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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자 동맹' 지향하는 美日濠印…한국의 선택은?

'4자 동맹'이 논의된 레이시나 회담의 안보 패널 토론회
2016년부터 매년 1월이면 인도 뉴델리에서 레이시나 회담(Raisina Dialogue)이 열립니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등의 정치인, 군인, 외교안보통상 전문가들이 모여 인도-태평양의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레이시나는 인도의 정부 청사들이 모여있는 지역입니다.

올해 회담에서는 안보 관련 패널 토론에서 회자된 용어 하나가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Quad Alliance', 즉 4자 동맹입니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 4개국의 동맹을 뜻합니다. 공식 발족된 동맹은 아니지만 네 나라가 중국을 포위하며 미국을 축으로 인도-태평양의 세력 균형, 지역 안정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니 4자 동맹이란 표현이 나온 겁니다.

4자 동맹은 단순히 호사가들의 조어(造語)가 아니라 네 나라 군 고위급들도 입에 올리고 있는 개념입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 정책과는 참 다른 방식입니다. 바퀴의 중심축과 바큇살(Hub and Spoke)처럼 중심축 미국이 바큇살인 아시아 제 국가들과 각각 동맹을 체결하고 아시아 국가들끼리는 미국을 매개로 유사(類似) 동맹 관계를 맺는 게 미국의 동맹 공식이었습니다.

미국이 전통의 중심축과 바큇살 동맹 구조에서 벗어나 일본, 호주, 일본과 다자동맹적 행위를 하고 있는 건데 한국의 전략적 입지가 모호합니다. 4자 동맹은 보기에 따라서는 6·25 전쟁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애치슨 라인과도 비슷합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도 4자 동맹의 틀에 부합합니다. 4자 동맹의 방위선과 중국 사이에 있는 한국이 전략적으로 고통스런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습니다.

● 4자 동맹을 꿈꾸는 미국·일본·호주·인도

지난 10일 레이시나 회담의 안보 관련 패널 토론에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의 필립 데이비슨 사령관을 비롯해 인도와 프랑스의 해군참모총장, 일본 통합막료장, 호주 참모총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4자 동맹의 군사적 측면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데이비슨 사령관은 "다자 동맹의 본질은 전투력의 강화이고, 미국은 굉장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미래에 4자 동맹을 구축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골적인 대중 봉쇄 전략이 실현될 거란 전망을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시원스레 털어놨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보도문을 통해 4자 동맹을 제법 상세히 다뤘습니다. 중장기적으로 4자 동맹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인도의 해군 참모총장 수닐 란바도 4자 동맹의 가능성에 대해 "관계가 계속 증진되고 있고 상당히 활력이 넘친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성장할 것"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또 "4자 관계는 25년간 뿌리를 내려, 지금은 급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인도는 한때 소련과 가까웠지만 어느새 미국 등과 동맹을 논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호주도 4자 동맹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해양 수송로에서 항행의 자유는 각 국가 생존의 핵심적 이익입니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힘을 합친다면 중국의 진출을 어렵지 않게 봉쇄해 자신들 입맛에 맞는 항행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통국가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군사력 증강의 명분입니다.
지난해 11월 연합훈련차 인도 아그라에 파견된 미 공군 수송기들
● 한국의 선택은?

일본은 동아시아 군사력 판도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를 과거와는 다른 획기적인 속도로 개발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무력을 증강하고 있습니다. 수직 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 20여 대를 실은 항공모함 2개 전단이 머잖아 등장할 태세입니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 핵 잠수함 개발에 착수할 능력도 갖췄습니다. 게임 체인저를 내놓겠다고 했으니 핵 잠수함이 해상자위대 손에 들어가는 것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과 사실상 대중국 봉쇄 전략인 4자 동맹은 한국에게 안보 정책의 재정립을 요구합니다. 이웃 나라의 힘 키우기와 대국들의 합종연횡을 앉아서 지켜볼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일본과는 손 맞잡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한국이 과거사를 접고 마음을 연다고 해도 일본은 주변국과 동맹을 맺지 않습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분쟁에 연루될 개연성이 높아서 미국 같은 전략적 이해관계가 분명한 초강대국이 아니고는 동맹을 맺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중립국이 되면 속 편하련만 국제정치는 한 나라의 사정을 따로 봐주지 않습니다. 주변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고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곧바로 위협에 직면하기 마련입니다.

우리 군의 대표적 연구기관들에게 "주변국들의 합종연횡과 군사력 증강을 분석하고 대응책을 연구하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안타깝게도 돌아온 대답은 "현재까지는 없다"입니다. 중국이 아시아 패권을 추구하는 행보를 하지 않고 미국과 협조적 관계를 유지하면 동아시아 정세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겁니다. 문제는 미중이 패권 경쟁적 대립을 했을 때입니다. 선택의 순간이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부는 만약을 대비해 한시바삐 전략적 대응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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