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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서울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나온 것"…진실은?

[취재파일] "서울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나온 것"…진실은?
최근 중국이 한국에서 미세먼지가 심한 것은 중국의 영향이 크다는 주장에 대해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공개 반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중국 생태환경부가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고는 하지만 중국 생태환경부가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전체적인 맥락을 보지 못하고 사실과 관계없이 특정 부분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반박에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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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생태환경부는 크게 3가지를 들어 반박했다.

중국 측은 우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공개된 관측 자료를 놓고 보면 최근 중국의 공기질은 대폭 개선됐지만, 한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다소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겉만 보고 속은 제대로 보지 않았다고 스스로 실토하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겉보기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와 미세먼지(PM10) 농도가 2012년 이후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하지 않고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 이유는 지난 2017년 학계에서 이미 밝혀진 것이다. (Kim et al., 2017)

한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최근 한반도 주변의 바람이 약해지면서 2012년 이후 미세먼지가 그 이전만큼 널리 빠르게 확산하지 못하고 쌓이면서 농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이유는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해서 그렇게 될 수도 있지만, 미세먼지 배출량이 줄어도 바람이 약해져 확산이 원활하지 못하면 먼지가 계속해서 쌓이면서 농도가 얼마든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데 2012년 이후 최근 한국 상황이 그랬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2012년 이후에도 그 이전처럼 바람이 부는 것을 가정하고 실험을 한 결과 미세먼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그림은 최근 우리나라 전체와 수도권(SMA), 그리고 서울지역 지역에서 실제 관측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변화와 바람이 예전처럼 부는 것을 가정했을 때의 미세먼지 변화를 보인 것이다. 바람이 예전처럼 불었다면 미세먼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 준다. 최근 줄어들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것은 다른 것보다 한반도 주변 바람이 약해지면서 농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중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일부러 눈을 감은 것이다. (그림 참조, 자료: Kim et a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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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변화 (a) 실제 관측값, (b) 바람 보정 후 농도" data-captionyn="Y" id="i201266916"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90101/201266916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17년 "[취재파일] 최근 미세먼지 심해진 이유 찾았다"를 보거나 논문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 [취재파일] 최근 미세먼지 심해진 이유 찾았다

두 번째는 지난 2018년 11월 6~7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지만, 중국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11월 초 대규모 고강도 대기 이동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지난 11월 초 고농도 미세먼지는 중국발 미세먼지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도 사실과 관계없이 자신들의 주장만 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초 동아시아지역 대기오염 상황을 보면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동지역부터 북한과 그 북쪽인 동북 3성 지역까지 강한 미세먼지 띠가 형성돼 있었다. 이 거대한 미세먼지 띠가 대규모로 우리나라에 직접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일부가 우리나라로 지속적으로 흘러들어왔다. 아래 그림은 2017년 11월 5일 0시 환경부의 동북아시아 지역 미세먼지 예측상황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참조, 자료 : 국립환경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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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초미세먼지 예측장(2018.11.5.)" data-captionyn="Y" id="i201266914"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90101/201266914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특히 11월 6~7일에는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는데 당시 환경부는 서쪽 지역과 일부 남부지역은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되어 농도가 올라간 것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들어온 중국발 미세먼지에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쌓이면서 농도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우리 환경부의 해석이 맞다. 고강도 중국발 미세먼지가 대규모로 직접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들어온 중국발 미세먼지가 확산하지 못하고 6~7일 서쪽 지방에 쌓이면서 농도가 올라간 것이다.

세 번째는 2015~2017년 초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이산화질소(NO2)의 농도는 서울이 중국 베이징과 옌타이, 다롄보다 매우 높았다는 주장이다. 사실일까?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는 한국(http://www.airkorea.or.kr)과 중국(http://www.pm25.in)의 환경 관련 홈페이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베이징의 연평균 이산화질소는 농도는 2015년 48.9ppb, 2016년 46.6ppb, 2017년은 43.5ppb로 되어 있다. 서울의 연평균 이산화질소 농도는 2015년 32ppb, 2016년 31ppb, 2017년은 30ppb다. 베이징의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가 3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하고는 있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높아도 한참 높다. 중국 생태환경부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다. 다롄과 옌타이의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는 서울과 거의 비슷하거나 서울보다 조금 낮다. (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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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중국 베이징, 다롄, 옌타이의 연도별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 data-captionyn="Y" id="i201266915"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90101/201266915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이산화질소는 주로 자동차와 화력발전소, 산업체 등에서 배출된다. 특히 디젤 차량과 석탄 화력발전소 등에서 많이 배출된다. 차량이나 발전소, 산업체가 없는 시골 지역보다 차량과 석탄 화력발전소가 밀집된 대도시와 그 주변 지역에서 농도가 높다. 베이징이나 서울에 비해 다롄과 옌타이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수도권을 벗어나 차량이나 산업체가 적거나 없는 시골에서 이산화질소 농도를 측정하면 매우 낮게 나온다.

특히 2013년 관측 사상 최고 농도까지 올라갔던 중국의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는 2013년 이후 낮아지다가 2017년부터는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29일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관측 자료를 이용해 만든 영상을 보면 중국의 이산화질소 오염이 여전히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참고 : Steven Bernard and Lucy Hornby, Financial Times)

또한 이산화질소가 공기 중에서 초미세먼지를 만드는 성분인 것은 맞지만 이산화질소 농도 하나로 초미세먼지 농도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산화질소는 미세먼지를 만드는 여러 성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이산화황(SO2) 같은 황산화물(SOx)이나 유기성분 또한 미세먼지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중 공동 연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징의 경우 이산화질소보다 유기성분이 초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외에서 먼지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대기가 정체하면서 국내에서 발생한 먼지가 쌓여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하지만 연평균으로 볼 때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30~50%,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했을 때는 60~80%가 중국 등 국외에서 들어오는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건강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에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사실을 무시한 채 특정 시점에서 단순히 겉만 보거나 전체를 보지 않고 특정 성분이나 일부만 보고 사실을 왜곡해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주장할 경우 문제 해결은 더욱더 요원해질 수 있다. 사실과 다르고 지엽적인 얘기로 괜한 공분만 살 것이 아니라 한중 대기질 연구단 같은 공식적이고 공동연구 조직을 통해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중국 생태환경부가 할 일일 것이다.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이 같은 주장을 했다면 중국은 미세먼지 문제에서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2019년 새해에는 중국이 동북아시아 지역 전체의 대기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인류운명공동체라는 말은 자신들이 필요할 때만 쓰는 말이 아니다.

<참고 문헌>

* Hyun Cheol Kim, Soontae Kim, Byeong-Uk Kim, Chun-Sil Jin, Songyou Hong, Rokjin Park, Seok-Woo Son, Changhan Bae, MinAh Bae, Chang-Keun Song, and Ariel Stein, 2017 : Recent increase of surface particulate matter concentrations in the Seoul Metropolitan Area, Korea, Scientific Reports 7. doi:10.1038/s41598-017-05092-8

* Steven Bernard and Lucy Hornby, China's polluted skies, Financial Times, JUNE 29, 2018, https://ig.ft.com/china-pol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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