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바다거북 몸에서 나온 비닐…인간은 괜찮을까?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8.12.15 10:08 수정 2018.12.15 11: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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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인도네시아의 한 해변에서 커다란 바다거북 사체가 발견됐습니다. 바짝 마른 등껍질은 군데군데 부서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다거북 왼쪽 뒷다리 옆에 이상한 물체가 달려 있습니다. 바로 플라스틱 비닐입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현지 환경운동가들은 "정확한 사인은 아직 알 수 없지만, 거북이 몸에서 그처럼 많은 양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견된 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5년 바다거북이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들어간 영상은 큰 충격을 줬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거북들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투오션스 수족관(Two Oceans Aquarium)에서 촬영한 영상입니다. 영상 속 거북이는 지난달 18일 해변에서 이상 호흡 증세를 보여 수족관으로 급히 실려 왔습니다. 엑스레이와 내시경 촬영을 해보니 커다란 물체가 식도를 막고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목에서 뽑아낸 것은 검은색 비닐이었습니다. 비닐을 제거한 거북은 다행히 건강을 되찾고 있습니다.

바다거북이 플라스틱, 비닐 조각을 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바다거북의 주식인 해조류, 해파리와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투오션스 수족관이 거북이 목에서 뽑아낸 비닐과 해조류를 비교한 사진을 보면 매우 흡사합니다.
거북이 목에서 나온 비닐1근 영국 엑시터 대학과 플리머스 해양연구소, 그린피스 연구소가 공동으로 바다거북 102마리의 내장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서양과 태평양, 지중해 등에서 어망 등에 걸려 죽은 바다거북을 조사한 것인데,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한 마리도 빼놓지 않고 내장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해 5㎜ 이하의 합성물 조각이 발견된 것입니다. 검출된 합성물 조각은 모두 800여 개에 달했습니다. 연구팀은 "내장 일부만 검사한 것"이라며 전체로 확대하면 총량은 20배 이상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의 생존 문제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5㎜ 이하의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먹이사슬의 가장 밑에 있는 플랑크톤부터 거북, 고래까지 발견되고 있습니다. 정수된 수돗물에서도 검출되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 식탁까지 오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식탁 위의 '재앙'…플라스틱의 보이지 않는 위협

물론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얼마나 끼치는지 아직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오염물질이나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갖고 있을 수도 있고 세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생산하는 데 5초, 쓰는 데 5분, 분해되는 데 500년이 걸립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1위 수준이지만,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34%에 불과합니다. 분리수거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고 친환경 대체 소재 개발이 시급하다는 얘기입니다. 플라스틱으로 신음하는 동물들의 경고를 더 이상 무시해선 안 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