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아시안컵 우승 향해 다시 뛰는 손흥민 "눈물은 없다"

- 토트넘의 빅데이터 관리…강행군 앞두고 충전 완료

[취재파일] 아시안컵 우승 향해 다시 뛰는 손흥민 "눈물은 없다"

'벤투호'가 내년 1월 아시안컵에 대비해 호주에서 원정 평가전을 치른 시간, '한국 축구 에이스' 손흥민은 소속팀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꿀맛 같은 휴식'만 취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 런던에서 만난 손흥민은 "A매치 기간 남은 선수들끼리 훈련을 되게 강하게 해서, 휴식 기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푸념하면서도 "이런 강한 훈련이 필요한 때다. 더 치고 올라가야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후 가장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이어진 프리미어리그 골 침묵이 15경기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11월까지 정규리그 득점 신고를 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누적된 피로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러시아월드컵, 소속팀의 미국 전지훈련,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을 소화하느라 4달 동안 8만 km에 이르는 거리를 비행했습니다. 충분히 쉬면서 체력을 비축해야 할 때 지구 두 바퀴를 돈 셈입니다.

거듭해서 "젊어서 괜찮다", "걱정하시는 것처럼 최악은 아니다", "여전히 축구가 재미있다"며 웃어넘기던 손흥민도 지난달 파나마와 평가전이 끝난 뒤에는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을 정도입니다.

● 지친 손흥민…스포츠 사이언스 팀, 과학적 분석 나섰다

토트넘은 과학적인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구단 스포츠 사이언스 팀이 나섰습니다. 스포츠 사이언스 팀은 피지컬트레이너, 의료진, 물리치료사, 생리학자, 영양사에 데이터 과학자 등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외부의 여러 IT 회사들과 제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먼저 훈련과 경기 때 착용하는 정보화 기기를 통해 뛴 거리와 가속도, 심박 수 등을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토트넘은 물론 축구대표팀도 착용하는 이 웨어러블 기기 제조사, 캐타펄트(CATAPULT)의 존 코울슨 사업 담당 이사는 "한 경기에서 축구 선수들은 1000건이 넘는 판단을 내린다"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선수들의 판단을 분석하려 한다. 한 경기에 선수 한 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량은 50만 건에 이른다"고 설명합니다.

또 일상에서도 수면의 양과 질 등을 스마트폰 앱으로 선수가 직접 기록하면 이 역시 스포츠 사이언스 팀에서 분석합니다. 손흥민은 의도적으로 잠을 많이 자는 편입니다. 이르면 9시 정도에 잠들어서 아침 8시쯤 일어난다고 합니다. '잠이 보약'이죠. 보통 8시간이 넘는 지나친 수면은 오히려 피로 회복을 방해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손흥민 선수처럼 깨 있는 시간 열량 소모가 많다면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과학적인 자기 관리로 유명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역시 근육의 회복을 위해 하루 12시간 가까이 자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흥민에 대한 OPTA의 분석을 설명하고 있는 라이언 바히아 마케팅 매니저.
옵타(OPTA) 등 스포츠 통계회사도 토트넘과 함께 손흥민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습니다. 라이언 바히아 옵타 마케팅 매니저는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평균을 훨씬 웃도는 공격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옵타는 프리미어리그의 30만 건이 넘는 슈팅을 분석해, 득점 성공확률을 '예상 득점(expected goals)'이라는 지표로 산출하고 있는데, 손흥민은 지난 3시즌 연속 기대를 훨씬 웃도는 득점을 기록했다는 겁니다.

손흥민이 공을 잡은 모든 위치에서 골대와 거리, 각도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했을 때 평균적으로 가능했던 득점은 16.8골 정도였는데, 이보다 10골 가까이 많은 26골을 터뜨렸다는 의견입니다. 바히아는 "이번 시즌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의 득점이 나오지 않은 건 출전 시간이 예년에 비해 짧았기 때문이다"며 "시즌은 길고, 손흥민은 분명 예년의 기량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손흥민과 관련한 OPTA의 자세한 분석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optasportspro.com/about/optapro-blog/posts/2018/blog-son-heung-min
https://www.optasportspro.com/about/optapro-blog/posts/2018/blog-scouting-for-son-(part-2 )

● 빅데이터 분석 통한 철저한 준비 및 부상 예방

이렇게 수집된 빅데이터를 스포츠 사이언스 팀이 해석하면 이를 토대로 코칭스태프는 훈련량과 훈련 방법, 출전 시간과 전술 등에 반영합니다. IT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피로가 누적되면 부상 위험이 치솟습니다.

코울슨 캐타펄트 이사는 "프리미어리그는 역대 어느 때보다 강한 체력을 요구한다"면서 "선수들은 빨리 체력을 회복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축구 선수들의 전체 부상 가운데 37%는 근육을 지나치게 사용한 탓"이라면서 "근육 사용을 잘 관리한다면 이런 종류의 부상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의 출전 시간을 제한한 배경입니다. 이달 초 울버햄튼전에서 손흥민을 전반 7분 만에 교체 투입했다가 후반 14분 다시 벤치로 불러들이자 논란이 커졌는데, 당시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뒤 '손흥민의 출전 시간을 60분 이하로 관리하려 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다시 뛰는 손흥민…강행군이 기다린다

손흥민은 다시 강행군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요일 첼시전을 시작으로 내년 1월 2일까지 3~4일 간격으로 12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또 1월 중순에는 아시안컵에 참가해야 합니다. 59년 만의 대회 우승을 위해선 손흥민이 날카로움을 되찾는 게 시급합니다.

손흥민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져 소속팀에 미안하다"면서도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처음 출전했던 2011년 3위를 차지했고, 두 번째 대회였던 2015년 호주에선 결승까지 가서 눈물을 흘렸잖아요. 이번엔 선수들의 의지도 강하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손흥민에게도, 한국 축구에도 무척 중요한 겨울입니다.

(이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이뤄졌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