입을 저돌적으로 추진했습니다.

대법원장의 권한과 상고법원 도입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은 재작년 3월.

양 전 대법원장은 자체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결과는 '판사 블랙리스트'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재조사 요구가 들끓는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작년 9월, 40년 넘게 몸담았던 사법부를 떠났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2017년 9월 퇴임식) : 폭력에 가까운 집단적인 공격조차 빈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판의 독립이라는 헌법의 기본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협입니다.]

법원의 추가 조사로 판사 사찰과 재판 개입 의혹이 증폭되고 검찰 수사가 임박하던 시점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은 당당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양승태/前 대법원장 (2018년 6월) : 저는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의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습니다.]

하지만 7개월의 걸친 검찰 수사로 강제징용 사건 등 재판 개입 의혹과 판사 사찰 의혹 등은 속속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결국 양 전 대법원장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가 된 전직 대법원장이 이어 구속된 전직 대법원장이란 불명예도 쓰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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