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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외교장관들 "북핵 '관리대상화' 안돼"·"비핵화 불가 예단 말자"

북핵 해결의 중대 고비가 될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말 열리게 된 가운데, 전직 외교장관들은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는 방식의 협상이 이뤄져선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느끼는 안보상 우려를 해소하는 정치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한승주, 공로명, 윤영관, 송민순 등 4명의 전직 외교장관들은 한미클럽이 발간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 창간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런 취지의 제언을 내놨습니다.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은 "아직까지는 미국에서 북한의 핵을 관리해 나가고자 하는 얘기가 크게 나오고 있지 않지만 정체 상황이 오래 갈 경우 미국 내에서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관리해 나가는 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공 전 장관은 "그런 사태를 맞지 않기 위해서는 한미동맹 관계의 가일층 공고화를 통해 공동인식을 기하고 북한 핵 위협 당사국의 하나인 일본과도 밀접하게 제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은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한 공약을 재삼 강조하고 있으나 이는 북한만의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김정은이 2019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제조, 실험, 사용, 이전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을 북한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론적으로는 핵포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문제는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의 조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송 전 장관은 그러면서 "인권문제를 포함한 내정 불간섭과 북미수교, 주한미군 철수를 내포하는 한반도 비핵지대(地帶)화, 남한과 비견할 수 있는 경제 발전의 여건 조성 등이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의 조건에 속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북한이 핵무기를 가진 상태에서는 이런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과정 자체를 개시하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해서 북한도 체제보장의 조건 달성에 앞서 먼저 핵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북한은 긴 시간에 걸쳐 '핵무기를 가진 국가'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이 핵포기를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정책을 세워서는 안된다"며 "어떻게 하면 포기하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정책을 세워야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전 장관은 "비핵화 압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북한의 안보불안감 해소를 위한 정치외교적 대화인데 그동안 미국의 정책은 후자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정치적 대화를 시작한 것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전 장관은 "북한이 취하는 비핵화 조치들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춰 세분화된 제재 해제 조치들을 상호 연계시켜야 될 것"이라고 했고, 송 전 장관도 "제재 해제 및 북미관계 정상화와 핵 신고·검증·폐기를 각각 세분화해서 교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북미협상의 거래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에 회의적이고 수차례 철수를 언급해온 만큼 그럴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정상외교뿐만 아니라 미국의 행정부, 의회, 언론, 이익집단들을 대상으로 총체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송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카드를 수시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한국에게 타격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북한의 핵그늘'과 '미국의 핵우산'이라는 구도에 갇히지 않으려면 미국에 대한 의존형 동맹에서 자립형 동맹으로 가는 군비태세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한일갈등 문제에 대해 한 전 장관은 관련 판결들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한국 정부의 신중하고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고, 공 전 장관은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책 없이는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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