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구멍난 송유관에 700명 몰렸다가 순식간에 '아비규환'

이기성 기자 keatslee@sbs.co.kr

작성 2019.01.22 09:37 수정 2019.01.22 16:1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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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중부 이달고 주에서 발생한 송유관 폭발사고의 사망자 수가 91명으로 늘었다고 텔레비사 방송 등 현지 언론과 외신들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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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50여구는 심하게 훼손돼 검찰이 유전자 분석을 의뢰했지만 신원 확인에는 수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 있다고 호르헤 알코세르 보건부장관은 예상했습니다.

사고는 지난 18일 밤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이달고주 틀라우엘릴판의 구멍 난 송유관에서 새어 나오는 기름을 인근 주민들이 양동이 등으로 훔쳐가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특히 폭발과 함께 불이 나기 직전 송유관에서 기름이 뿜어져 나오는 가운데 약 700여명이 기름을 담으려고 몰려들었던 것으로 현장 모습이 찍힌 동영상을 통해 파악됐습니다.

주변에는 군병력도 있었으나 이들의 절도 행위를 간섭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불이 나자 주민들이 옷에 불이 붙은 채 달아나거나 심하게 화상을 입고 괴로워하는 등 아비규환으로 돌변했습니다.

알레한드로 게르츠 검찰총장은 지역 주민들이 송유관에 구멍을 뚫었는지, 아니면 기름 절도를 전문으로 하는 조직화한 갱단의 소행인지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송유관의 유지와 관리 의무가 있는 당국자들의 책임 소홀도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이에 대해 조사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측이 조사한 결과 송유관에 구멍이 뚫린 뒤 이를 탐지하고 파이프를 잠그는 데까지는 4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멕시코에서는 국가 경제를 좀먹는 석유 절도가 오래전부터 기승을 부려왔습니다.

작년 12월 취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석유 절도 행위가 좀처럼 줄지 않자 최근 주요 송유관의 가동을 중단하고, 저유소나 유통센터 등에 군을 투입해 '석유 절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국은 마약 카르텔 등과 연계된 전문적인 석유 절도 조직이 송유관을 파손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멕시코 석유공사(PEMEX·페멕스)는 석유 절도의 80%가 이달고·베라크루스·타마울리파스주 등 6개 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국영 석유 기업 페멕스가 운영하는 송유관에 구멍을 내거나 내부 직원의 공모 아래 정유소와 유통센터 저유소 등지에서 몰래 빼돌려지는 석유 규모는 연간 30억 달러(약 3조3천5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정유 판매업자 전국 연합은 전국적으로 불법 기름 판매업자가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식 주유소의 4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불법 기름 판매업자들은 국도와 고속도로 길가에서 버젓이 주유기까지 갖추고 훔친 기름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