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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눈앞에 술병이 아른거려"…술독에 빠진 10대가 위험하다

[리포트+] "눈앞에 술병이 아른거려"…술독에 빠진 10대가 위험하다
[리포트+]
술을 마시고 싶다거나 술을 끊기 힘들다는 청소년들의 고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심지어 술을 마시는 10대 중 일부는 알코올 중독으로 병원 치료까지 받고 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미성년자 음주 실태를 짚어보고, 해마다 음주 청소년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 "몰래 술 마시다 중독까지"…2천 명 육박한 청소년 알코올 중독 환자

'술 마시는 청소년',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편의점에서 술을 사려다가 주민등록증을 제시 못해 쩔쩔매는 모습, 술을 처음 입에 대고 맛없다며 얼굴 찡그리는 모습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뿐 현실에서는 다릅니다.

이미 10대 음주 문제의 심각성은 도를 넘어섰습니다. 청소년 6명 중 1명은 음주 경험이 있고, 술을 마시는 청소년 중 절반은 한 번에 소주를 5잔 넘게 마시는 이른바 '위험 음주'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술을 끊지 못해 중독 증세를 보이는 10대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청소년 음주 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 알코올 중독 환자는 2010년 922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천968명으로, 2천 명에 육박했습니다. 최근 7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겁니다.
[리포트+]
취재진이 만난 25살 A 씨는 10대 때부터 계속된 음주 습관 때문에 만성 알코올 중독인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15살 때 호기심에 마신 술이 습관화됐고 양이 계속 늘면서 끊을 수 없는 지경이 된 겁니다. A 씨는 "학생 때 아파트 옥상에서 주로 술을 마셨다"며 "기억을 잃어버리는 블랙아웃 현상도 자주 온다"고 털어놨습니다.

■ "영업정지 당하고 싶어? 신고할까?"…현행법 악용하는 10대

명백한 불법인데도 청소년 음주 문제가 계속되고 일부는 폭음과 알코올 중독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 한다"며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자녀에게 술을 권할 정도로 관대한 음주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10대가 술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돼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서울시의 고등학생 조사원과 함께 편의점 5곳을 무작위로 둘러봤는데 4곳에서 신분증 요구 없이 술을 살 수 있었습니다.

제도적인 부분도 문제입니다. 현행법상 청소년이 술을 마시더라도 처벌은 술을 판 업자만 받게 됩니다. 심지어 일부 청소년들은 이 점을 악용하기까지 합니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는 10대 4명이 157만 원어치의 술을 먹고 112에 자진 신고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신분을 속이고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신 이들에게 업주가 술값 157만 원을 요구하자,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 영업정지 당하게 하겠다"고 협박하며 벌인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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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금부터 운전면허 정지까지, 해외에서는 음주 청소년도 처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법을 개정해 음주 당사자인 청소년을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 영국, 포르투갈 등에서는 음주 청소년에 대한 직접 제재 규정이 마련돼 있습니다.

미국은 21살 미만의 청소년이 술을 구매하거나 마셔 적발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처벌이 이뤄집니다. 주(州)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거나 사회봉사명령, 운전면허 정지 등의 제재가 가해지고 여러 번 적발되면 그 강도가 높아집니다.

영국의 경우, 주류 구매를 시도하거나 적발된 18살 미만의 청소년에게 10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포르투갈에서는 미성년자가 술을 샀다는 사실을 보호자에게 알리는 것이 의무화돼 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직접 제재는 아니지만, 음주 사실을 알고도 제지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면 부모가 벌금을 내야 합니다.

매년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수천 명의 청소년들. 호기심에서 시작된 음주로 인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성인이 된 후에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10대가 없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리포트+/12일 9시] '눈앞에 술병이 아른거려
(취재: 배준우 / 기획·구성: 한상우,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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