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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옆에서 시신 수습하는데도…"80분 동안 벨트 움직였다"

<앵커>

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24살 김용균 씨의 사진입니다. 유족들 요청에 따라서 그동안 저희는 고인의 얼굴을 가리고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부모님께서 아들의 얼굴을 공개해도 좋다고 허락하셨습니다. 홀로 위험한 일을 하다 세상을 떠난 김용균 씨는 이렇게 평범한 젊은이였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났을 때 현장이 다 정리되지 않았는데도 발전소 측은 바로 옆에 있던 컨베이어 벨트를 가동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멈추라는 당국의 지시도 묵살했습니다.

백운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11일 새벽 5시 37분,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사고 보고를 받고 태안화력발전소 9호기와 10호기 내 컨베이어 벨트 가동을 모두 멈추라고 지시했습니다.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보존할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그런데 태안발전소 컴퓨터 로그 기록을 보면 발전소가 지시를 어긴 사실이 확인됩니다.

지시가 내려진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새벽 6시 32분 55초, 사고 난 벨트 바로 옆에 있는 벨트가 움직인 겁니다.

벨트 가동은 80분가량 계속됐습니다.

이때는 119구급대원들이 한창 김용균 씨 시신을 수습하고 있었습니다.

태안발전소 측은 안전 점검 차원에서 시운전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한국서부발전 홍보담당자 : 나머지 (컨베이어 벨트) 하나가 정비가 끝난 상황이어서 안전 점검 차원에서 잠깐 시운전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저희가 석탄을 올려서 돌린 건 아니고요.]

하지만 현장 운전원들은 석탄을 나르는 작업이 이뤄졌다고 말합니다.

[이성훈/故 김용균 씨 직장동료 : 벨트 가동해서 보일러를 빨리 돌려야 하는 게 그 사람들의 제일 급선무였던 거죠.]

실제로 정비 중이던 벨트가 돌기 30분 전의 석탄 저장고의 잔량은 평소의 70~80%보다 크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20%대로 떨어진 저장고도 있었습니다.

[이성훈/故 김용균 씨 직장동료 : (태안발전소 직원이) '무조건 30% 이상으로 다 석탄 채워놔야 해 양을. 저장 탱크에다' 그러고. 윽박지르고.]

현장 조사 중인 고용노동부는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 컨베이어 벨트가 가동됐던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영상편집 : 우기정,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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