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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스커드-ER 기지'…北 삭간몰 기지의 정체

[취재파일] '스커드-ER 기지'…北 삭간몰 기지의 정체
작년 3월 6일 북한 평북 동창리에서 불상의 발사체 4발이 솟아올랐습니다. 최고 고도 260km, 비행거리는 1,000km를 기록하며 이 가운데 3발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에 떨어졌습니다. 북한의 신형 준중거리 미사일 스커드-ER(Extended Range)입니다. 최대 사거리는 1,100km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다음 날 스커드-ER 시험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현장지도에 나선 김정은 앞에 지도가 펼쳐져 있었는데 동창리에서 일본 쪽으로 부채꼴 모양의 궤적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스커드-ER 시험발사를 '주일미군 기지 타격 훈련'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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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산하 '평행을 넘어서'라는 대북 전문 연구그룹이 지목한 북한의 괴(怪) 미사일 기지 삭간몰에 배치된 미사일이 바로 이 스커드-ER로 확인됐습니다. 원래는 사거리가 300~500km인 단거리 스커드 B, C가 있던 곳인데 증축, 개량 공사를 한 뒤 최근 전력화된 준중거리 스커드-ER을 배치한 겁니다. 삭간몰은 그동안 그만그만한 기지로 알려졌었는데 이제는 전략적 가치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북 스커드-ER 전략 기지 삭간몰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작년부터 삭간몰이 증축, 개량됐고 이어서 스커드-ER이 배치됐다"며 "삭간몰 기지가 스커드-ER 기지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삭간몰에 스커드-ER이 배치됨에 따라 삭간몰은 한반도 전역뿐 아니라 일본까지 타격할 수 있는 전략 미사일 기지가 됐습니다. 스커드-ER 사거리 1,100km 안에 제주도는 물론 오사카, 나고야, 히로시마, 후쿠오카 등이 두루 들어옵니다.
[취재파일] '스커드-ER 기지'…北 삭간몰 기지의 정체
원래 삭간몰을 비롯한 북한 남부의 미사일 기지 3곳은 남한만을 겨냥하는 단거리 미사일이 배치된 이른바 스커드 벨트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준중거리, 거의 중거리급의 미사일들이 들어섰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책임분석관은 "북한이 신형 미사일들을 많이 개발한 끝에 북한 전방에도 사거리와 정확도가 향상된 신형 미사일들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전략무기 배치의 변화는 단순한 이슈가 아닙니다. 전략무기 배치에 변화를 준다는 건 북한의 공격 우선순위와 우선대상이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미사일 기술 향상에 힘 입어 북한이 군사전략을 수정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겁니다. 대단히 묵직한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지를 면밀히 살피고 있습니다. 배치 변화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들어보면 청와대가 한미 군 당국의 정보와 분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예 보고를 못받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 스커드-ER이란

작년 3월 6일 북한의 스커드-ER 발사는 좀 특이했습니다. 우선 한꺼번에 4발을 쏴올린 점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스커드-ER은 시험발사 몇 번 못한 미지의 미사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과감하게 4발을 꺼내 들어 무력시위를 했고 모두 1,000km 이상 날려 안정성을 널리 알렸습니다.

또 당시는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를 앞두고 있던 시점입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꺼번에 여러 발을 동시발사해서 한미 요격체계에 대한 시위를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발을 한꺼번에 쏘면 못 막을 것이라는 시위입니다. 스커드-ER은 또 요격회피 능력이 향상된 미사일로 알려졌습니다. 지저분하게 떨어지며 요격을 피하는 백텀블링(back tumbling)을 하는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정확도도 스커드 B와 C를 능가합니다.

삭간몰만이 아니라 다른 미사일 기지들도 김정은 집권기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북한 미사일 기지는 지금 당장의 핵 위협입니다. 그래서 북한 미사일 기지의 정체는 비핵화의 순서와 대상을 정하는 제1의 기준입니다. 삭간몰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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