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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으로 남은 컵라면…故 김용균 씨 생전 모습 공개

정경윤 기자 rousily@sbs.co.kr

작성 2018.12.15 20:33 수정 2018.12.15 21: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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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충남 태안화력에서 목숨을 잃은 故 김용균 씨가 회사에 남긴 물건들 사진이 공개됐습니다. 밥 편히 먹을 시간이 부족해서, 짬 날 때 먹으려고 간직해둔 컵라면이 눈에 띕니다. 2년 전, 서울 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가 숨졌던, 살아있었다면 비슷한 또래일 김 모 씨 물건들 사진과 똑 닮았습니다. 시간만 지났지, 처우도, 안전도, 그대로였던 겁니다. 이제라도 바꾸자는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서, 어렵게 부모님이 전해온 故 김용균 씨의 생전 모습을 보내드립니다.

정경윤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취업을 준비하던 고 김용균 씨의 모습입니다. 부모님이 사준 새 양복에 새 구두가 어색한 듯 수줍게 웃습니다.

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 된 태안 발전소에선 이 양복을 입을 일이 없었습니다.

이름표 선명한 작업복과 슬리퍼가 유품으로 남았습니다.

석탄가루 가득한 현장에서 지시 사항을 적은 것으로 보이는 수첩도 있습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컵라면과 과자가 포장이 뜯기지 않은 채 남아 있었습니다.

제대로 한 끼 식사할 시간이 없어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운 겁니다.

손전등은 회사에서 지급한 게 아니라 고인이 개인 돈으로 마련했습니다.

회사에서 헤드랜턴이 지급되지 않았고 사고 당일에는 손전등마저 고장 나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일했다고 동료들은 말했습니다.

[이태성/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 손전등도 없었다고 합니다. 최소한의 조명시설도 없이 휴대폰 조명으로 현장을 점검했다고 합니다.]

김 씨가 남긴 유품 곳곳에는 석탄 가루가 묻어 있습니다.

고인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는지 그대로 드러납니다.

[김미숙/故 김용균 씨 어머니 : (아들이) 힘들다고 얘기했습니다. 애가 원래 한국전력을 목표로 삼고 있어서 '여기서 견뎌보려고 한다'고, '힘든데도 좀 해봐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김 씨가 남긴 물건들은 2년 반 전 서울 구의역 사고로 숨진 19살 청년이 남긴 것과 비슷합니다.

이들의 유품은 비정규직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악순환을 끊는 게 얼마나 시급한지 명확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촛불 집회를 통해 이 같은 목소리를 낼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진, 자료제공 : 태안화력 시민대책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