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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들끼리 사고 팔고 나눠먹고…약에 중독된 교도소

<앵커>

"몸이 붕 뜨고 이상하다, 소주 마시는 느낌이다." 이게 교도소 안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과다 복용해서 중독된 사람이 한 말입니다.

진단과 처방의 무법지대가 된 교도소의 실태를 이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달 출소한 A씨. 출소 이후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A씨 (지난달 출소) : 지금이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안에 있는 것보다. 잠이 안 옵니다. 며칠 잠을 못 자고 있다 아닙니까.]

교도소에서 잠이 안 온다며 졸피뎀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아 2년 반 동안 복용해오다 자신도 모르게 중독된 겁니다.

재소자들은 교도소 의무관이나 방문 의사의 진료를 거쳐 처방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생떼나 심지어 협박까지 해가며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을 받아내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위탁 진료 병원 의사 : 마약 사범 같은 경우에 다른 재소자들에게 '이 약이 좋다, 저 약이 좋다' 이런 식으로 코치하고. 보통 환자들이 아니라서 조금만 막 하면 협박 내지는… 싸울 수도 없고. 한두 번이지.]

가족이나 지인이 외부에서 재소자용으로 처방받아 보내주는 일도 흔하다고 합니다.

[B씨 (지난 1월 출소) : 내 이름 대고 내 동생이라든지 우리 지인이 가서 그런 식으로 해도 처방전만 내주면 들어오는 거야.]

지난 10월 한 달 동안 경북북부3교도소에는 외부 처방을 근거로 구매한 향정신성의약품 255개가 반입됐습니다.

심각한 건 일부 재소자들이 이런 약품을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고 모았다가 한꺼번에 먹는다는 겁니다.

[C씨 (지난 4월 출소) : 몸이 붕 뜨고 이상하거든. 막 바깥에서 소주 마시는 것 같고. 나중에 힘들 때 이틀 치 모아서 한꺼번에 털어먹고 이러는 거지.]

[D씨 (지난 6월 출소) : 교도소 생활하면 무료하잖아요. 그럼 약 먹고 그냥 기분 좋게 가 있는 거예요.]

물론 교도관이 감시하기는 합니다.

교도관들이 재소자에게 직접 약을 건네주고 복용하는 것도 확인하지만 눈속임을 막지 못하는 겁니다.

[현직 교도관 : (약을) 잇몸과 치아 사이 뭐 이런 데 숨겼다가 지나가면 다시 꺼내서 한꺼번에 먹고 이렇게 하고.]

담배나 간식 같은 물건이나 영치금으로 재소자들끼리 약품을 사고파는 일이 빈번하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C씨 (지난 4월 출소) : 요구를 하는 거지. 구매물을 시켜주라. 그렇게 해서 (약품과) 교환이 되는 거예요.]

실제로 지난해 경북북부3교도소에선 30대 재소자가 자신이 처방받아 갖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시지와 빵 같은 간식거리를 받고 다른 재소자에게 넘겨 벌금 200만 원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조성남/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 안에서 자기 혼자 막 (약품을) 남용하다 보면 밖에 나와서도 약을 계속 먹게 되고 그럼 점점 양이 많아지면서 의존이 되니까 끊기도 힘들어지고….]

출소자들과 교도관의 증언에 대해 법무부에 입장을 물었는데, 수용자 개별 교육 등을 통해 의약품 오남용 방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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