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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피살' 피할 수 있었는데…간호사 대피시키다 참변

<앵커>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임 교수는 숨지기 보름 전에 이런 글을 남겼었습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때론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묵묵히 나의 소명을 다해서 힘겨운 치유의 여정을 함께 하겠다'

환자에게 따스함을 잊지 않았던 이런 평소 모습과 위급한 상황에서도 동료를 먼저 챙긴 고인의 마지막이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먼저 정성진 기자입니다.

<기자>

외래 진료도 끝나가던 그제(31일) 오후 5시 40분, 임세원 교수의 앞에 박 모 씨가 흉기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임 교수는 즉시 옆 진료실 통로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

그대로 달렸으면 박 씨를 충분히 따돌릴 수 있었지만, 간호사들이 걱정됐던 임 교수는 이들에게 도망치라 소리쳤고 몸을 피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발걸음을 지체하다 뒤따라온 박 씨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급박했던 당시 상황이 CCTV에 고스란히 남았다고 전했습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 : (임 교수가) 그냥 바로 뛰어가 버렸으면 아마 별일 없었을 수도 있는데, 가다가 중간에 서서 간호사 쪽을 쳐다보는 (CCTV) 장면이 있어요.]

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피의자 박 씨는 변명도 사과도 없이 입을 굳게 다물었습니다.

[박 모 씨/피의자 : (유가족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죠.) …….]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믿음직한 치료자로

[故 임세원 교수 환자 가족 : (환자에게) 잘 해주시고, 너무너무 좋으신 분이라니까. 이 세상에 그런 선생님은 없어요. 그 양반이 아니기를 바랐는데, 그 양반이라 그래가지고 내가 한걸음에 달려왔다니까 지금.]

동료에게는 따뜻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으로 기억됐습니다.

[백종우/동료의사 : 다른 동료 간호사들의 안전도 생각하다 이런 일을 당했다는 점에서 평소처럼 책임감이 강하게 행동했구나….]

유족들은 환자를 사랑했던 임 교수의 뜻을 잊지 말아 달라며 "정신질환자들이 낙인 없이 치료받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당신의 삶에 기회를 조금 더 주어 보자,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 함께 살아보자'

스스로 우울증을 이겨낸 경험을 바탕으로 자살 피해를 막는데 앞장섰던 명의의 안타까운 죽음에 인터넷에는 추모의 글이 넘쳤습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김태훈, 영상편집 : 하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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