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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껴안아 주고 싶습니다"…김종진, 故 전태관 떠나보낸 절절한 심경

"꼭 껴안아 주고 싶습니다"…김종진, 故 전태관 떠나보낸 절절한 심경
절친한 친구이자 음악적 동료 故전태관을 떠나 보낸 가수 김종진이 일주일 만에 절절한 심경을 담은 글로 슬픔을 표현했다.

김종진은 3일 자신의 블로그에 故전태관을 끌어안은 사진을 올리면서 "마치 꿈을 꾼 것 같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 해가 바뀌었고 세상도 바뀌었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공개했다.

故전태관은 암투병을 하다가 지난해 12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1986년부터 고인과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을 결성해 활동해온 김종진은 故전태관의 투병기부터 임종까지 곁에서 지켜보며 뜨거운 작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절차를 마무리한 뒤 일상으로 돌아온 김종진은 "2018년의 마지막 날 평온의 숲에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졌다. 잠시 깨어 아내가 끓여준 국물을 마시고 또 잠들었다 깨고 또 잠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꿈에서라도 만나 함께 큰 소리로 연주하고 싶었다. 즐겁게 웃으며 연주하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연주해보자고 눈을 마주치고도 싶다."고 여전히 믿기지 않는 친구의 죽음을 애타게 표현했다.

김종진은 "'지금 내가 꿈꾸고 있는 것 같다. 사는 게 꿈인가 싶다.'라는 친구의 마지막 말처럼 다시 잠이 온다. 꿈에서라도 마지막 여정을 다하고 싶다. 수고했노라고 서로 등을 다독이며 꼭 껴안아주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앞서 전태관은 지난달 27일, 7년간의 신장암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전태관의 발인은 31일 치뤄졌으며 고인은 용인 평온의 숲에 안치됐다.

다음은 김종진이 작성한 글

마치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잠을 자고 일어나니 해가 바뀌었고, 세상도 바뀌었습니다.


2018년의 마지막 날, 평온의 숲에서 돌아와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잠시 깨어 아내가 끓여준 국물을 마시고 또 잠들었다 깨고 또 잠들었습니다.

꿈에서라도 만나 함께 큰 소리로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즐겁게 웃으며 연주하기도 하고, 이렇게 저렇게 연주해보자고 눈을 마주치고도 싶습니다.

아직도 잠이 덜 깬 것처럼 눈꺼풀이 무거워 또 며칠이라도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에서 깨면 이게 다 꿈이라서... 태관과 다시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모두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태어나서 가족을 만나고 학교를 다니고

음악을 시작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사랑하고

돌아다니며 웃고 먹고 마신 모든 것들이 꿈이었으면, 이렇게 슬프지 않을텐데.

하지만, 어쩌면 그게 더 슬플지도 모르겠네요.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리는 슬픔.

그러네요.

지금의 슬픔과 지나간 기억들을 바꾸라고 하면…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아! 왜 그토록 소중했던 순간들을 선명하게 기억해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는지…

기억을 끄집어 내고싶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오늘의 이 슬픔도 다시는 기억할 수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기쁨과 행복, 즐거움을 찾아 차곡차곡 쌓아 잊고싶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휴~ 한숨이 터져나옵니다.


하지만 2019년을 위한 꿈은 깨어야만 꿀 수 있는 꿈인지라 일주일만에 휴대폰에 손을 얹어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남긴 수천개의 메세지… 다시 먹먹해집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우리가 한게 무엇 있다고 이렇게 함께 아파해주시는지…

아마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을 들으면 떠오르는 추억의 얼굴들, 그 때의 장면들이 떠올라서 인지 모릅니다.

한 때는 가졌으나 이제는 더이상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들.

골목, 전봇대, 공중전화, 들국화,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철새, 가로등, 백열전구,

엽서, 손글씨, 우표, 몽당연필, 촛불, 담벼락, 단발머리, 해맑은 웃음, 햇살,

번개, 천둥, 아랫목, 통기타, 까만 교복, 선생님, 엄마, 아버지, 라디오…

모두 꿈인가 싶습니다.

친구의 마지막 말처럼…

"지금 내가 꿈꾸고 있는거 같다. 사는게 꿈인가 싶다."

다시 잠이 옵니다.

꿈에서라도 마지막 여정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망망대해 배를 타고 우리가 가고싶었던 그 곳에 닻을 내리고 싶습니다.

수고했노라고 서로 등을 다독이며 꼭 껴안아주고 싶습니다.

(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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