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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의료사고 맡은 변호사가…다음 소송에선 '의사 편'

<앵커>

의료사고 소송에서 환자가 병원이나 의사를 상대로 이기는 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의료 소송을 담당하는 전문 변호사도 따로 있는데, 병원에서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가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처음에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가 두 번째 소송에서는 상대편인 의사 쪽으로 옮겨가 있던 겁니다.

강민우 기자가 제보 내용을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7년 전 뇌출혈로 고1 아들을 잃은 김태현 씨는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의료소송을 냈습니다.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말에 의사 출신이 포함된 변호인단을 꾸렸습니다.

[김태현 씨/故 김기석 군 아버지 : 사실 소송 자체도 모르는데 그 의료 쪽은 더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의료 전문 변호사를 찾다 보니까.]

하지만 결과는 패소. 김 씨는 자료를 더 충원해 이번에는 당시 진료를 맡았던 의사에게 소송을 걸었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소송 서류를 확인하다가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김태현/故 김기석 군 아버지 : 소송하는데 보니까 변호사 선임해서 누굴 했나 보니까 낯익은 이름이에요. 그래서 보니까 저희 소송을 담당했던 변호사예요. 너무 어이가 없더라고요.]

상대 측 변호인단이 첫 번째 소송 때 자신의 변호를 맡았던 바로 그 변호사들이었던 겁니다.

두 번째 소송도 패소. 의사 출신 변호사는 개인 블로그에 이 소송을 승소 사례로까지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왜 그랬는지 그 변호사를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변호사는 당시 몸담았던 법률사무소 측이 알려주지도 않고 자신의 이름을 임의로 넣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자기 이름으로 그 사건이 선임된 줄도 몰랐다는 겁니다. 실제 소송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얼마나 설득력 있는 말인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전자 소송의 경우 담당 변호사에게 소송 진행 상황을 무조건 메일로 통보하도록 돼 있어 내용 자체를 모르기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설사 내용을 몰랐더라도 소송 대리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김성천/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 실질적으로 변호사로서 소송대리 과정에서 아무 일도 안 했다고 하더라도 뭐 이름만 들어가 있으면 소송대리를 한 걸로 봐야되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이 사건 조사에 착수한 서울변호사회도 해당 변호사가 변호사윤리 장전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개시를 신청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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