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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엄마와 같은 피해 없길"…가정폭력 '국가가 지켜달라' 목소리 높아지는 이유는?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8.10.30 17: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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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엄마와 같은 피해 없길"…가정폭력 국가가 지켜달라 목소리 높아지는 이유는?
[리포트+] '엄마와 같은 피해 없길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690개 여성단체는 어제(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최근 발생한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 처벌을 외치며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이 거리에 나와 "국가가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지켜달라"고 외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최근 발생한 살인사건이 가정폭력과 어떤 연관이 있기에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한 걸까요?

■ 시작은 가정폭력이었는데…"아빠를 사회와 격리해달라" 호소 청원까지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이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이라며 "아빠가 사형 선고받게 해달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 작성자는 "자신의 어머니는 끔찍한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살해당했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아빠를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리포트+] '엄마와 같은 피해 없길이는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A 씨가 전 남편인 김 모 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피해자 A 씨는 25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3년 전 이미 가정폭력 신고…'접근금지 명령'에도 주변 맴돌았던 가해자

이 사건을 두고 대중의 분노가 커진 것은 A 씨가 이미 전 남편 김 씨의 폭력에 시달리다 두 차례나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입니다. 지난 26일 유족과 경찰 조사에 따르면, A 씨가 가정폭력으로 처음 경찰에 신고한 것은 지난 2015년입니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긴급임시조치 1·2·3호'를 모두 내렸습니다. 긴급임시조치는 피해자 거주지로부터 가해자를 퇴거 및 격리하는 1호, 피해자 거주지 또는 직장 등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2호,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한 접근까지 금지하는 3호로 나뉩니다. 이어 법원은 김 씨에게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가발을 쓰고 접근하거나 A 씨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설치하는 등 집요하게 A 씨 곁을 맴돌았습니다. 두려움을 느낀 A 씨가 2016년 다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김 씨에 대한 특별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현행법상 가정폭력 사범이 접근금지 명령을 위반해도 즉시 체포할 수 없는 데다가, 명령을 어기더라도 처벌은 과태료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과태료 등의 미약한 제재조차 제대로 내려지고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사람은 1만 9천270명에 달했습니다. 명령을 어겨 신고된 사람은 1천369명이었는데 과태료가 부과된 위반자는 326명으로 전체의 27%에 불과했습니다.

■ '어쩔 수 없다'며 돌려보낸 경찰…"가정폭력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제대로 격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어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여성단체는 "국가는 분명 폭력을 중단시킬 기회가 있었다"며 "폭행과 상해, 스토킹, 살해 협박, 흉기사용, 방화 시도 등 가정폭력 범죄 신고에 국가는 무대응, 무능력, 무책임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피해자 A 씨 유족들은 "가해자가 찾아올 때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들은 '어쩔 수 없다', '다음에 또 오면 신고하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고 진술했습니다. A 씨의 둘째 딸은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신고를 하고 거처를 옮긴 뒤 '아빠에게 더 문제가 있냐'라는 경찰의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리포트+] '엄마와 같은 피해 없길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 6월까지 가정폭력으로 16만 4,020명이 검거됐습니다. 한 해 4만 명이 넘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재범률은 2015년 4.1%에서 올해 8.9%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전문가들은 솜방망이 처벌이 재범률을 높인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가정폭력 사범이 구속수사를 받은 사례는 0.99%에 그쳤고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검거한 피의자 중 35.2%는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법원에 송치됐는데, 이 경우 형사처벌 대신 상담, 사회봉사 등의 처분만 내려집니다.

이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는 것은 현행 가정폭력특별법이 '처벌'보다 '가정 유지'에 치우쳐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해당 법의 주요 목적을 피해자와 가족의 안전 보장에 두고 가해자 형사 처벌 보장과 접근금지 명령 위반 시 체포 의무 정책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김태현 변호사는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가정폭력은 재범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가정폭력 사건이 일반폭력 사건보다 더 심각하고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재: 박재현, 백운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