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친절한 경제] '3천억→4조 8천억' 가치 부풀린 삼바…얽힌 문제들은?

<앵커>

친절한 경제, 오늘(15일)은 권애리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어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얘기로 상당히 시끄러운데 권 기자가 좀 알아듣기 쉽게 어디 가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정도로 정리를 한 번 해주시죠.

<기자>

네, 어제 가장 큰 경제 뉴스였고 앞으로 시장에도 여러 가지로 영향을 많이 미칠 걸로 보이는 일인데요, 이게 좀 굉장히 복잡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뉴스를 봐도 이해가 잘 안 간다는 분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게 이게 어떤 의미들이 있는 일인지 좀 풀어볼까 하는데요, 3년 전에 처음으로 밖에서 봤을 때 "어, 이게 뭐지?"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제일모직의 자회사인데요, 첨단 의약품을 제조하는 회사인데, 늘 좀 적자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2015년에 이 회사가 2조 원에 가까운 큰 흑자를 냅니다.

약을 워낙 갑자기 많이 팔아서 돈을 많이 번 건가 들여다봤더니 그게 아니고, 이 회사의 자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란 약품 개발회사가 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장부상으로 3천억 원 정도의 가치라고 했던 회사였는데, 그 해에 갑자기 4조 8천억 원짜리 회사로 새로 기록이 되면서 이렇게 실적도 자산도 숫자상으로만 크게 부풀어 오른 겁니다.

회계기준을 바꿀 수 있도록 자회사를 관계회사로 설정을 다시 해서 그렇게 된 겁니다. 한 마디로 간단히 얘기하면 사무처리를 그렇게 한 겁니다.

그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왜 이런 조치를 취한 거냐, 사업상 그렇게 해야 했던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이 자회사를 합작해서 만든 미국회사가 있는데 여기가 경영권을 다 가져가려는 거 같아서 그랬다." 뭐 이런 이유를 댔는데요, 어제 나온 금융당국의 결론은 "그게 아니다. 인정할 수 없다."입니다.

이건 그런 정당한 사업상의 목적이 있었던 일로 볼 수가 없고 회사 자산을 고의로 부풀어 보이게 하려는 법을 어긴 행위였다고 판단을 내린 겁니다.

<앵커>

그러면 왜 이런 분식회계를 했느냐, 당연히 궁금해지는데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얘기가 여기서도 나오네요.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회사가 제일모직 자회사였다고 처음에 말씀드린 이유가 이겁니다. 제일모직은 이제는 삼성물산과 합병해서 삼성물산의 패션 부문이 된 회사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을 장악해 온 과정에서 굉장히 이름이 자주 등장한 회사죠.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2015년이 바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라는 두 계열사가 합병한 해입니다. 제일모직은 합병 전에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서 삼성 총수 일가의 지분 비율이 높은 회사였고요.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사 격의 역할을 했던 삼성물산은 정작 국민연금 같은 기금 지분이 높고 이 부회장은 지분이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유리하게 승계하려면 어떻게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하는데 제일모직의 가치가 삼성물산보다 훨씬 높다고 계산해서 합병해야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좀 무리해서 더 높게 계산하는 일련의 상황을 만들었고, 그러느라 그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자산가치도 억지로 부풀렸다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앵커>

제일모직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덩치를 키웠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이재용 부회장 재판이 있었는데 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어준 2심 판결인데요, 이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은 합병이고, 그 과정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 같은 건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부회장이 합병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하려고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줄 일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 부회장 뇌물죄는 무죄, 이렇게 본 겁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무리하게 분식회계를 했다는 어제 결론은 법원 판단이랑은 결이 다르죠.

게다가 결정적으로 여당의 박용진 의원이 최근에 삼성 내부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금융당국도 이미 참고했다는 문건입니다.

그 내용을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당시에 삼성그룹 미래전략실과 합병을 거론하면서 협의했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지금은 해체된 부서입니다.

<앵커>

삼성 측은 어떤 반응을 내놨습니까?

<기자>

네, 불복한다.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어제 밝혔습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삼성바이오란 회사의 타격도 타격이지만, 지금까지 말씀드린 상황 때문에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판결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고요.

경영권 승계 과정에도 변수가 생긴 겁니다. 삼성 측으로서는 인정한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서요. 이렇게 소송으로 번질 걸로 보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