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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원 줘도 안 하는 '불 끄기 알바'…단기 일자리 논란

<앵커>

정부가 보름 전쯤에 공공기관을 활용해서 단기 일자리 5만 9천 개를 만들겠다고 발표를 했었죠. 그런데 일부 필요 없는 일도 억지로 만드는 거 아니냐 논란이 있었습니다.

국립대학교들이 빈 강의실 불 끄는 아르바이트를 쓰기로 한 게 대표적인데 현실이 어떤지 김흥수 기자가 대학들을 가봤습니다.

<기자>

수도권의 한 국립대학교입니다. 지난달과 이달 초 학교 홈페이지에 두 차례 '동절기 에너지 지킴이' 모집 공고를 올렸지만, 인원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A 국립대 관계자 : 저희 계획은 25명 했는데 현재(최종) 21명입니다. 학생들도 수업도 많고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하루 2시간만 빈 강의실을 찾아서 불을 끄면 되는 손쉬운 일인데 학생들의 호응이 적은 겁니다.

다른 국립대도 마찬가지입니다.

[B 국립대 관계자 : 학생들도 방학하면 집으로 간다든지 긴 알바를 찾아서 한다든지 이런 부분들이 있잖아요.]

지원자가 적으니 활동시간과 기준까지 변경하며 학생 '모시기'에 나섭니다.

[B 국립대 관계자 : 처음에 저희도 힘들었어요. 모집하는 게… 나중에는 그래서 두 시간씩 연속으로 하지 말고 하루 중에 한 시간씩 두 번 할 수 있으면 해라 그러면….]

곧 방학이라 실효성도 떨어집니다.

[C 국립대 관계자 : 종강하고 나면 강의실을 안 쓰잖아요. 쓸데없이 돈을 아무리 그렇다고 지출하면 되겠느냐…]

정부가 학교 규모에 따라 채용 인원까지 지침을 내렸는데 규모가 작은 대학에서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집니다.

[D 국립대 관계자 : 저희는 강의실 있는 건물이 10개밖에 없어서. 20명이라 2인 1조로 열 개 건물에 (건물별로) 배치해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일자리 대책이라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공급자도 수요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반쪽 대책이 되고 있습니다.

[국립대학교 학생 : 학생들한테 의식 자체를, 그냥 '소등하자'고 캠페인 하는 게 낫지 무의미하게 세금이 낭비되는 쓸데없는 정책이라고 생각해요.]

(영상편집 : 최진화, VJ : 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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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흥수 기자하고 더 얘기를 해보죠.

Q. 현장에서 호응 낮은 이유는?

[김흥수 기자 : 시급이 8천 원입니다. 그러니까 하루에 2시간씩 하니까 1만 6천 원을 하루에 벌 수가 있고요, 한 달로 따지면 30~40만 원 정도가 되고요. 전국 37개 국·공립대에서 자체 예산으로 이것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 예산이 8억 5천만 원 정도 됩니다.]

Q. 원래 겨울에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려운 분들 돕기 위해서 하는 거라고 설명을 했었잖아요. 근데 지금 저 내용을 보면 취지에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흥수 기자 : 그렇죠. 이게 비록 제대로 된 일자리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 취지대로 어려운 계층한테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효과가 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보신 것처럼 현장의 상황은 그렇지 못합니다. 국립대 입장에서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아야 하고 학교 평가도 달려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 보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할당량 채우기에 급급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이게 한두 달짜리 반짝 일자리란 말이죠. 그러니까 장기간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여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결과적으로는 돈은 돈대로 쓰고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그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Q. 다른 단기일자리 추진 상황은?

[김흥수 기자 : 5만 9천 개니까 수십 가지가 되죠. 그런데 이것을 자세히 보면 소상공인 제로페이 시스템 홍보요원, 라텍스 라돈 측정 서비스 요원 등 이름부터 생소한 게 많고, 전통시장 환경미화, 농어촌 환경정화 인력 등 실효성 논란 이는 것도 많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연말까지 하라고 하다 보니 제가 확인한 상당수 기관들은 아직 채용 계획조차 못 세우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데가 많습니다. 그리고 라돈 측정 요원 같은 경우에는 대규모 조사인력이 필요한데 수백에서 1천 명 단위로 이것을 채용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자체적으로 감당이 안 되니까 아예 이 업무 자체를 외부 기관에 입찰을 줘서 용역을 맡기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설명을 드리면 1천 명 남짓 뽑는 소상공인 페이 홍보요원 같은 경우에는 이게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전자결제 시스템을 홍보·설명 하는 건데, 모집 주체인 중소기업 벤처부에서는 IT 등 관련 전공 대학생들이 아니면 이걸 소상공인들에게 설명할 수가 없어서 과연 대학생들이 많이 모집에 응할 것이냐를 두고도 고심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일자리 대책 자체가 이렇게 숫자를 채울 목적으로 추진하다가는 돈은 돈대로 쓰고 정책의 성과는 별로 없는 아주 초라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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