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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발 미세먼지와 국내 발생 미세먼지, 어느 것이 더 해로울까?

[취재파일] 중국발 미세먼지와 국내 발생 미세먼지, 어느 것이 더 해로울까?
"중국발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가운데 어느 것이 건강에 더 해로운 가요?" 가끔 받는 질문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보다 더 해롭다는 답을 듣고 싶은 경우도 있겠지만 한마디로 어느 쪽이 더 해롭다고 얘기하기는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두 종류의 미세먼지 가운데 어느 것이 건강에 더 해로운 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미세먼지 입자의 크기 분포와 주요 성분의 독성 정도, 그리고 노출되는 양 등 3가지는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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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 크기 작을수록 건강에 해로워

흔히 미세먼지라 불리는 PM10은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µm) 미만인 모든 입자를 말한다. 먼지뿐 아니라 꽃가루나 곰팡이도 미세먼지에 해당 된다. 사람 머리카락의 지름이 50~70마이크로미터인 점을 고려하면 머리카락 굵기의 1/5~1/7인 미만인 모든 작은 입자가 여기에 속한다. 이에 비해 PM2.5라 불리는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PM10) 가운데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미만인 아주 작은 입자를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입자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PM10의 경우는 코나 기관지 등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초미세먼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반면에 입자 크기가 작은 PM2.5는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깊숙이 침투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 각종 염증과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일으킨다는 것이다. 특히 폐암을 비롯한 각종 암까지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확인된 상태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중국발 미세먼지와 국내 발생 미세먼지 가운데 어느 쪽에 작은 입자가 더 많으냐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미세먼지 크기 비교 참고, 자료: 미국 환경보호청).
미세먼지 크기 비교(자료: 미국 환경보호청(US EPA))

● 미세먼지 성분에 따라 독성도 천차만별…디젤 차량 초미세먼지가 가장 독해

두 번째는 같은 양의 미세먼지라도 성분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광주과기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박기홍 교수 연구팀은 배출원에 따라 초미세먼지(PM2.5)의 독성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정량적으로 규명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Park et al., 2018). 연구팀은 볏짚이나 소나무 같은 바이오매스가 탈 때 나오는 초미세먼지, 디젤 차량이나 가솔린 차량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 도로 주변이나 터널 속 그리고 사막 등에서 포집한 초미세먼지가 세포의 생존력과 DNA 손상, 유전자 독성, 산화 스트레스, 염증 반응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실험결과 초미세먼지가 어디서 배출됐느냐에 따라 독성이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독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가솔린 엔진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와 바이오매스가 탈 때 내뿜는 먼지, 석탄 연소 입자, 도로 먼지, 사막 먼지 순으로 독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포 독성과 유전자 독성 등 초미세먼지가 세포에 미치는 생물학적·화학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독성은 가솔린 엔진이나 바이오매스가 탈 때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독성보다 2배 이상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 엔진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독성을 10이라고 가정할 때 가솔린 엔진에서 배출되는 엔진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독성은 4.16, 바이오매스가 탈 때 나오는 먼지의 독성은 4.27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석탄 연소 입자의 독성은 1.12로 디젤 엔진이 배출하는 초미세먼지 독성의 1/10 수준이었고 도로 먼지의 독성은 0.17, 사막 먼지의 독성은 0.00075, 황산암모늄의 독성은 0.00025, 질산암모늄의 독성은 이보다 더 작았다(아래 그림 참조).
배출원별 초미세먼지 독성 상대 비교(자료: Park et al., 2018)
같은 디젤 엔진의 경우라도 배기량이 큰 엔진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독성이 배기량이 작은 엔진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독성보다 강했다. 또 석탄의 경우 고온(1100℃)에서 연소할 때보다 저온(550℃)에서 연소할 때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독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체보다 일반 가정에서 석탄을 이용할 때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독성이 더 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다른 조건이 일정하더라도 배출원이 무엇이냐, 또 엔진의 크기나 연소 온도 등 배출원의 특성에 따라 독성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GIST의 연구결과는 초미세먼지의 독성을 고려할 경우 자동차, 그중에서도 디젤 자동차, 특히 배기량이 큰 디젤 자동차의 배출량에 대한 규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주로 토양 성분인 사막 초미세먼지의 독성이 자동차가 뿜어내는 초미세먼지의 독성에 비해 매우 작다는 것은 초미세먼지만 고려할 경우 순수한 황사가 건강, 특히 세포에 미치는 영향은 자동차가 배출하는 초미세먼지에 비하면 극히 미미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 미세먼지 농도 높을수록 위험…호흡기 질환보다 심장병·뇌졸중 사망률이 더 높아

세 번째는 당연한 얘기지만 다른 조건이 같다면 농도가 높을수록 건강에 더 해롭다는 것이다. 특히 농도가 높을수록 조기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초미세먼지 농도와 조기 사망률과의 관계는 지난 2015년 발표된 미국과 캐나다 공동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Apte et al., 2015). 연구팀은 모든 사람이 같은 농도의 초미세먼지에 노출된다고 가정하고 2010년 전 세계 질병 부담 자료와 기존의 역학 조사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초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5개 주요 질환별 조기 사망률(단위: 왼쪽 축)을 산출하고 질환별 조기 사망률을 합산해 초미세먼지로 인한 총 조기 사망률(단위; 오른쪽 축)을 산출했다(아래 그림 참조).
초미세먼지 노출에 따른 질환별 조기 사망률(자료: Apte et al., 2015)
산출 결과를 보면 예상대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수록 조기사망률이 크게 높아진다. 특이한 점은 폐암이나 호흡기 염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초미세먼지가 폐를 통과해 혈관으로 들어가 심장혈관이나 뇌혈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연구팀은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초미세먼지로 인한 전체 조기 사망자의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짐에 따라 서서히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반면에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구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예보에서는 농도가 16~35㎍/㎥인 구간을 '보통'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 구간에서도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이라고 하면 건강에 크게 해롭지 않다고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큰 오산일 수 있다는 뜻이다.

● 미세먼지, 성분·크기 등 다양한 정보 제공해야…'미세먼지 건강지수' 개발도 필요

현재 환경부는 미세먼지 정보를 성분별로 나눠 제공하지 않고 단순히 일정 부피 속에 어느 정도의 (초)미세먼지가 들어 있는지 질량(무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초미세먼지(PM2.5)와 미세먼지(PM10)의 입자 분포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결과를 볼 때 (초)미세먼지의 무게뿐 아니라 성분에 따라 또한 입자의 크기 분포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아니 미세먼지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단순한 미세먼지 농도 제공을 넘어서 다양한 미세먼지 정보를 종합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나타내는 '미세먼지 건강지수'를 개발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사례에 따라 또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만 중국발 미세먼지가 건강에 더 해로운지 아니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건강에 더 해로운지는 미세먼지 입자의 성분과 크기 분포, 성분별 독성, 노출되는 양 등 지금보다 다양한 정보가 충분히 축적된 다음에나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 Minhan Park, Hung Soo Joo, Kwangyul Lee, Myoseon Jang, Sang Don Kim, Injeong Kim, Lucille Joanna S. Borlaza, Heungbin Lim, Hanjae Shin, Kyu Hyuck Chung, Yoon-Hyeong Choi, Sun Gu Park, Min-Suk Bae, Jiyi Lee, Hangyul Song & Kihong Park, Differential toxicities of fine particulate matters from various sources, DOI:10.1038/s41598-018-35398-0, Scientific Reports, 2018, vol. 8:17007

* Joshua S. Apte, Julian D. Marshall, Aaron J. Cohen, and Michael Brauer, Addressing Global Mortality from Ambient PM2.5, DOI:10.1021/acs.est.5b01236, Environ. Sci. Technol. 2015, 49, 8057−8066

*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개인 교신)
* 김용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개인 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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