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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기상 이변의 주범 엘니뇨·라니냐, 17개월 전에 미리 알 수 있다

[취재파일] 기상 이변의 주범 엘니뇨·라니냐, 17개월 전에 미리 알 수 있다
열대 태평양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기상 이변을 불러오는 엘니뇨가 점점 발달하고 있는 것이다.

엘니뇨는 감시구역인 열대 태평양(Nino 3.4 지역 : 5°S~5°N, 170°W~120°W)의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0.5℃ 이상 높은 달이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본다. 반대로 바닷물이 차가워져 감시구역의 수온이 예년보다 0.5℃ 이상 낮은 달이 5개월 이상 지속될 때 그 첫 달을 라니냐의 시작으로 본다.

기상청이 23일 발표한 엘니뇨/라니냐 전망에 따르면 최근(10월 7일~13일) 열대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27.3℃로 예년보다 0.7℃나 높은 상태다. 지난 9월(9일~15일)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27.0℃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한 달 동안 0.3℃나 더 뜨거워진 것이다.
해수면 온도 현황(10월 7일~13일, 자료 기상청)
수온이 예년보다 0.7℃ 더 높다고 하면 몸으로 느낄 수 없는 변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끝없이 넓은 열대 태평양의 수온을 0.7℃나 끌어 올렸다는 것은 열대 태평양에 예년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양의 에너지가 추가로 쌓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상청과 세계기상기구는 올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엘니뇨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열대 태평양의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뜨거워지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한반도의 경우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등 지구촌 곳곳에 이상 난동과 폭설, 한파, 가뭄 등 기상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실제로 기상청은 연중 가장 추운 오는 1월 기온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겨울 전반적으로 한파가 예년보다 덜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950년 이후 지금까지 21차례의 엘니뇨가 발생했고 올해 발생하는 엘니뇨는 22번째 엘니뇨가 된다. 엘니뇨와 정반대인 라니냐는 1950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3차례 발생했다. 단순히 산술평균을 하면 엘니뇨는 약 3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라니냐는 5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발생한 해를 살펴보면 엘니뇨의 경우 1년 만에 다시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6년이 지난 뒤에 다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라니냐의 경우도 1년 만에 다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길게는 9년이 지난 뒤에 다시 발생한 경우도 있다. 특별한 발생 주기가 없이 매우 불규칙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에 다양한 기상 이변을 초래하고 있지만 엘니뇨와 라니냐가 언제 발생할지 예측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뜻이다. 현대 과학기술로 엘니뇨나 라니냐 발생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기간은 고작 6개월 정도, 길어야 1년이 채 안 된다. 열대 태평양 수온에 이상이 감지되고 나서야 비로소 엘니뇨나 라니냐 발생을 예측하게 된다는 뜻이다.
기후변화, 기상이변, 해수면 상승 (사진=픽사베이)
국내 연구팀이 이처럼 불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엘니뇨나 라니냐를 17개월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포스텍 국종성 교수 연구팀은 미국 하와이대와 일본해양과학기술센터와 공동으로 대서양 웜풀(Warm pool, 온난역)의 수온 변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17개월 전에 엘니뇨나 라니냐 발생을 예측할 수 방법을 찾아냈다(Park et al., 2018).

웜풀은 열대 해양의 해수면 온도가 28도 이상인 해역을 말하는데 가장 큰 웜풀은 서태평양에 있고 두 번째로 큰 웜풀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의 대서양에 있다. 해수면 온도가 높은 만큼 웜풀의 수온 변화에 따라 그 위에 있는 대기의 흐름도 요동치게 된다.

연구팀은 관측 자료와 모델을 이용해 대서양 웜풀의 해수면 온도 변화와 엘니뇨 발생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대서양 웜풀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지면 약 17개월 이후에 엘니뇨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반대로 대서양 웜풀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면 약 17개월 이후에 라니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여름철 중반부터 초가을 사이 대서양 웜풀의 해수면 온도에 변화가 생기면 해양과 대기의 상호 작용으로 겨울부터 그 다음 해 봄까지 북태평양 상공의 남북 방향의 대기 흐름에 변화를 초래하게 되고 이 같은 대기 흐름의 변화가 다시 열대 태평양에 커다란 해양파(海洋波, equatorial oceanic waves)를 일으켜 엘니뇨나 라니냐 발생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특히 대서양 웜풀의 해수면 온도 변동 자료를 이용하면 엘니뇨나 라니냐 예측 기간이 17개월로 길어지면서도 정확도가 기존의 예측 방법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지구촌 곳곳에 기록적인 가뭄이나 이상 난동, 가뭄 등 기상 이변을 불러오는 엘니뇨나 라니냐의 예측 정확도를 높일 뿐 아니라 예측 기간을 늘려 기상 이변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 또한 확보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열대 태평양에서 발달하고 있는 엘니뇨는 매우 강하게 발달하지는 않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엘니뇨가 진행되는 올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는 지구촌 곳곳에 또 한 차례 기상 이변이 휩쓸고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

<참고문헌>

* 기상청 기후정보포털, 엘니뇨·라니냐 발생현황
(http://www.climate.go.kr/home/05_prediction_new/predict02_02.html)

* Jae-Heung Park, Jong-Seong Kug, Tim Li, Swadhin K. Behera. Predicting El Niño Beyond 1-year Lead: Effect of the Western Hemisphere Warm Pool, Scientific Reports, 2018;8(1)DOI:10.1038/s41598-018-33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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